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지금]사제폭탄 IED, 강력한 테러무기로.. 첨단 미군도 ''기죽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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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조폭발물(IED·Improvised Explosive Device)이 세계 곳곳에서 강력한 테러 무기로 부상하고 있다. IED는 말 그대로 폭약과 금속 파편, 간단한 폭발장치 등을 이용해 만든 저급한 수준의 폭발물이지만, 이름과 달리 가공할 파괴력을 지녀 국제사회를 공포에 떨게 만들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최근 IED 특집기사를 싣고 "IED가 미군을 상대로 한 단일 무기 가운데 가장 위협적"이라고 평가했다.
현대적 의미의 IED는 1886년 시카고 폭동 때 처음 사용됐다. 1, 2차 세계대전에서도 일부 선보였지만, 본격적으로 주목받은 것은 1995년 미국 오클라호마시티 연방정부 청사 폭발 사건이었다. 테러 주범인 티모시 맥베이는 당시 IED를 실은 트럭을 폭파시켜 건물 절반을 날려버렸고, 이로 인해 168명이 희생됐다. 2004년 191명이 숨진 스페인 마드리드 통근열차 테러와 2005년 영국을 공포로 몰아넣은 런던 지하철 테러에도 IED가 이용됐다.
IED가 심각한 위협으로 자리 잡은 계기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벌어진 테러와의 전쟁이다. 2003년 3월 말 이라크 나자프 고속도로의 미 육군 검문소 인근에서 터진 IED 폭발을 시작으로 지난 9월22일까지 모두 8만1000여건의 IED 공격이 발생했다. 올 들어 발생한 IED 테러만도 2만5000여건에 달하는 등 해마다 이라크 저항세력의 IED 공격이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라크 주둔 미군 사망자 3092명 가운데 약 3분의 2인 1952명이 IED 공격으로 숨졌으며, 전투 도중 부상한 미군 2만8009명 가운데 69%인 1만9248명이 IED로 다쳤다.
아프간 내 IED 공격은 이라크보다는 덜하지만 2002년 22건에서 2005년 782건, 2006년 1730건, 올해 상반기에만 1069건을 기록하는 등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아프간에서 사망한 미군 251명 가운데 41%인 103명이 IED 공격으로 숨졌고, 부상자 1607명 중 절반이 넘는 848명이 IED에 당했다.
IED가 중대한 위협이 되는 이유는 손쉽게 제작할 수 있고 제조 비용도 저렴하다는 데 있다. 테러범들은 일상 전자제품이나 간단한 기술을 이용해 IED를 만들 수 있다. 우선 불발탄이나 로켓포, 다이너마이트 등에서 폭발물을 끌어모은 뒤 이를 살상용 파편과 함께 묶어 IED 본체를 만든다. 이를 공격 대상이 다니는 도로변에 쓰레기처럼 위장해 놓거나 땅속에 매설한 뒤 무선전화기나 도화선, 발판 등을 이용해 폭발시킨다. 이라크·아프간은 지난 수년 동안 IED 실험장이 됐고, 이렇게 만들어진 IED 테러 전술은 인터넷으로 널리 유포되고 있다.

조악해 보이는 외양과 달리 IED의 파괴력은 대단하다. 일부 IED는 최신예 미군 험비 장갑차를 파괴할 정도로 강력하다. IED는 정치적 파괴력도 크다. 저급한 무기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하이테크' 미군의 모습은 이라크 국민에게 큰 파장을 미친다. 언제 어디서 폭발할지 모르는 IED 자체도 민간인에게는 두려움과 공포의 대상이다. 올 들어 7월 중순까지 IED 공격으로 숨진 이라크 민간인은 1만1000명에 달한다. 군사 전문가들은 "테러범과 저항세력의 IED 공격은 미군의 군사적 우위를 무력화시키고 미국 정부의 이라크 안정화 의지를 떨어뜨린다"고 지적했다.
IED 위협은 세계 곳곳으로 확산되고 있다. IED 공격 사례는 필리핀과 러시아, 콜롬비아, 알제리, 소말리아 등지에서 속속 보고되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 내에서도 IED 테러 위협이 고조되고 있다. 이라크나 아프간에서 도로매설 폭발물과 장갑차를 뚫는 장약 등이 대표적 IED였다면, 미국에서는 원격조종장치를 갖춘 TNT 묶음이나 방사능 물질을 실은 차량 또는 비행기와 같은 '진보된' IED가 사용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는 IED에 대처하기 위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지만 뾰족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 4년간 미 국방부의 IED 대응기구에 100억달러(약 9조1800억원)의 예산을 투입했고 2008회계연도에 45억달러를 추가 편성할 계획이다. 미군은 이라크에 6000대의 폭발물 탐지 로봇을 투입했고, 전파를 이용해 IED를 사전 폭파시키는 '잼머'도 3만대 이상 배치했다. 미 국토안보부는 올해 초 보고서에서 IED에 대응할 국가 차원의 전략 지침이 허술하고 관련 인력도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미 국방부는 "그동안의 노력으로 IED 공격 성공률을 10%대로 줄였다"면서도 "그러나 여전히 저항세력의 IED는 미군의 최대 위협"이라고 시인했다.안보 전문가들은 "IED가 바그다드 거리에서 터지는 것과 워싱턴 시내에서 폭발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라면서 "이는 미국 경제 위축과 시민 자유 제한 등 모든 면에서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석호 기자 sok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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