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드라마 최고 어록은?




[마이데일리 = 고홍주 기자] "지나간 자장면은 다시 돌아오지 않아."
지난해 한예슬이 이 대사 하나로 톱스타 반열에 올랐다. 드라마 '환상의 커플'에서 기억상실에 걸린 도도한 재벌가 상속녀인 안나조(나상실)의 성격과 이 역할로 분한 한예슬의 연기가 절묘하게 어우러져 시너지 효과를 발휘한 것이다. 그만큼 드라마 속 명대사는 극의 장면, 캐릭터가 절묘하게 일치해야 빛을 발할 수 있다.
2007년 올 한 해도 다양한 작품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에 따라 드라마 속 명대사도 어김없이 장안의 화제가 되고는 했는데, 올 한 해 시청자들을 울고 웃게 만든 명대사의 향연을 살펴봤다.
◇ 로맨스 어록, 이보다 감미로울 수 없다
올 한 해 최고의 베스트 커플로 꼽히고 있는 MBC '커피프린스 1호점'의 한결, 은찬 커플이 남긴 어록만 해도 수만가지다. '커프' 커플이 휩쓸고 간 열풍은 '마이찬', '한결스럽다' 등 각종 신조어 탄생으로 이어졌다.
그중에서도 은찬(윤은혜 분)이 여자라는 사실을 모른 채 자신의 성정체성에 괴로워하던 한결(공유 분)이 "네가 남자건 외계인이건 상관 안 해. 가보자, 갈 데까지 한번 가보자"라고 과감하게 고백하는 장면은 뇌리에서 잊혀지지 않을 만한 명대사로 꼽히고 있다.
MBC '태왕사신기'에서 담덕(배용준 분)이 남긴 말은 거의 숭배 수준이다. 배용준의 빛나는 미모(?)와 함께 군주로서 전하는 말들도 주옥 같지만 수지니(이지아 분)에 대한 애틋한 사랑도 또 하나의 로맨틱 어록으로 꼽히고 있다.
담덕과 이별하기에 앞서 "임금님 등에서는 좋은 냄새가 나요"라며 담덕에게 살포시 기대는 수지니의 고백은 보는 이마저 안타깝게 만들었다. 종영 단 한 회를 앞두고 8년만에 재회한 두 사람이 나눈 대화도 어록으로 남길 만큼 인상적이었다. 눈물을 그렁인 채 서로를 바라보며 "임금님이 궁에 계셔야지요", "이제부터는 네가 있는 곳이 궁이다"라고 대화를 주고 받는 모습으로 대미를 장식한 23회 방송분은 시청자들마저 가슴 벅차게 했다.
◇ '아~무 이유 없이 웃기네' 배꼽잡게 한 코믹 어록
이른바 '하우젠 발음 어록'으로 드라마 못잖게 인터넷 공간에서도 화제를 모은 이가 있으니 그 주인공은 바로 신동욱. SBS 드라마 '쩐의 전쟁'에서 냉철한 사채업자로 등장한 그가 "표정 관리하세요", "누구나 가슴에 상처 하나쯤은 있는 거에요"라고 외치는 대사는 "피죤 관리하세요", "누나 가슴에 삼천원 쯤은 있는 거에요"로 전달돼 인터넷상을 뜨겁게 강타했다.
신동욱의 극중 이름인 '하우성'을 딴 '하우젠 발음 어록'으로 일파만파 퍼져 웃음을 선사했던 이 같은 해프닝은 신동욱이 "치열이 고르지 못해 얼마전부터 교정기를 낀 상태라 발음이 가끔 샐 때가 있다"고 해명하면서 일단락됐다.
1995년 최대 히트작인 SBS '모래시계'에서 사형 직전 "나 떨고 있니"라는 불후의 명대사를 남긴 최민수. '모래시계'의 송지나 작가와 김종학 PD와 재회해 호흡을 맞추고 있는 MBC '태왕사신기'에서는 악역 화천회 대장로로 분해 은근한 코믹함을 선사하고 있다.
극 초반 최민수가 특유의 카리스마와 함께 음침한 어투로 중얼거리던 "쥬신의 별이 빛나고, 쥬신왕이 태어날 때, 세상 끝까지 퍼져지키는 영웅이시어"라는 대사는 "쥬우신의 벼얼이 빛나고오, 쥬우신와왕이 태어나알 때, 세상 끄읕까지 퍼져지퀴는 화아천에 영웅이시어.."라는 2~3배속 느린 말투로 유행처럼 번져나갔다.
◇ 노처녀 여주인공, 드라마 중심에서 현실을 외치다
30대에 접어든 남녀간의 우정과 사랑을 그린 MBC 드라마 '9회말 2아웃'은 야구에 빗댄 어록으로 화제를 모았다. 특히 "남자는 스킨십을 향해 달려가고 여자는 스킨십에서부터 시작한다"는 난희(수애 분)의 독백은 이 시대 청춘남녀들의 감성을 대변하는 대사로 공감을 샀다.
