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상호 감독 신작 애니메이션

2008. 4. 18.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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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저널 버즈]

스튜디오 DADAShow 대표 겸 애니메이션 <지옥>을 제작한 연상호 감독의 신작 <사랑은 단백질>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살펴볼 수 있는 코너이다. <사랑은 단백질>은 <습지생태보고서>, <공룡 둘리에 대한 슬픈 오마주>로 잘 알려진 최규석 작가의 원작을 바탕으로 제작된다. 절친한 친구 사이인 최규석, 연상호 두 사람이 만들어가는 애니메이션 <사랑은 단백질>이 완성되기까지 탄생 비화와 실제 프로덕션 제작 스토리를 <사랑은 단백질> 프로듀서인 김승인 PD에게 들어본다.

■상황 1. 우리, 족발 안 시켰는데요?극 중 둥그런 머리에 안경을 쓴 재호가 돼지 사장에게 던지는 대사다. 우린 족발을 시키지 않았을 뿐더러, 족발의 유혹이 있을 법한 야근도 하지 않았다. 총 인원7명, 170여 컷, 원화 4,000여 장, 동화 10,000여 장, 11개월의 2,000여 시간, 세계 노동자들의 평균 근로시간을 준수했고 잔업과 야근은 없었다. 토요일, 일요일, 공휴일은 모두 쉬고 여름 휴가도 다녀왔다. 지난해 추석과 설에 차례도 지냈다. 우리는 그저 아침 10시에 출근해 저녁 7시까지 각자 맡은 바 일을 꾸준히 해왔을 뿐이다. 더미 애니메이션(Dummy Animation)과 선녹음 등의 새로운 제작 시스템을 만들고 구축하며 시작한 <사랑은단백질> 제작은 2007년 4월부터 봄과 여름, 가을을 보내고 겨울의 한복판에서 다시 봄을 기다리며 완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상황 2. 애들아, 우리 통닭 시켜 먹을까?약 1년 전, 연상호 감독은 현재 다다쇼(Studio DADAShow) 스태프들에게 <사랑은단백질>을 내밀며 함께 작업하자고 제안을 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우리들은 함께 프라이드&양념통닭을 시킬 때의 설렘으로 조금씩 작품을 다듬어왔다.

연상호 감독 : 오래전부터 최규석의 원작 만화 <사랑은 단백질>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야겠다는 다짐을 했죠. 게다가 어떤 식으로 제작하겠다는 방향성과 목표도 분명히 정해져 있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완성되어 가는 시점에 이르고 보니, 처음 의도했던 결과물인가에 대해선 약간의 두려움과 걱정이 드네요. 연출 의도가 흐려지는 부분이 생길 때마다 스태프들이 맡은 바 위치에서 온갖 노력을 했기에 적어도 관객들과의 만남에서는 부끄럽지 않을 정도의 작품이라 생각합니다.작품에 대한 최종적인 판단은 전적으로 관객의 몫인데, <사랑은 단백질>을 재미있고 유쾌해 하는 관객이 있다면 이는 전적으로 스태프들이 노력한 성과인 반면, 재미없다는 관객이 많다면 그 책임은 고스란히 감독의 몫이라 생각해요.

스태프를 끔찍이도 아끼는 연상호 감독은 "네 덕, 내 탓"의 가치를 공고히 했다. 자신은 작업의 끝자락까지 몰아 학대하면서도 스태프들의 개인적인 사정과 상황은 모두 다 수용하는 이상한(?) 사람. 연상호 감독은 척박한 한국애니메이션 제작 환경에서 주말과 공휴일은 쉬면서 철저하게 노동시간을 준수하는(말도 안 되는) 제작 환경을 마련했다. 그럼에도 제작은 순조롭게 진행되었고, 일정보다 훨씬 앞서 작품이 완성되었다. 이는 연 감독을 비롯해 그와 의기투합한 스태프 각자가 자기 역할을 다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연찬흠 기술 감독 : '더미 애니메이션(Dummy Animation)'이라는 것을 처음 시도했던 작업 초기에는, 결과물이 어떨지 예측이 힘들어 적잖이 걱정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작업을 진행해 나가면서 어느 정도 윤곽이 나타나고 대체적인 작업라인이 보이더군요.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와 안도의 한숨을 쉬었죠.

