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영화지만 김혜수 황정민 배우로 큰영화된 '열한번째 엄마'(씨네리뷰)



[뉴스엔 홍정원 기자]
|홍정원의 영화가 즐거워|
'사막에서 만난 오아시스 같은 모자 간의 사랑'
그동안 모성과 부성에 관한 영화는 많았다. 영화 '열한번째 엄마'(감독 김진성/제작 씨스타픽쳐스)의 '여자'(김혜수)는 지난해 '열혈남아' 모성애, 올해 '아들' '날아라 허동구' '마이파더' 등 부성애와는 색다른 모성애를 보인다. 아들 '재수'(김영찬)와 절절한 사랑을 한다.
이들의 사랑은 처음에는 서툴러 마치 '첫사랑' 같고 사막에서 목말랐던 와중에 반갑게 만난 '오아시스' 같다. '여자'와 남자아이 재수는 서로 불쌍한 것으로 따지면 둘째가라면 서러운, 서글픈 인생들이다.
"너 만나기 전엔 세상에서 제일 불쌍한 사람이 난 줄 알았는데… 아냐, 난 2등이구… 제일 불쌍한 거 넘버원은 너 같애."
'여자'가 노래방에서 재수를 이해하며 따뜻하게 건네는 말이다. 그래서인지 둘 다 못해 본 사랑은 봇물이 터지듯 샘솟는다. 자식을 사랑하는 엄마의 마음은 짝사랑이라고 했던가. 하지만 이들의 사랑은 그런 게 적용되지 않는다. 서로 200% 사랑을 표현한다. 그만큼 소외됐고 그리웠던 것이다.
집에는 여자가 있어야 된다는 나쁜 아빠(류승룡)의 철학(?) 때문에 그동안 열 명의 엄마들이 거쳐 간 재수는 어느 날 아빠와 함께 보라색 스타킹에 야한 화장을 하고 등장한 여자를 열한번째 엄마로 맞이한다. 재수의 친엄마는 오래 전에 '플란다스의 개'라는 책을 남긴 채 그의 곁을 떠났다. 친엄마의 선물인 '플란다스의 개'는 재수의 보물 1호다. 아빠는 첫 번째 엄마의 기억이 싫은지 아들 재수가 그 책을 끼고 도는 게 못마땅해 그에게 폭행을 가한다.
사실 자주 때리는 아빠는 재수와 열한번째 엄마를 연결해주는 계기를 만들어준다. 아무에게도 사랑 받지 않은 것 같아 쓸쓸해 보이는 '여자'와 재수는 자신을 닮은 서로의 상처를 이해하며 어루만진다. 재수는 처음부터 '여자'가 좋았던 건 아니다. 자는 시간 외에는 음식을 입에 달고 사는 '여자'는 툭하면 재수가 숨겨놓은 간식이나 식권을 축내는, 자식을 위해 희생하는 보통 엄마들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자신과 같은 처지에 놓인 재수와 생활하며 재수를 통해 자신을 비추고 점점 변해간다.
'열한번째 엄마'는 작은 영화지만 김혜수 황정민 류승룡 김지영 김영찬 등 배우들의 호연으로 큰 영화가 됐다. 엄마로 돌아온 김혜수는 그야말로 막장 인생을 사는 여자 역을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우울한 표정에 다크서클, 며칠 동안 감지 않은 듯한 까치집 머리는 고왔던 여배우 김혜수의 변신을 돋보이게 하는 무기다. '여자'가 가끔 자신의 비참한 삶을 잠시 잊고 싶을 때 화장한 모습은 그를 더욱 슬퍼 보이게 한다.
김혜수의 이름 앞에 '대배우'라는 수식어를 붙여도 아깝지 않을 만큼 열연한 '막장 인생 연기'는 빛을 발한다. 지난해 최동훈 감독의 '타짜'로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김혜수는 '열한번째 엄마'로 또 다시 영화제 수상 가능성을 시사할 정도로 물오른 연기를 선보였다. 인생을 다 산 듯한 무표정한 표정과 우울한 아우라는 스크린을 압도한다. 아역배우 김영찬의 연기 역시 연기경력 22년차 배우 김혜수와 잘 조화돼 화면에 녹았다.
옆집 백수 노총각 백중 역의 황정민과 그의 어머니 역을 맡은 중견배우 김지영은 자칫 무거운 분위기가 계속될 수 있는 극에 활력을 불러일으키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들의 연기는 김혜수-김영찬의 눈물 빼는 감동적인 연기와 어우러져 재미를 북돋운다. 12세 관람가. 29일 개봉.
홍정원 man@news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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