[맨해튼 시선] 아티초크를 아십니까?

김치김(크로키작가)
이른 봄이 되면 나는 한국의 봄나물을 그리워한다. 그렇다고 한국으로 봄 나물을 먹으러 날아갈 수 는 없는 일. 지하철로 한 시간 남짓 걸리는 한국식품 가게로 번번이 장을 보러 다니기도 쉽지 않다.
한국인에게는 음식을 통한 끈끈하고도 훈훈한 공통정서가 있다. 그래서인가, 우리 한국인은 때론 심하다 싶을 만큼 타민족 음식에 대해 배타적이다. 우리 음식만 고집하는 집단적 정서가 좀 있다. 외국에 여행 간 한국사람들이 한국식당, 한국음식만을 고집하는 것은 그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여행에서 새로운 음식과 만나는 즐거움을 스스로 포기하는 일은 안타까운 일이다."한국에 있을 땐 제대로 된 한국음식을 먹고 외국에 나갔을 땐 최대한 그곳 현지 음식에 관심을 갖고 적응해야 된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런 내가 외국에 살면서 봄나물 타령을 하는 것은 모순이다. 아마 향수병 탓일 것이다.
외국에 눌러 살면서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생소한 음식과 먹거리 재료들을 관심 있게 보게 된다. 거슬러서 한 십 년 전쯤부터 내가 흠뻑 빠진 야채는 아티초크(artichoke)이다. 처음에는 "아니 저런 것을 먹어? 어떻게 먹을까?"했다.
아티초크는 넓은 잎과 가시가 도친 다년생의 엉겅퀴 식물로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가 있는 지중해 연안에서 많이 재배된다. 키는1.5미터에서 2미터 사이, 초록의 잎은 50센티미터에서 80센티미터 정도로 자란다. 꽃잎은 지름이 8센티미터에서 15센티미터. 꽃잎이 크다.
나는 19년 전 남부 유럽에서 처음 아티초크를 보았다. 위장과 간장의 기능을 좋게 한다고 해서 오랜 옛날부터 유럽과 이집트에서 약용식물로 널리 재배했다는 아티초크는 미국에서는 캘리포니아 주의 캐스토로빌(Castroville) 이란 곳에서 어마어마하게 재배되고 있다. 그건 아마도 그곳이 태평양에서 불어오는 해풍, 안개와 적당한 온도, 그리고 연중 온화한 기후라는 세 가지 조건을 만족시키는 지역이기 때문일 듯하다. 캐스트로빌은 '아티초크의 수도'라고까지 불린다. 올해로 49번째 '아티초크 축제'를 여는(5월17일~18일) 캐스트로빌의 어떤 학교에서는 마스코트가 아티초크이다. 그 만큼 아티초크에 대한 사랑과 자부심이 그 지역에서는 대단하다.
몇 년 전 그 지역을 자동차로 여행하던 중 끝없이 펼쳐진 식물이 궁금해서 어느 농부에게 물었던 적이 있다. "무엇이지요?" 그는 "밭에 들어가 열매를 하나 따서 먹어 보세요" 권했다. 성큼성큼 들어가서 호기롭게 꺾었는데 쉽게 부러지지 않았을 뿐 아니라 손에 가시가 수두룩하게 박혔다. 아티초크였다. 그곳은 온통 아티초크 밭이었다.
아티초크는 꽃 봉오리와 꽃받침을 먹는데 봉오리 크기는 작게는 달걀, 크게는 권투선수 주먹 만하다. 아티초크는 꽃 봉오리가 열리기 전에 꼭 다문 상태일 때 먹어야 맛있다. 그 맛은 아주 부드럽고 순하다. 또 뒷맛이 뭉근하게 고소한 게 한국적인 맛 정서와도 가깝다. 봉오리 겉이 초록색으로 얼핏 보면 녹색 연꽃 같은 아티초크는 삶거나, 찌거나, 튀겨서 온갖 요리에 응용하는데 무엇보다 찐 다음에 잎 부분을 하나씩 벗겨 내가면서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국에 넣어도 맛있고 가공된 통조림을 피자나 아니면 샐러드에 넣어서 먹는데 그 또한 별미가 아닐 수 없다.
단, 꽃 심에 해당되는 하얀 잔 솜털 같은 부분은 꼭 잘라내고 먹어야 한다. 혹여 먹다가 잘못해서 기도에라도 들어가게 되면 아주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다.
연꽃과 선인장, 그리고 엉컹퀴를 적당히 섞어서 만들어 놓은 듯한 아티초크는 딱히 꽃이라고 하기도 또, 야채라고 하기도 어중간해 보인다. 그러나 독특한 매력이 있다. 야채 하나만을 식사대용으로 먹기가 쉽지 않은데 아티초크 만큼은 쪄서 어떤 양념 없이 그냥 그대로 먹을 수 있다. 여행갈 때 쪄서 가지고 다니다가 어디서나 앉아서 간식으로 먹을 수도 있다. 먹는 동안 '재미난 분위기'를 던져준다. '와, 못 생겼다" "아티초크의 원산지는 어디래?" "안 밝혀졌대" "아티초크란 이름은 아랍어에서 나왔고 '땅의 가시'의 뜻이래." "이슬람 문화권에서도 아티초크를 먹는대" 등등 화제거리가 많다.
뉴욕은 200여 민족이 섞여 사는 도시이다. 그들의 문화, 역사, 인종은 다 다르다. 같은 역사와 언어와 외모를 가진 우리 한국적인 눈으로 보면 뉴욕에서 만나는, 별별 나라에서 온 천차만별의 체격과 얼굴과 몸을 가진 다양한 사람들은 아티초크이다. 편견과 선입견을 가지고 보면 이상스럽게 보이는 식물이 호기심과 관심 속에서 오랜 경험을 쌓아가면서 보면 그 깊은 맛을 알게 되어 좋아하게 되는 것처럼 뉴욕에서 만나게 되는 많은 사람들은 겉모습은 화려하지 않고 외모는 못 생기고 그리 멋지지도 않지만 오랜 시간 정을 나누면서 교감 하다 보면 순수하고 진솔한 매력들을 알게 되어 이윽고 좋아진다.
뉴욕에 대해 누가 한 마디로 표현해보라고 하면 '뉴욕은 아티초크다'라 나는 답한다. 그리 매력적이지 않게 보이던 아티초크 속에서 깊고 멋진 맛을 점차 찾아 내었듯이, 맨해튼 속 그 복잡 다양한 사회와 사람들 속에서 숨은 보석 같은 사람들을 많이 찾아내려고 한다.
kimchikimnyc@gmail.com
그림과 사진 설명(위에서부터): 아티초크 꽃 봉오리와 줄기. 엉겅퀴과 식물이어서 가시가 많다. / 키가 크고 줄기가 굵은 아티초크를 연상시키는 짙은 초록 빛깔의 크로키(Dark Green Figure Watercolour) / 연한 아티초크를 연상시키는 엷은 초록 빛깔의 크로키(Light Green Figure Watercolour) / 건강한 생명력을 가진 검은 흙의 아티초크 밭. 미국이 소비하는 아티초크의 80% 이상이 이 캘리포니아 주 캐스트로빌 지역 밭에서 자란다. / 접시에 담은 갖가지 크기의 아티초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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