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가 키보드, 레오폴드 토프레 리얼포스 101

2007. 11. 14.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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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저널 버즈] 요즘 나오는 값비싼 입력 장치를 둘러보면 입이 쩍 벌어진다. '첨단'이라고까지 말할 수는 없겠으나 상용화가 가능한 모든 기술이 접목되어 있기 때문이다. 무선 기술에 갖가지 단축 버튼은 기본이다. 마우스와 한 몸인 무선 제품 중에는 단지 마우스를 특정한 위치에 올려두는 것 만으로도 충전이 이루어진다. 주변이 어두워지면 센서가 자동으로 이를 인식해 백라이트가 켜지기도 한다.

이러한 제품은 가격도 만만치 않다. 10만 원을 훌쩍 넘긴다. 하기야 이 정도 기능에 시쳇말로 이 정도 '간지'라면 10만 원이 넘는 만만치 않은 가격이어도 고개가 끄덕여질 만 하다.

레오폴드의 토프레 리얼포스 101은 어떤가? 이 제품, 겉모양만 본다면 만 원짜리 키보드보다 못한 모양새를 가지고 있다. 무선 기술은 고사하고 그 흔한 단축키 하나 없다. 심지어는 윈도우 95 출시 이후 무조건 붙어 나오는 윈도우 키도 찾아볼 수 없다.

가격은? 놀랍게도 24만 원이나 한다. 비슷한 모양의 만 원짜리 키보드 24개를 구입할 수 있는 가격이다. 왜 이렇게 비싼 걸까?

레오폴드 토프레 리얼포스 101

■ 정전용량 무접점 방식대부분의 사람들이 쓰고 있는 만 원 내외의 저가형 키보드는 멤브레인이라는 방식을 따르고 있다. 멤브레인 방식은 키캡과 PCB 기판 중간에 러버돔이라 부르는 고무 재질의 중간 매개체가 존재한다. 손가락으로 키를 눌러 키캡이 아래로 내려오면 러버돔은 이를 받아 그 아래에 있는 PCB 기판과 접촉되어 해당키가 눌러졌음을 신호를 보낸다.

정전용량 무접점 설계 방식을 채택한 리얼포스 101

말랑말랑한 고무 재질인 까닭에 키를 눌렀을 때 손가락으로 전해지는 느낌도 말랑말랑함과 크게 다르지 않다. 지금 쓰고 있는 키보드가 1만 원 내외의 저가형 키보드라면 평소 그 느낌, 그것이 바로 멤브레인 키보드의 키감이라 할 수 있겠다.

기계식 키보드는 멤브레인과는 다르게 키캡 끝에 PCB 기판과 접촉되는 스위치가 달려 있다. 반동을 위해 키마다 스프링이 달려 있는 것도 차이점이다. 말랑말랑한 느낌의 멤브레인 방식과는 다르게 기계식 키보드는 딸깍딸깍 경쾌한 느낌의 키감을 제공한다는 점으로 키보드 마니아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물론 요즘 나오는 기계식 키보드는 이러한 오리지널 기계식 키보드의 내부 구조를 그대로 따르진 않으나 기본적으로 원리는 같다.

레오폴드 토프레 리얼포스 101은 멤브레인도, 기계식도 아닌 정전용량 무접점 방식이라는 독특한 구조로 설계되어 있다. 직접적이든 직접적이지 않든 멤브레인이나 기계식 키보드는 어떤 형태로든 PCB 기판과 접촉을 하게 되어 있다. 그러나 정전용량 무접점 방식은 물리적 접촉 대신 전류를 이용해 키가 눌러졌음을 PC로 알린다.

원리는 이렇다. 손가락으로 특정 키를 눌러 키캡이 아래로 내려가면 이 과정에서 전류가 생긴다. 이 전류는 신호가 되어 해당 키가 눌러졌음을 알려준다. 이처럼 물리적인 접촉이 없는 덕에 오래 써도 내구성이 높다. 특히 기계식이나 멤브레인 방식과는 전혀 다른 형태의 가볍고 경쾌한 키감을 제공하는 덕에 손가락 관절에 전해지는 충격도 적을 수 밖에 없다.

■ 편안한 키보드 어려운 설계 방식이야 어쨌건 쓰는 사람 입장에서 편리하다고 느끼면 그만이다. 리얼포스 101은 각종 최신 기술이나 편의 기능은 싸그리 무시한, 그야말로 일반적인 형태의 키보드지만 쓸수록 편안한 느낌을 제공하기에 자판을 두드리면 두드릴수록 흥이 난다.

키와 키 사이의 간격, 경사도나 배치 등 여러 면에서 편안함을 제공한다.

단지 일반적인 형태여서 편안하다는 느낌을 받는 것일 수도 있겠다. 키감이 좋다는 것은 전체적인 편리함 속에서 하나의 요소를 차지할 뿐이다. 키감은 물론, 키와 키 사이의 간격이나 배치 등 여러 가지 요건이 만족되어야만 한다.

리얼포스 101은 윈도우 키를 조합해서 특정 기능을 자주 수행해왔던 사람이라면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 스페이스 바 왼쪽에 위치한 '한자' 키가 오른쪽 Ctrl 키와 조합된 점도 기존 키보드에 익숙해져 있던 사람이라면 약간의 적응 기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 뿐이다. 10년 전에나 봤을 법한, 오리지널 키보드 형태를 그대로 재현한 리얼포스 101은 키감에 대한 적응기간이 필요할 뿐, 구성이나 배치에 관한 적응 기간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겉모양만 본다면 만 원짜리 키보드보다 못한 모양새를 가지고 있다. 무선 기술은 고사하고 그 흔한 단축키 하나 없다. 심지어는 윈도우 95 출시 이후 무조건 붙어 나오는 윈도우 키도 찾아볼 수 없다.

결과적으로 키보드 본연의 기능에 충실한 덕에 쓸수록 욕심이 난다는 점, 특히 내구성이 높다는 점에 높은 점수를 줄 수 있겠다. 키마다 레이저로 각인을 해놓은 것도 오랫동안 놓고 쓰라는 제조사의 배려인 듯 하다.

결국 이 제품은 겉모양이나 스펙으로 판단할 제품이 아니다. 물론 24만 원이라는 가격은 큰 부담이 될 수 있겠다. 그러나 제품의 가치 비중은 사람마다 달라지게 마련이다. 작가나 기자, 프로그래머 등 자판을 두드리는 횟수가 잦은 사람이라면 이러한 입력장치에 욕심을 부려볼만 하다.

한주엽 기자(powerusr@ebuz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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