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유형지]우연히 만난 두 남녀의 격정적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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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죽고 싶을 만큼 누군가를 사랑한 적이 있나요?'
불륜을 이처럼 감미롭고 명분있게 그릴 수 있을까. 일본 영화 '사랑의 유형지'는 '실락원'의 작가 와타나베 준이치의 동명 원작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이미 소설은 2004년 11월부터 2006년 1월까지 '니혼게이자이' 신문에 연재되는 동안 출근시간

에 쫓기는 회사원, 특히 직장여성 사이에서 폭발적 인기를 모으면서 일본 열도를 달군 바 있다. 당시 '아이루케(사랑유형)'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키기까지 했다.
원작은 주인공 기쿠지의 시선으로 만남·후유카의 죽음·재판의 순서에 따라 진행됐지만, 영화는 도입부에 후유카의 죽음을 배치해 처음부터 관객의 몰입을 유도한다.
애잔하고 단아한 여인 후유카(데라지마 시노부)와 잊혀진 과거 베스트셀러 작가 기쿠지(도요카와 에쓰시). 마른 나뭇잎처럼 젊음도 사랑도 다 지나버린 일이라고 생각했던 두 사람은 우연한 만남에서 사랑에 빠진다. 후유카는 다시 여자가 되었고 기쿠지는 필력을 회복한다. "사랑한다면 지금 나를 죽여주세요." 둘이 함께 있는 지금, 가장 행복한 이 순간에 죽기를 원하는 후유카와 진정으로 사랑해 그녀를 교살하는 기쿠지. 둘이 선택한 사랑의 완성은 이런 것이었다.
소설과 연출가의 만남 또한 이상적이다. 쓰루하시 야스오 감독은 1962년 요미우리 방송국 입사 이래 줄곧 드라마 연출에만 전념해오다 2003년 도호쿠 영화제작사로 옮겨 본격적인 영화 준비를 해온 '드라마 강자'다. 변화무쌍한 가족사의 비밀이나 다양한 사회현상을 파헤치는 드라마로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의 드라마 속에는 익살과 비극, 성실과 불성실, 소명과 침묵 등 극과 극의 감정대립이 있으며 그는 이러한 감정을 잘 녹여내 '영상의 연금술사'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쓰루하시 감독은 소설 속에서 그토록 전달코자 했던 이루어질 수 없는 두 남녀의 격정적 사랑과 고통, 그리고 소유와 집착에 대한 본질적 질문을 영상에 옮겨 놓았다. 과연 남과 여는 어디까지 서로를 사랑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물음이다. 남자는 사랑의 열정을 모두 쏟아 부은 뒤 허무함을 통해 철학이나 시상을 창조하지만 여자는 두근거리는 열애와 그 속에서 느끼는 오르가슴을 통해 진정으로 자신이 원하는 열정을 추구해가는 존재라는 것이다. 따라서 감독은 상반된 남녀의 입장에 초점을 맞춘다.
노을에 젖은 붉은 도시 풍경, 네온사인이 번지는 야경, 흔들리는 나뭇잎 등 주변 배경의 미동마저도 감지해내는 감각적 영상은 보는 재미를 더한다. 특히 두 주인공의 첫 만남과 사랑의 발견, 그리고 아무도 모르게 진행되는 연애과정 등이 이러한 감각적 영상과 겹치면서 관객의 감정이입을 돕고나선다.
나는 '드라마의 신(神), 그 안에 있다'라고 자신감을 밝힌 쓰루하시 감독은 "영화를 보고나면 남자와 여자의 순수한 사랑, 그 안에 담긴 불 같은 열정과 허무가 무엇인지를 깨달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영화가 끝나고 극장문을 나설 때면 검사의 집요한 취조에 지친 기쿠지의 답변이 귓가를 맴돈다. 진솔하게 말했으나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 그 답변. "죽고 싶을 정도의 희열을 어떻게 설명할까요."
'남편이나 남자친구보다 드라마가 더 좋다'는 여성팬들에게 강추!
김신성 기자 sskim65@segye.com
* 제17대 대선 특별 사이트 http://17daes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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