제가 <사랑은 단백질>에서 담당한 부분은 작품에 필요한 모든 3D 작업이었는데요, <사랑은 단백질>의 완성 결과물은 비록 2D 애니메이션이기는 하나 3D 더미를 기본 골격으로 하여 그림을 그리는 방식이라 혼자 작업하기엔 3D 작업량이 생각보다 많았죠.

게다가 더미 애니메이션이 빨리 완성되어야만 이를 바탕으로 그림을 그릴 수 있었기에, 작업 속도 또한 빨라야 했습니다. 그래서 제 나름대로 3D 작업을 할 때 작품에 필요한 것과 불필요한 것을 나눠보았죠. 예를 들면, 모델링에서는 가능한 한 로우 폴리곤으로 표현하면서도 3D 모델을 바탕으로 그림을 그릴 때 캐릭터의 특징이 잘 살아나도록 하는 것처럼요. 불필요한 디테일을 최대한 제거하고 작업을 한 것이죠.

배경 작업이나 키 애니메이션을 진행할 때 각 장면을 처리하기 위한 시간의 안배가 관건이었는데, 중요한 장면 작업을 할 때는 당연히 작업 시간을 많이 할애했고 비교적 덜 중요한 부분은 과감히 생략하면서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습니다.

그 결과 3D 더미 애니메이션 작업은 생각보다 빠른 시간에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더미 애니메이션이 첫 실험이었던 탓에 완성 화면을 보았을 때 몇몇 장면이 아쉽게 느껴지더군요. 왠지 모르게 3D 애니메이션 느낌을 지울 수 없었기 때문이죠. 관객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겠네요. 다음에는 2D 애니메이션 느낌을 좀 더 살릴 수 있도록 애니메이션 키를 잡아야 할 것입니다.

이번 작업이 아주 디테일하거나 실사적인 고도의 테크닉을 요하는 작업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감각적인 작업을 요하는 부분이 많아 쉬운 작업은 아니었죠. 좋은 경험이었고, 다음 작품의 완성도를 향상시킬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어요.

■상황 3. 웃기라고 한 말 아냠마…애니메이션은 관객과의 소통이 이뤄질 때 생명력이 강해진다. 관객과 소통을 하려면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감독과 스태프 간의 원활한 소통이 필수이다. 그래야만 비로소 애니메이션을 향해 말문을 틀 수 있고,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수 있다. 만약 애니메이션 제작 과정에서 소통의 부재가 발생하면, 작품이 완성되고서도 관객과 제대로 된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을 것은 자명한 일이다.

정현욱 미술 감독 : 애니메이션에 간접적으로 참여해 소소한 부분을 맡아 작업을 했던 경우는 몇 번 있었으나, 이번처럼 두 손 두 발 다 담그고 작업에 참여한 경우는 없었어요. 틈틈이 제대로 작업할 기회를 노리고 있었던 차에 평소 알고 지내던 연상호 감독이 <사랑은 단백질>을 준비하며 함께 작업을 해보자는 제의를 해왔습니다.

애니메이션 제작이 주가 아니어서 미술 감독 제의가 부담스럽기도 했으나, 최규석 작가와의 친분과 <사랑은 단백질>에 등장하는 캐릭터의 실제 인물과 공간 역시 잘 알고 있었기에 이번 작업에 도움이 될 것 같아 작업에 참여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아무튼 작업이 시작되고 연 감독과 작업에 대한 많은 의견을 교환했음에도 애니메이션 제작 경험이 부족한 터라 배경 미술의 퀄리티를 어느 수준에 맞춰야 할지 고민이 많았죠. 많은 부분에서 헤맸고, 때론 적절한 선에서 완성도의 기준을 설정해야 했습니다.

