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고 최수용 감독, "운동선수이기보다는 예술인이 되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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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고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는 최수용 감독 ⓒKFA |
금호고는 광양제철고와 함께 '호남축구의 양대산맥'으로 군림하고 있다. 그리고 금호고 사령탑을 맡고 있는 최수용 감독은 고교축구계에서 손꼽히는 명장으로 인정받으며, 금호고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금호고 출신인 최 감독은 연세대와 부산대우를 거쳐 일본 PJM 퓨쳐스와 캐나다 북미리그 토론토 JETS 등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그리고 95년 9월에 금호고에 부임해 지금까지 금호고를 이끌고 있다. 이미 AFC 3-2-1급과 P코스까지 이수하는 등 축구 공부에도 힘을 쏟고 있는 지도자. 얼마 전에는 태국에서 열린 아시아학생선수권에서 한국 고교선발팀을 이끌고 출전, 3년 만의 우승을 일궈내기도 했다.
- 먼저 얼마 전 끝난 아시아학생선수권에서의 우승을 축하한다. 3년 만의 우승인데, 소감부터 말해달라.
기분이 좋다. 이 대회는 내가 학교 다닐 때부터 있었던 역사가 있는 대회다. 어떻게 보면 아시아학생선수권은 프로화 이전의 아시아 축구의 뿌리라고 할 수 있다. 요즘 들어 동남아시아 축구가 발전하다 보니 부담스러워졌는데 선수들이 잘했고 흐름도 맞아떨어져서 우승할 수 있었다. 선수들이 고3 정도 되면 대학 진로가 결정되어 있는 상태다. 게다가 대회에 나갔던 시기가 쉬는 타이밍이었고. 하지만 축구선수로서 축구화를 신고 나가면 최선을 다해야 비전 있는 선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한국이 최근 들어 아시아학생선수권에서 우승을 차지하지 못한 원인이 무엇인가? 동남아 축구의 성장과 함께 텃세가 많이 작용했다는 이야기가 있던데.
두 가지다. 텃세와 동남아 축구의 큰 성장. 2002년 이후에 한국이 아시아에서 최고라 생각하는 것은 한국 축구팬들만의 생각이다. 축구 하는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아시아 축구가 전체적으로 많은 성장을 했다. 축구는 어느 나라든 가장 좋아하고 관심 있는 운동이다. 동남아도 열의가 대단하다. 특히 홈팀 같은 경우에는 텃세가 심하다. 이번 대회가 태국에서 치러졌는데 준결승에서 태국과 만났다. 태국은 U-18 대표팀을 선발해서 준비를 많이 했다. 게다가 전국에 중계방송을 해서 국민들이 관심이 컸기 때문에 태국축구협회의 부담도 컸다. 구체적인 내용은 말할 수 없지만 홈팀에게 유리한 점들이 있었다.
- 조 예선에서는 베트남에게 유일한 패배를 당했는데.
이미 다른 조에서 태국이 골을 많이 넣고 조 1위로 올라간 상태였다. 게다가 태국이 전국방송을 한다는 정보를 입수한 뒤에 베트남 경기에서는 1.5군으로 선수구성을 했다. 태국과 준결승에서 만나 이긴다면 우승한다고 생각했고, 전략적으로 판단했다. 실제로 태국과의 준결승전이 가장 큰 고비였던 것 같고, 그 경기를 이기면서 예상이 맞아 떨어져 우승을 했다. 물론 뛰지 못했던 선수들에 대한 배려 차원에서도 그런 방식으로 선수들을 출전시켰다. 실력이 모자라 진 것은 아니다.
- 지난 번 아시안컵에서도 그렇고, 아시아축구의 전체적인 수준이 평준화된다는 느낌인데, 대회를 치른 입장에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아시아 축구가 평준화된 것은 아직 아니다. 하지만 우리가 선두주자도 아니다. 실력 차이가 많이 난다는 자만은 버려야 한다. 다른 아시아 국가들의 발전 속도가 우리보다 더 빠르다. 그래서 불안한 감이 있다.