또한 최종회에서 대미를 장식한 수애의 대사 중 "우리는 각자 가슴 뜨거운 사랑을 경험했고 그 잔상을 끌어안은 채 또다시 사랑을 한다. 가슴 속에 오로지 서로만 있지 않아도 좋다. 결벽은 이제 사라졌다. 상처가 이 사람의 일부라면 그것까지 같이 사랑하고 싶다"라는 내레이션도 여운을 남겼다.
얼마전 종영한 KBS 드라마 '얼렁뚱땅 흥신소' 중 은재(이은성 분)의 어마어마한 집을 구경하고 돌아온 희경(예지원 분)이 질투와 함께 자신의 초라한 삶에 회의를 느낀 나머지 내뱉은 말이다.
"네 말이 맞았어, 내 상상은 75 A컵 수준으로 빈약해. 50평 짜리 아파트, 고급빌라까진 참을 수 있지만 얘는 정말 너무하잖아."
'빈약한 상상력'을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여성의 가슴 사이즈에 빗대어 말하는 이 대사는 톡톡 튀는 '얼렁뚱땅 흥신소'만의 재미를 느끼게 했다.
◇ 감동 어록, "기적을 믿나요?"
"내가 당신께 기적이 되었다면 당신이 먼저 내 삶에 기적을 일으켜주었기 때문입니다. 당신께 고맙습니다"
2007년 최고의 감동을 선사한 명작을 꼽으라고 한다면 주저없이 MBC '고맙습니다'를 떠올릴 것이다. 에이즈에 걸린 딸과 미혼모의 이야기를 그린 이 드라마는 말 한마디 한마디에 따스한 감동이 느껴졌을 정도로 명대사의 향연이 이어졌다.
"봄이에게 아빠가 없는 건 나쁜 게 아니고 이상한 게 아니고 다른 거죠? 내가 미혼모인 것은 잘못한 게 아니고 이상한 게 아니고 미안한 게 아니고 그냥 다른 거죠? 그죠? 저한테 그렇게 가르쳐 줬죠?"
"오른쪽 눈이 작은 사람이 있고, 키가 큰 사람이 있고, 검지가 중지보다 긴 사람이 있는 거라고."
영신(공효진 분)의 질문으로부터 시작돼 따스함 어린 눈빛으로 입을 모으는 기서(장혁 분)와 영신의 모습은 미혼모 에이즈 등 이 세상의 모든 편견에 경종을 울리게 하는 대목이었다.
"초코파이 줄까요?"
올 한 해 초코파이의 매출까지 올려놓은 최고의 명대사다. 치매에 걸린 미스타리가 눈을 감기 직전까지 푸른도 마을 주민에게 초코파이를 남기고 정을 나누는 모습에서 어우러진 이 대사는 웃음과 감동이 공존했다는 평가다.
◇ 의학드라마도 명대사 열전 '하얀거탑' VS '외과의사 봉달희
올 한 해 MBC '하얀거탑'과 SBS '외과의사 봉달희'가 의학 드라마의 부활을 예고하며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의학 드라마라는 특성상 대개 전문 의학용어가 많이 등장하는데, 이 가운데에서도 명대사가 속속 유행어로 양산되고는 했다.
SBS '외과의사 봉달희'에서 단연 인기는 시도 때도 없이 버럭 화를 내는 '버럭범수' 이범수의 어록이다. 극중 봉달희(이요원 분)를 향해 "야~이 돌대가리야"라고 소리 지르는 안중근(이범수 분)의 이 대사는 차갑지만 인간적이고도 코믹함이 함축돼 연일 화제를 모았다.
MBC '하얀거탑'에서는 노민국으로 특별 출연한 차인표가 코믹 어록을 양산했다. 그냥 들으면 아무 의미도 없는 대사이지만 차인표의 카리스마 있는 어조와 맞물려 코믹 유행어로 탈바꿈한 명대사다.
▶ "저희 존스 홉킨스에서는 말이죠."
▶ "그 부분은 이미 익스큐즈 된 것이 아니었습니까?"
▶ "지금 나 자신을 얼마나 억제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까?"
또한 SBS '외과의사 봉달희'에서는 심장 병력을 지닌 1년차 레지던트 봉달희의 독백이 시청자들의 감성을 자극했다.
"사람의 가슴 한가운데는 쉼 없이 펌프질을 해대는 뜨거운 심장이 있고, 사람의 온몸 구석구석에는 36.5도의 따뜻한 피가 흐른다. 심장이 멎고 피가 차가워지면 사람은 죽는다. 사람의 피가 36.5도인 이유는 적어도 그만큼은 뜨거워야하기 때문이다."
◇ '내남자의 여자' 명대사 향연…적나라하긴 해도 공감되네
언어의 마술사라 불리는 김수현 작가는 '불륜'이라는 소재마저도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힘을 지녔다. SBS 드라마 '내남자의 여자'에서의 적나라하면서도 감칠맛 나는 대사는 가끔 욕설의 수위까지도 아슬하게 넘나들지만 공감과 현실성을 담보해 시청자들을 묘한 매력에 빠져들게 했다.