정해진 일정과 작업량 그리고 여러 의견 사이에서 고민하고 또 고민하면서 완성에 대한 기준이 완벽하다고 할 수는 없으나, 수 개월이 지난 지금 일을 마무리하면서 돌이켜보면 걱정하고 고민했던 것 이상으로 작품이 잘 만들어져 참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제작을 하다 보면 개인 작업이건 팀 작업이건 간에 항상 아쉬움이 남기 마련인데요. 그런 아쉬움을 없애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신의 본질적인 실력 향상인 것 같아요.

<사랑은 단백질>은 만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고 완성도에 대한 기준 역시 감독의 머릿속에 확실히 자리잡고 있었지만, 이를 실제로 만드는 과정에서는 제작 로드 맵에 없는 여러 부분, 지형지물 등이 생기기 마련이라 서로 간의 의견 조율을 통해 추가하고 생략하는, 즉 일관성과 어울림을 조율하는 과정이 가장 중요했어요. '작품활동'과 '노동(작업)'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습니다.

이호 Egrim 2D 매니저 : 처음 <사랑은 단백질>의 제작 프로세스에 대해 설명을 들었을 때는 큰 어려움은 없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다만, 삽화체 애니메이션이 많지 않은 한국 애니메이션 현실에서 <사랑은 단백질> 캐릭터를'잘 소화해낼 수 있을까'하는 약간의 걱정은 있었지만, 작업자들의 눈과 손에 캐릭터가 익숙해지면서는 별다른 문제 없이 진행되었죠.

작품 캐릭터에 그림자가 많아 힘들긴 했지만, 색다른 경험이었고 캐릭터 특징이 잘 살아있어 작업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또 디지털 공정에서는 보통 캐릭터의 외곽 라인의 컬러만 변경하는 작업이 대부분인데, <사랑은 단백질>의 경우 외곽 라인에 블랙이 아닌 다른 컬러로 블러 효과를 적용해 형태를 완성하는 독특한 방식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보통 외주 작업을 하다 보면 작업 방식에서 정형화되기 마련인데, <사랑은 단백질> 작업을 계기로 새로운 방식을 접하게 되어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수시로 감독님과 의견을 교환하면서 작업을 진행했기에 작업 시 발생할 수 있는 오차를 최소화할 수 있었고요.

■상황 4. 호홍~ 그거 닭뼈 빻다가 물집 잡힌 거 아냐?동화작업 시 오류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법으로 선택한 것은 되도록 원화를 많이 그리는 것이었다. 원화를 그려내는 손에 물집이 잡히진 않았지만, 정해진 시간에 작업량을 마치려면 근무시간 내내 화장실에 갈 여유조차 없이 작업을 해야 했다. 물론 각 스태프들이 맡은 바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면, 엉덩이에 물집 잡히도록 앉아 있었어도 제 시간에 마치지 못했을 것이다.

장진열 원화 : <사랑은 단백질>은 제게 애니메이션이 나아갈 수 있는 또 다른 길을 보여준 작품이었습니다. <사랑은 단백질>의 작업 방식은 기존의 애니메이션 제작 방식과 현재의 기술이 어우러져 가장 합리적이고 효과적인 진행과 결과를 가져왔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제작 환경 역시 놀랍도록 잘 짜여지고 구축되어, 정말이지 애니메이터의 한 사람으로서 이 작업에 참여한 것을 진심으로 기쁘게 생각합니다.

김창수 작화 감독 : <사랑은 단백질>을 끝내면서 작업했던 지난 7개월의 시간들을 돌이켜보니, 참 즐겁게 작업을 했구나 하는 마음입니다. 물론 중간에 지칠 때도 있었지만 다다쇼 팀의 유쾌한 에너지로 다시 힘을 얻고는 했죠. 처음 작업을 시작할 때의 열정을 작업하는 내내 유지할 수 있게 서로 힘이 되어준 연상호 감독님과 스태프 모든 분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이제 작품을 관객들 앞에 공개하는 일만 남았는데, 보다 많은 관객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게 되길 기대해 봅니다. 작품이 끝날 때마다 의미 있는 방점을 찍게 되는 건 다음 작품을 위한 과정이라 생각하기에 아쉬움보다는 새로운 기대가 더 많아집니다.