- 이제 금호고 이야기를 해보자. 감독님이 금호고에서 뛰실 때 전국제패를 이뤄냈다. 이후 지도자로서 다시 금호고로 오게 됐는데, 정확한 시기와 금호고를 맡게된 상황이 궁금하다. 연세대를 졸업하고 대우 2군으로 들어갔다가 1년 정도 1군에서 뛰었다. 89년 9월에는 장외룡 감독과 3년간 일본 PJM 퓨쳐스에서 선수생활을 했다. 그 이후 캐나다 북미리그 토론토 JETS에서 3년 동안을 뛰었고, 95년 9월 1일에 금호고 감독으로 부임했다. - 외국에서 오랜 기간 선수 생활을 한 셈이다. 견문을 넓히고 싶었다. 남들이 못하는 경험을 쌓고 싶은 욕심도 있었다. 그러한 경험으로 인해 지도자 교육(특히 P코스)을 받는데도 언어적인 부분에서 수월하게 할 수 있었다. - 기영옥 감독에 의해 금호고가 확실한 명문으로 자리 잡게 되었고, 이후 감독님 부임 이후에도 그 명성은 이어졌다. 금호고 축구의 전통? 색깔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기영옥 감독님도 마찬가지고, 나도 축구 자체를 섬세하게 하라고 요구한다. 항상 미드필더를 거치는 재미있는 경기를 펼치면 개개인의 능력도 좋아진다. 특히 금호고 출신 미드필더들이 뛰어난 선수가 많다. 고종수, 고창현, 윤정환 등이 대표적이고, 기성용도 금년에 졸업했다. - 금호고 감독을 오랜 기간 맡으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선수시절 82년에 대통령배에서 우승했던 것과 감독으로 1998, 2001년 대통령배 우승 등 3번의 대통령배 우승이 기억에 남는다. 솔직히 선수보다는 감독으로서 우승했을 때가 더 기뻤다. 선수 시절에는 2학년이라 게임에 많이 나가지 못했다. 게다가 98년 우승은 지도자를 하면서 첫 우승이어서 감회가 남다르다. - 반대로 가장 안타까웠던 순간도 있을 것 같다. 올해다. 올해 우승 한 번, 준우승 한 번을 했다. 백운기 때 15분 남기고 백암고를 2-0으로이기고 있었는데 결국 승부차기까지 가면서 패했다. 사실 개인의 자신감도 중요하지만 팀 전체적인 자신감도 중요한 부분이다. 그래서 전체적인 자신감을 올리기 위해 교체를 했었는데, 바로 2실점을 하고 승부차기로 졌다. 마음 아팠다. 하지만 많은 교훈을 얻었다. - 지도자 생활을 하면서 지도했던 선수들이 많이 떠오를 것 같다. 그 중에서 기억에 남는 선수를 꼽는다면? 고창현(상무)을 꼽고 싶다. 창현이는 고등학교 때 굉장히 잘했다. 전체적인 팀 조율이나 개인 능력 등에서 주변선수들에 비해서 2~3배 뛰어난 모습을 보였다. (지금 슬럼프를 겪고 있는데?) 노력이 더 필요하다. 선수들이 못 받쳐주는 것보다는 욕심 때문에 무리한 플레이를 펼쳐 부상당하는 경우가 많다. 창현이는 부상, 그리고 자신과의 싸움에서 좀 더 노력한다면 분명히 더 좋은 선수가 될 것이다. - 감독님의 지도 철학, 그리고 가장 강조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무식한 운동선수이기보다는 예술인이 되라고 했다. 자기 세계에서는 최고가 되라고 이야기했다. 선수들에게 "영화나 연극에서 좋은 장면이 나오면 관중들이 박수 친다. 너희들도 박수를 받는 플레이를 펼치면 예술인이 된다. 그렇게 되라"고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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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에도 추계연맹전 2연패를 달성했다. 금호고 축구가 꾸준히 강한 이유는 무엇인가? 운동장에 서면 똑같이 힘들고 짜증난다. 특히 날씨가 더울 때에는 더욱 그렇다. 그것을 받아들이고 즐거운 마음으로 경기하면 성적으로 연결된다. 선수들에게 "우리는 작년에 어려운 환경에서 우승한 경험이 있다. 좋은 뿌리가 될 것이다. 그 맛을 보라"고 이야기했다. - 프로팀 산하 고교팀들이 늘어나면서 선수수급에도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 어떤 대책이 있는가? 오래 전부터 어려움이 있었다. 현재 3학년들도 마찬가지다. 좋은 환경에서 좋은 선수를 데려가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초등학교 때 잘한다고 계속 잘하는 것은 아니다. 변수가 있다. 가능성을 보고 1학년 때부터 새로 가르친다는 생각으로 지도 방법에 중점을 두고 있다. - 금호고 출신 백성동이 얼마 전 KFA 6기 해외 유학을 떠났다. 백성동은 가정 형편이 어렵다. 그래서 축구부 회비를 면제시켜주려고 했는데, 부모님께서 눈치밥을 먹이고 싶은 생각은 없다며 회비를 납부하셨다. 하지만 1학년 수학여행과 교복은 내가 사비로 맞춰주는 등 관심을 많이 쏟은 학생이다. 그 때문인지 백성동은 참 열심히 잘해줬다. - 지도자 공부도 꾸준히 하셔서 이미 프로페셔널 코스(P코스)까지 모두 이수한 걸로 알고 있다. 그 때는 P코스가 국내에 들어오기 전이라 힘든 일도 많았을 것 같다. 그리고 P코스 이수를 결심하게 된 동기가 있다면? 3급, AFC 2급, 1급 지도자 교육을 받을 때마다 느끼는 바가 크다. 정말 많이 배운다. 배우고 싶은 개인적 욕심으로 교육을 받았고, 더 많은 경험과 축구에 대한 상식을 얻었다. - 현재 P코스를 이수하고 있는 지도자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한국축구의 지도자 교육이 시즌과 맞물리다 보니 계약직으로 있는 지도자들이 시간 투자하기가 힘들어 구단과 학교와 조율이 힘들어 교육을 많이 못 받고 있다. 또한 지도자 본인들도 시간이 많이 투자 되는 것을 꺼려한다. 하지만 단 하루를 투자해도 1년의 영향이 있다. 많이 배웠으면 한다. - 금호고에서 오랜 기간 감독직을 수행하고 있는데, 향후 계획이나 목표가 있다면? 현재 전남대 스포츠 심리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지도를 하다 보면 '심리적인 컨트롤만 잘해줬으면 좋은 선수가 됐을 텐데'라는 후회가 남는 선수가 있다. 또 선수가 운동 말고도 외적인 갈등 때문에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그런 후배들을 돕고 싶다. 욕심이 크진 않다. 그 쪽으로 나가고 싶다. 물론 아직은 가족을 먹여 살리기가 힘들다.(웃음) 소망이라면 지도자를 하면서 축구선수 뿐만 아니라 모든 운동 선수들의 심리적인 갈등을 치료하고 싶다. 큰 회사까지는 아니고 조그만 연구소라도 차리고 싶은 것이 소망이다. - 인터뷰 감사하다. 앞으로도 좋은 선수들을 많이 육성해주시길 부탁드린다. 인터뷰=류청 * 대한축구협회 기술정책 보고서인 'KFA 리포트' 2007년 10월호에 실린 내용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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