"사랑도 한때 젊음도 한때, 죽는 날이 다가오면 그때가 있었지라고 회상하겠지"
는 막을 내리는 순간 화영이 내뱉은 말이다. 친구의 남편과 뜨거운 사랑을 나눴던 화영(김희애 분)이 이별의 순간 중얼거리는 이 말은 주인공의 함축적 심정이자 '격정적 사랑도 화려한 젊음도 한때로 끝나지만 삶은 지속된다'는 드라마가 전하고자 하는 의미와도 무관하지 않았다.
김수현 작가는 불륜으로 위기에 놓인 화영과 준표(김상중 분) 그리고 지수(배종옥 분) 등 세 주인공의 속내를 대변한 독백과, 허락되지 않은 불 같은 감정을 어느 정도는 이해하면서도 현실과도 타협할줄 아는 은수(하유미 분)와 달삼(김병세 분)에서 시선으로 드라마를 이끌어갔다.
▶ "너 남자가 딴 여자랑 바람필 때 제 가정 깨져도 상관없다 그러면서 피는 줄 아니? 남자 몰라도 한참 모르는 게 우리 불쌍한 여자들이야. 완전 미친 놈 아니면 조강지처에 자식 버리고 다른 여자 갈아타기 안해"
▶ "남자가 얼마나 이기적이고 저만 아는 동물인데. 만지고 쭉쭉거리고 히히덕거리는 거 따로 지 봄보신 따로야 이것아. 집안에 문제아 되고 친구들한테 미친 놈 되고 직장에서 찍히고 그래도 상관없다할 놈 별로 없어. 그걸 알아야지."
▶ "너 유부녀 유부남 눈맞아 인사불성 불륜에 빠지지? 즈들은 사랑이라지만 불륜 맞어. 그럼 끝이 대개 어떻게 나는지 알어? 여자 천하 죽일 여편네 돼. 먼저 이혼하고 남자 이혼 기다리지? 백년이 가도 남자 이혼 안하고 결국 여자 닭쫓던 개 꼴 만들어 너. 그게 남자야. 남잘 뭘 믿고 어이구 정신 차려."
▶ 이성보다 충동적 감정이 앞서는 화영이 준표에 대한 마음을 되뇌이며 "자꾸만 그리워. 너무 그리워. 같이 있자? 그리워 만지면서도 그리워. 이런 거 처음이야. 아무래도 아프로디테 마수에 걸린 거 같아. 난 색정녀가 돼버린 느낌이야.
▶ "딴 여자 보고 다니는 남자 마누라 심장은 강철이 아니라 뭘로 만들어졌다고 해도 한순간에 산산조각이야."
▶ "평생 한 사람한테만 영원한 사랑. 그걸 너는 믿니? 그런 건 없어. 불가능해. 사랑에 불변은 없어. 사랑의 감정은 생물처럼 끊임없이 변하고 흔들리는 거니까."
▶ "미워서 죽이고 싶을 때에도 당신을 사랑했어. 하지만 당신 사랑은 비겁해."
▶ "올인했다고? 올인은 전부를 다 내놓는거야. 목숨까지도 상관없는게 올인이야. 챙길거 챙기고 남길거 남기는게 올인이라면 올인 뜻을 바꿔야해."
▶ "다 바람 같은거야 뭘 그렇게 고민하는거니. 만남의 기쁨이건 이별의 슬픔이건 다..한순간이야. 사랑이 아무리 깊어도 산들바람이고, 오해가 아무리 커도 비바람이야. 외로움이 아무리 지독해도 눈보라일 뿐이야. 폭풍이 아무리 세도 지난뒤엔 고요하듯 아무리 지극한 사연도 지난뒤엔 쓸쓸한 바람만 맴돌지..다..바람이야.."
◇ '이산'보다 더 인기…홍국영 어록
MBC 창사46주년 특별기획 '이산'의 홍국영 어록이 연일 화제다. 그중 현장 애드리브도 포함됐다고 고백한 한상진이 극중 내뱉은 대사는 '꼴통', '개소리'와 같은 유행어로 시작해 이산을 보필하는 측근으로서의 뼈 있는 어록으로 발전했다.
다음은 화제를 모았던 홍국영 어록
▶ "아둔하기가 돼지같다더니 자네가 딱 그 짝이로군."
▶ "소신에겐 반드시 힘을 얻겠다는 야심이 있습니다. 그것을 얻기 위해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지요."
▶ "걱정이 반찬이면 상다리가 부러지겠구만."
▶ "자고로 친구를 가까이하되 적은...더 가까이 하란 말이 있지요."
▶ "요란한 천둥소리 뒤엔 반드시 큰 벼락이 치는 법이니까."
▶ "개를 따라다니면 결국 똥만 묻히는 법이거늘.. 내가 정신 나간 놈이지."
▶ "숲을 호령할수 없는 범은 더이상 범이 아니지"
▶ "자주 옮겨 심는 나무는 잘 자라지 않습니다. 작정하고 터를 잡았으면 그 자리에 뿌릴 내려야지요."
(고홍주 기자 coo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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