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름답다', 미녀는 꺾여 마땅한 꽃인가

2008. 2. 1.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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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아름다운 것은 운명이다.'

아름다워서 불행한 여인이 있다. 아름다움을 벗어내기 위해 스스로 파멸의 길을 걷지만, 아름다움은 결코 벗어날 수 없는 굴레였다.

김기덕 감독의 첫 원작 영화로 기대와 궁금증을 증폭시킨 영화 '아름답다'가 베일을 벗었다. 메가폰을 잡은 전재홍 감독은 이 작품으로 '2008 베를린 국제영화제 파노라마 부문'에 초청되며 '제2의 김기덕'이라는 찬사를 받기도 했다.

'아름답다'는 소름 끼칠 만큼 잔인했다. 아름다움에 대한 전혀 다른 시각과 문제의식으로 세상의 모든 남자들을 폭력적으로 그려낸다. 김 감독의 '나쁜남자'를 연상케 한다.

극중 은영(차수연)은 "예뻐서 오해도 많이 받고, 또 진정한 사람을 만나기도 힘들다"고 말한다. 여자가 볼 때는 재수 없고, 남자가 볼 때는 소유욕을 자극하는 불행한 인물이다. 우정을 지킬 수도, 사랑할 수도 없는 외로운 여자다.

어느 날 은영은 스토커 중 하나인 성민(김민수)에게 성폭행을 당한다. 강간범은 "당신이 너무 아름다워서 그랬다"고 말한다. 경찰에 자수하면서도 "내가 강간한 게 아니라 아름다움이 날 강간했다"고 소리친다.

철저히 망가진 은영은 모든 불행이 자신의 아름다움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아름다움을 파괴하기 위해 폭식과 거식을 일삼는다. 최후에는 술집 접대부처럼 짙은 화장을 하며 왜곡된 아름다움으로 철저히 자신을 짓밟는다.

이제 더 이상 은영을 향해 "아름다워서 부럽다"는 말을 꺼내지 못한다. 아무리 노력해도 아름다울 수 밖에 없는 은영의 비극적 아름다움은 그녀를 더욱 비참하게 한다. 한편으로는 더럽고 추하게 변해버린 자신을 보며 잃어버린 아름다움에 집착하는 아이러니한 모습도 보인다. 이 모든 것이 운명적 한계다.

그런 은영을 안타깝게 지켜보는 남자가 있다. 은철(이천희)은 묵묵히 은영을 지켜주며 사랑의 감정을 키워간다. 하지만 그의 사랑의 방식 역시 뒤틀리기는 마찬가지다. 꽃을 꺾고자 하는 이기적인 소유욕은 비극적 결말을 예고한다.

극중 남성들은 비정상적인 모습으로 그려진다. 폭력성을 불러온 것 또한 은영의 지나친 아름다움 때문이라고 말한다. 아름다움이 죄가 될 수 있는 현실을 이해하는 순간 '아름답다'는 미치도록 슬픈 영화가 된다. 죽어서까지 아름다웠던 시체는 최후의 순간까지 강간당한다.

그렇다면 아름다움은 축복일까, 저주일까. 아름다움이 독이 될 수 있다는 충격적 발상으로 사회의 절대적 미의식에 도전한다. 자신의 아름다움을 스스로 파괴해가는 한 여자의 슬프고 무서운 잔혹 동화다.

<관련사진 있음>

윤근영기자 iamyg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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