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영화제 인터뷰> 동포 배우 나카무라 유리

"예쁜 배우보다 느낌 좋은 배우가 되고파"
(부산=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국내 개봉을 앞둔 일본 영화 '박치기 러브&피스'(감독 이즈쓰 가즈유키)의 주인공은 연예계에 진출하지만 '자이니치(在日ㆍ재일동포)'라는 이유로 번번이 벽에 부딪히는 착하고 반듯한 성품의 여자 경자다.
1편 '박치기'에서 자신을 좋아하는 남학생에게 "네가 나와 결혼하면 조선인이 돼야 하는데"라고 말했던 여고생 경자는 6년 뒤 오빠를 붙잡고 "조선인으로 태어나고 싶지 않았다"고 말하면서 운다. 반은 진담이고 반은 홧김인 이 말을 내뱉은 뒤 들썩이는 경자의 어깨에서는 한이 묻어난다.
이 역할을 맡은 배우 나카무라 유리는 실제로 재일동포다. 성우리라는 한국 이름을 가진 나카무라 유리의 아버지는 재일동포 3세이고 어머니는 스무 살 때 고향 서울을 떠나 일본으로 간 한국인이다.
제12회 부산국제영화제 참석을 위해 한국에 온 그를 5일 부산 해운대의 한 호텔에서 만났다.
"'박치기' 1편은 제게는 충격적이었어요. '나랑 결혼하면 조선인이 돼야 해'라는 대사가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자이니치 문제를 짚어 준 제작진이 고마웠고 속편을 계획 중이라는 얘기를 듣고서는 꼭 출연하고 싶어 오디션에 응했죠. 1편의 배우들이 너무나 부러웠고 나도 그들 사이에 꼭 끼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1편의 여고생 경자는 일본의 신예 배우 사와지리 에리카가 맡아 예쁘고 청순한 모습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반면 2편에서의 경자는 풋풋한 모습에서 벗어나 강단 있는 모습이 더 눈에 띈다.
"사와지리 씨가 연기한 경자와 제가 연기한 경자가 다르게 보였다면 인물 자체가 여고생에서 사회인으로 성장하면서 큰 시련에 부딪히기 때문일 거예요. 여고생 경자가 사회적 편견, 가족의 투병 등으로 혼란을 겪으면서 현실적인 사람이 되는 거죠."
나카무라 유리는 인터뷰에서 질문을 받으면 차분하고 신중한 태도로 천천히 답변하면서도 쉽게 하기 어려운 가족 이야기나 성장과정도 솔직하게 대답하려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현재 국적은 한국입니다. 정체성의 혼란을 다른 자이니치만큼 심하게 겪지는 않은 것 같아요. 어렸을 때 몇몇 친구들이 자이니치라는 사실을 숨겼는데 저는 그걸 왜 창피해 하는지 사실 잘 몰랐어요.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제가 열아홉 살이었는데 주위에서 '한국 져라' 하는 말을 들으면 화가 버럭 나더라고요(웃음). 이번 영화를 하면서 자이니치라는 사실을 밝혔는데 당당히 말할 수 있어서 참 좋네요."
그는 어느 한쪽을 골라보라고 하지 않았는데도 "저는 한국과 일본 둘 다 좋아요"라고 말했다. 영화에서처럼 연예계에서 재일동포 출신으로서 겪는 어려움은 없는지 묻자 "없다고 할 수는 없다"면서도 "본인이 마음을 편히 먹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차별은 어느 나라에나 있을 테니까요. 본인의 긍정적인 생각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긍정적인 자세라면 일본에서도 당당히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어린 재일동포에게 보여주고 싶어요."
한국 방문이 이번에 다섯 번째라는 그는 가장 좋아하는 한국 영화로는 '올드보이'를, 좋아하는 배우로는 최민식을 꼽으면서 "좋은 한국 감독이 불러준다면 함께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예쁜 배우보다는 느낌이 좋은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나이가 들어서도 연기할 수 있도록 길게 가고 싶어요."
cheror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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