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반의 성공'으로 끝난 마틴 욜의 첫 해외 도전

2007. 10. 26.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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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조건호 기자] 마틴 욜 감독의 첫 빅리그 도전은 3년 만에 '시즌 도중 사임'이라는 안타까운 그림으로 끝을 맺게 됐다.

욜은 감독은 26일 (이하 한국시간) UEFA컵 헤타페와의 경기에 앞서 토트넘 홋스퍼의 감독직에서 사임했다. 사임의 형식을 취했지만 그 동안 토트넘 수뇌부의 압박을 생각해보면, 욜의 퇴출은 오래 전에 정해진 구단의 뜻과 다름 없었다.

시즌 초반에 거둔 1승4무5패의 성적이 결정적인 원인이 됐다. 프리미어리그 '빅4'의 일원이 되기를 원하는 토트넘은 가레스 베일과 대런 벤트의 영입에도 불구, 팀을 18위로 추락시킨 욜 감독에 대한 인내심을 거둬들였다.

토트넘은 욜의 첫 해외도전이었다. 1991년부터 2004년까지 14년간 네덜란드에서만 감독 생활을 했던 욜이었지만, 잉글랜드에 건너오기 전에도 그의 지도력은 높은 평가를 받았다. 1991년 자신이 선수 생활을 했던 ADO 덴하그에서 감독을 시작한 그는 3부리그에 있던 덴하그를 1부리그로 끌어올리며 놀라운 지도력을 발휘했다.

이후 그는 로다 JC와 RKC 발베이크 등에서도 활약, '선수들과 감독들이 뽑은 최고 지도자'에 선정되는 등 명성을 드높였다. 급기야 2003년에는 최고 명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코치 영입설 마저 흘러나왔다.

욜이 영국으로 건너온 것은 2004년 6월이었다. 당시 그는 토트넘의 코치로 영입돼 프랑스대표팀 감독 출신의 자크 상티니를 보좌했다. 하지만 2004년 11월 자크 상티니 감독이 단 13경기 만에 물러나자 감독자리는 욜에게로 넘어왔다. 욜은 팀을 맡은 지 한 달 만에 '축구협회 12월의 감독'에 선정돼 잉글랜드 축구에 빠르게 적응했다. 선수 시절 코벤트리 등지에서 뛰며 잉글랜드를 4년간 경험했던 경험과 거의 원어민에 가까운 영어 실력도 큰 도움이 됐다.

2005-06, 2006-07시즌은 욜에게 희망과 안타까움을 동시에 가져다 준 시간들이었다. 2005-06 시즌 내내 리그 6위 밖으로 내려간 적이 거의 없었던 토트넘은 제 2회 피스컵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하지만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선수들이 집단 식중독에 걸리는 불행이 찾아오면서 토트넘은 챔피언스리그 티켓을 획득하지 못했다. 프리미어리그에서 거둔 최고의 성적의 기쁨보다는 챔피언스리그 탈락의 아쉬움이 더 크게 부각됐던 시즌이었다.

2006-07 시즌에도 구단이 원하는 '결과물'은 없었다. 토트넘은 UEFA컵 8강 진출, 칼링컵 4강 진출, FA컵 8강 진출이라는 괜찮은 성적을 냈지만, 여전히 우승 트로피를 가져오는 데는 실패했고 욜의 입지에도 먹구름이 끼기 시작했다.

2007-08 시즌 토트넘은 700억원 이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투자해 가레스 베일, 대런 벤트 등을 영입, 욜에게 마지막 희망을 걸었다. 하지만 토트넘은 10경기를 치른 현재 챔피언리그 진출권 대신 18위 강등권으로 추락했다. 커져만 가는 토트넘의 기대에 부응하지 욜은 구단 안팎의 여러 압력에 시달리다 스스로 사표를 쓰고 토트넘을 떠나게 됐다.

일각에서는 이를 욜만의 문제가 아닌 구단 운영진의 간섭이 낳은 참극으로 보고 있기도 하지만, 프로 축구에서 감독이 성적에 대한 최종 책임자인 현실은 어쩔 수 없었다.

지난 2004년 욜은 인터뷰에서 "토트넘에서 5년을 보낸 뒤에 네덜란드로 돌아가 축구와 관계 없는 사업을 펼치고 싶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욜이 자신이 말한 5년을 채우기 위해 또 다른 팀을 맡을 지, 아니면 곧바로 고향으로 돌아가 사업가로 변신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욜이 어떤 결정을 내리건 간에 당분간은 '사임', '해고' 등의 단어를 잊고 편한 마음으로 지낼 수 있기를 바래본다.

[토트넘 사령탑에서 스스로 물러난 마틴 욜 감독. 사진=BPI/마이데일리]

(조건호 기자 pompey14@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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