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정과 분노' 김처선-연산군 역사 속 애증의 관계 어땠나


[뉴스엔 김형우 기자]
SBS 대하사극 '왕과 나'가 1일 내시 김처선과 폭군 연산군의 애증을 담으며 종영했다.
특히 '왕과 나'는 폐위당한 연산군(정태우 분)이 어렸던 자신과 김처선(오만석 분)의 아름답고 행복했던 한 때를 회상하고 목도하는 장면으로 종영돼 시청자들의 눈시울을 적셨다.
역사 상으로도 김처선과 연산군은 그 애정과 분노가 엇갈리는 미묘한 관계에 놓여있었다. 어떤 때는 김처선에게 무한한 신뢰를 보이기도 하다가 종국엔 김처선을 잔인하게 죽이고 이름마저 쓰지 못하게 한 연산군.
과연 연산군과 김처선의 관계는 실제로 어땠을까?
● 연산-김처선 애증의 관계
김처선이 성종의 시묘살이를 마치고 궁에 입궐했을 때 연산은 그를 크게 중용했다. 성종과 남달랐던 관계였던 김처선도 그의 아들인 연산에게도 깊은 애정을 가졌을 것으로 짐작된다. 더욱이 성종의 최측근으로서 폐비윤씨 사사를 지켜봤던 김처선이 연산에 대한 연민을 느꼈을 가능성도 높았다.
연산이 폭정을 일삼을 때에도 김처선에 대해서만큼은 비교적 온화하게 대했다. 조선왕조실록에 의하면 김처선이 죄를 지어 연산군의 분노가 극에 달했지만 하루 만에 그를 복직시켰다. 이는 연산과 김처선의 관계가 애증이 교차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다.
직접적인 기록은 남아있지 않지만 조선왕조실록과 여러 사서들을 바라보면 연산은 김처선을 매우 신뢰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또 왕권 강화를 위해 환관을 중용했던 연산이 김처선이 아닌 김자원을 이용한 것을 감안하면 김처선의 곧은 성품을 연산도 이미 알고 있었던 듯 하다.
어찌됐든 김처선은 연산에 대한 극언을 내밷고 처참한 죽임을 당했다. 김처선의 죽음에 대한 묘사는 사서에 따라 다르다. 화살을 맞아 죽었다는 기록도 있으며 몸이 갈기갈기 찢겨 죽었다는 기록도 존재한다. 연산이 김처선을 사자굴로 내던졌다는 기록도 남아있다. 조선왕조실록에는 자세한 서술이 나와있지 않다.
연산은 김처선을 죽인 뒤 모든 언어에 처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명령했다. 이유는 처라는 글자는 김처선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연산이 극악무도한 기행을 일삼았지만 이 정도로 극도의 분노를 표출한 적은 거의 없었다. 김처선에 대한 신뢰와 믿음이 강했던만큼 그에 대한 배신감이 컸다는 것을 방증하는 사례다.
● '역사 속' 김처선 어찌 죽었나
조선왕조실록 연산조 기록엔 김처선이 어떤 직언을 고했는지 설명돼 있지 않다. 그저 연산군이 김처선의 말에 분노해 그의 가족들을 멸하고 처(處)라는 말을 쓰지 말라고 했다는 기록이 있다.
연산군일기에는 주석을 통해 "외인들이 말하길 '왕이 처선에게 술을 권하매 처선이 술에 취해 규간하는 말을 하니 왕이 노해 칼을 들고 그의 팔다리를 자르고 쏘아 죽였다'고 한다"고만 기사화했다.
이처럼 실록엔 김처선이 그저 술주정을 벌이다 죽은 것으로 되어 있다. 연산군을 몰아낸 중종 역시 김처선이 한 일을 "술에 취해 망령된 말을 했다. 바른 말을 하는데 뜻은 둔 것이 아니다"고 못박았다.
이런 김처선을 죽음을 연산조 200년 후인 영조 때 실록에도 기록됐다. 영조는 김처선을 충신으로 인정한 최초의 왕이다. 영조실록에는 김처선의 죽음을 "..호랑이의 굴에 던졌으나 호랑이가 잡아먹지 않자 이에 결박해 살해하니.."라고 묘사했다.
이와 같이 실록엔 김처선의 죽음이 상세히 설명돼 있지 않다. 충신보단 술주정뱅이 이미지가 다분하다. 그러나 야사인 연려실기술을 살펴보면 김처선이 얼마나 늠연했는지 알 수 있다.
연려실기술은 "김처선이 연산군에게 매양 정성을 다하여 간하니 연산군도 노여움을 티내지 않았다. 연산군의 폭정이 지나치니 김처선은 집을 나서며 "오늘 나는 반드시 죽을 것이다"고 말했다"며 "연산군 앞에서 김처선이 "네 임금을 섬겼고 경서와 사서를 통했지만 고금에 전하와 같은 이는 없었다. 늙은 내시가 어찌 죽음을 아껴 충언을 하지 못하겠느냐. 다만 전하가 오래도록 보위에 계시지 못할 것이 한스러울 뿐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고 적었다.
연려실기술에 따르면 연산군은 화살 두개를 김처선에게 쐈고 다리를 잘랐다. 나중엔 연산군이 몸소 배를 갈라 창자를 끄집어냈는데 김처선은 죽을 때까지 직언을 했다.
김형우 cox109@news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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