작업을 진행하면서 우리는 여러 애니메이션 작품을 함께 보며 분석하고 연구했다. 대가(大家)라 불리는 감독은 왜 대가인지 다시금 이해하게 되었고, 도저히 우리 능력으로는 쫓아갈 수 없는 경지에 이른 듯한 연출, 레이아웃, 원동화, 컬러, 효과 등을 재발견하면서 스스로의 능력이 미치지 못하는 것에 힘들어하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들이 새롭게 만들었거나 처음 시도했던 제작 방식이 1년의 세월이 지나면서 효과를 보기 시작했고 자신감도 생겼다. 또 절대 넘지 못할 것만 같은 성취를 이룬 대단한 애니메이션에 사용된 많은 기술적, 감각적 표현들 역시 충분히 해낼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고, 실제로 <사랑은 단백질> 속 몇몇 장면들은 연구와 분석, 재창조의 과정을 거쳐 탄생되었다. 때로는 몇 번의 손가락 놀림으로 해결될 일을 좀 더 어렵고 힘든 방법으로 작업해야 하는 상황도 있었지만, 분명한 것은 <사랑은 단백질>과 함께 한 1년의 시간은 모든 스태프들에게 성장할 수 있는 큰 힘이 되었다는 것이다.

■상황 5. 아저씨, 이제 닭돌이 그만 보내셔야죠머리띠를 하고 있는 꽃미남 홍찬이 닭사장에게 건네는 대사다. 이제 다다쇼 스태프들은 <사랑은단백질>을 세상으로 내보내야 한다. 만족스럽지 못한 부분은 조금 더 다듬고 싶지만, 이제는 세상에 내놓을 때다. 부족한 부분은 관객의 냉정한 평가로 채워질 것이다. 우리는 <사랑은 단백질>과 첫 대면을 하게 될 관객부터, 앞으로 이 작품을 기억할 관객까지 모두가 많은 비평을 해주시길 원한다.

많은 전문가들이 한국 애니메이션의 발전과 부흥을 위해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지만, 애니메이션의 회생은 시나리오와 연출에 대한 능력 배양, 새로운 기술과 시스템 도입, 풍부한 자본의 투자만으로 쉽게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애니메이션에 대한 낡은 관습을 벗고 작품 본질에 대한 진솔한 접근이 이뤄져야 한다. 또한 작품들마다 무수히 많은 평가들이 쏟아져 나와야 한다. 긍정과 부정을 아우르는 냉정하고 날 선 비평이야 말로 <사랑은 단백질> 작품과 애니메이션을 하는 우리들이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것이다.

■상황 6. 언제나 우리 마음 속에서 살아 숨 쉬고 있을 거예요알타미라 동굴벽화부터 시작된 애니메이션 역사 속에서 <사랑은 단백질>의 의미는 그저 한 점을 찍는 정도에 불과하지만, 그 점은 또 다른 점을 위한 것이고 그 점들이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하나의 선으로 연결되어 가시화될 것이다. 170여 개의 컷에 담긴 것은 비단 <사랑은 단백질>의 이야기만이 아닌, 시대의 고민과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의 삶까지 촘촘히 담겨있다.

곧 세상을 향해 손을 내밀 애니메이션 <사랑은 단백질>이 관객들과 함께 호흡하며, 작품에 참여한 모든 이들에게 새로운 희망의 반석이 되길 기대해본다. 지금 이 순간, 연상호 감독을 비롯해 다다쇼 스태프들은 더 크고 깊은 호흡을 위해, 다시금 관객을 만나기 위한 새로운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 그들의 열정은 좀처럼 지칠 줄을 모른다.

그동안 7회로 진행된 '연상호 감독 신작 애니메이션 <사랑은 단백질>의 프로덕션 제작 스토리'를 읽어준 독자 여러분에게 다다쇼 스태프들을 대신해 고마움을 전한다. 아울러<사랑은 단백질>의 완성 과정을 소개할 수 있는 지면을 마련해준 CGLAND와 최시내 기자에게도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후반 작업이 한창인 <사랑은 단백질>이 곧 여러분과 만나게 될 날을 기다리며 연재를 마친다.

김승인 스튜디오 다다쇼 프로듀서(www.cgla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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