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 크리스마스 이브 '종로 모텔' 속으로..

2007. 12. 25.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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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 오후 3시쯤 서울 종로구 M모텔을 찾은 20대 초반 연인들이 로비에 서서 객실 배정을 기다리고 있다. <송정헌 기자 scblog.chosun.com/heoniya>

 언제부턴가 크리스마스는 종교를 초월한 기념일로 통한다.

 특히 크리스마스 전야인 24일은 '젊은 연인들끼리 선물을 주고 받거나 데이트 하는 날'이라는 인식이 불문율처럼 자리잡고 있다. 이날 백화점, 영화관, 고급 레스토랑 못지 않게 짭짤한 특수를 누리는 곳이 바로 모텔이다.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일대에서 일명 '빅2'로 통하는 M모텔과 C모텔을 찾아가 크리스마스 이브 분위기를 지켜봤다. M모텔은 86개의 객실을 갖춘 매머드급으로 유명하고, 지난 7월 개장한 '디자인 모텔'을 표방한 C모텔은 갤러리 못지 않은 고급 인테리어로 소문이 자자하다.

◇ M모텔 로비에는 장시간 기다리는 고객을 위해 과일, 초콜릿, 팝콘, 커피, 잡지 등이 비치돼 있다(위). C모텔 로열스위트는 82㎡(약 25평) 정도의 아파트와 맞먹는 규모이며, 최고급 수입자재, 첨단 가전제품으로 내부를 꾸며놓았다. <송정헌 기자>

 ▶ 당당한 20대, 어른들은 모른다!

 이날 점심시간이 지나면서 M모텔의 86개 객실은 풀가동되기 시작했다. 빈 객실이 나오기가 무섭게 기다리고 있던 커플이 들어갔다. 오후 3시40분쯤 번호표를 든 채 로비에서 기다리는 인원은 15쌍이 넘었다. 생면부지의 커플과 나란히 소파에 앉아 있지만 어색한 기색은 없다. 자기 순서가 되면 열쇠를 받아들고 엘리베이터에 탄다. 다른 커플과 함께 타도 아무렇지 않다. 여성이 앞장서서 들어오거나 돈을 내는 경우도 종종 눈에 띄었다. M모텔측은 "여성 고객이 직접 예약하거나 와서 돈을 내는 경우는 전체의 30% 정도"라고 말했다.

 커플이 몰리는 시간대는 대략 정해져 있다. "오후 3시 전후, 오후 6~7시 등 인근 멀티플렉스의 영화 상영이 끝나는 시간쯤에 10~20 커플이 동시에 몰린다"는 게 M모텔측의 설명이다. 오후 10~11시 사이 모텔 로비는 숙박할 커플로 북적거린다.

 내년 2월 대학 졸업예정이라는 이모씨(남ㆍ25)는 "여자친구와 모텔에 자주 오지만 죄책감 같은 건 별로 없다. 내가 뭘 하든 남들 의식하지 않으려고 오는 것 아닌가"라며 "아는 사람을 만난 적은 없지만 혹시 만나더라도 부끄러워하거나 피할 이유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 주말 같은 성탄절? 성탄절 같은 주말!

 '1년 중 모텔 손님이 가장 많은 날'은 크리스마스일까. 꼭 그렇지도 않다. M모텔과 C모텔은 평소 주말(금-토-일)에도 1시간쯤은 기본(?)으로 기다려야 할만큼 인기가 높다. 어차피 객실 숫자는 한정돼 있기 때문에 성탄절 고객이 50% 늘어나도 수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두 곳 모두 '성탄절 숙박 예약'은 이미 열흘 전에 끝났다. 평소 주말엔 숙박이든 대실이든 예약이라는 제도 자체가 없어 무조건 와서 기다려야 하지만 성탄절만큼은 예약을 받는다. 여기서 예약이란 숙박요금을 미리 지불한 경우를 말한다.

 ▶ 아침형 고객은 3시간 연장 혜택

 20대 초~중반 남녀, 특히 대학생들이 종로 모텔의 주요 고객이다. 물론 40~60대까지도 있다. 종로구 모텔의 특징 중 하나는 고객 대부분이 걸어서 들어온다는 점이다. 승용차를 이용하는 고객은 10~20%에 불과하다. 객실은 만원인데 주차장은 절반 이상 비어 있었다.

 M모텔 프론트 직원에게 "오늘 첫 손님은 몇 시에 왔는가"를 묻자 "오전 8시"라는 답이 돌아왔다. 남들이 출근하는 시간에 모텔에 입실한다? 기자의 상식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 대목이다. M모텔 관계자는 "오전 손님들은 MT가이드 회원일 경우 5000원 할인을 받고, 기본(4시간)에다 3시간을 추가해준다"며 "꼭 아침에만 오는 커플이 있는데 한달동안 19차례 방문한 기록도 있다"고 말했다. 낮 12시 이전에 입실하는 '아침형 고객'은 평소 주말에도 20쌍 정도 된다는 게 모텔측의 설명이었다.

 ▶ 성탄절 특별 할증

 크리스마스엔 어딜 가나 '성탄절 메뉴판'이 따로 있다. 가격도 2~3배 뛴다. C모텔 로열스위트는 평소 주말가격이 12만원이지만 성탄절엔 25만원이다. 물론 51개 객실 모두 숙박 예약은 일찌감치 끝났다. 가격을 두 배로 올려도 수요는 넘친다. M모텔 스위트 역시 7만원에서 21만원으로 3배 올랐다. 크리스마스에 오는 커플손님은 절대 가격을 놓고 실랑이를 벌이지 않는다. "숙박은 예약이 끝났고, 대실은 1시간 이상 기다리셔야 한다"는 직원의 말에 발길을 돌리는 커플이 있는가 하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다리겠다는 커플도 적지 않았다.

 ▶ 모텔을 찾는 동성커플, 그 오해와 진실

 M모텔과 C모텔에서 여성 동성커플을 목격했다. 어떤 이유로든 직장 동료가 함께 숙박하는 경우는 흔히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오후에 잠깐 이용하는 '대실'이라면 얘기는 조금 달라진다. C모텔 관계자는 "전체 고객을 100으로 본다면 5% 정도는 여성 2명이 함께 온 손님"이라며 "사회 전반의 개방적인 풍조 때문인지 여성 커플들도 남의 눈을 의식하지는 않는다"고 전했다. M모텔측은 다른 해석을 내놓았다. "평일에 4만원을 내면 스위트룸을 4시간 빌릴 수 있다. 42인치 PDP-TV와 컴퓨터를 연결해 게임을 즐기거나 빔프로젝터로 영화를 보는 여성들이 많다"며 "다른 사람에게 방해받기 싫어 모텔을 찾는 것일 뿐 무조건 동성애자로 보는 것은 무리"라고 설명했다.

 스위트룸에서 송년파티를 하는 여성 단체고객도 많다. 그러나 3인 이상 혼숙은 절대 불가능하다. 또 미성년자로 추정되는 고객, 특히 여성에겐 신분증 제시를 요구한다.

 객실에는 당연히(?) 피임기구(콘돔)가 비치돼 있다. 모텔 직원은 "다른 비품은 가져가는 사람이 꽤 있지만 콘돔을 가져가는 경우는 별로 없다. 그리고 커플마다 1개 이상은 꼭 사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 곽승훈 기자 scblog.chosun.com/europea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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