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선물 정산가 '왜곡'..마진콜에 몸살
- 회원 제시가서 이론가로 변경
- CRS는 낮은데 국내금리는 높아..이론가-실거래가 `괴리`
- KRX, "그래도 어쩔 수 없어"..업계와 입장차 뚜렷
[이데일리 권소현기자] 최근 달러화 선물 정산가를 산정하는 방식이 선물회사들의 제시가격에서 이론가로 바뀌면서 업계가 혼란을 겪고 있다.
이론가격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면서 거래가격보다 비정상적으로 높게 형성되고 있고, 이에 따라 매도 포지션을 취한 투자기관들이 갑작스럽게 마진콜에 직면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는 것.
특히 자산운용사가 운용하는 해외 펀드들이 대부분 통화선물을 통해 헤지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펀드 투자자들의 손실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업계는 이론가 산정방식을 현실적으로 바꿀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증권선물거래소(KRX)는 업계가 제시하는 가격이 오히려 비현실적이라는 입장이다.
<이 기사는 5일 오전 10시42분에 유료뉴스인 '마켓프리미엄'을 통해 출고된 기사를 재출고한 것입니다>
◇"그들만의 리그..회원 제시가 문제 있다"
5일 선물업계에 따르면, 최근 증권선물거래소는 선물시장 시스템을 단일화하면서 미국 달러 선물 원월물의 정산가 산정방식을 변경했다.
기존에는 실제 체결가격과 12개 선물협회 회원사들이 제시하는 가격이 0.3원 이상 차이가 날 경우 회원 제시가격을 정산가격으로 택했다. 그러나 회원사들이 제시가격을 종종 불공정 거래에 사용하고 있다고 판단,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이론가로 대체했다.
따라서 지난달 27일부터 체결가와 이론정산 가격 차이가 0.3원 이상일 경우 이론가가 정산가격이 된다.
이 과정에서 이론가 산정의 기준이 되는 국내 금리도 조정이 됐다. 기존에는 1일물 콜금리와 3개월 양도성 예금증서(CD), 1년물 통화스왑(CRS) 금리를 보간법을 사용해 구한 금리를 기준금리로 사용했지만, CD금리를 제외하고 콜금리와 CRS금리만 적용키로 한 것. 해외 금리는 1개월부터 1년까지의 6개 구간 라이보(Libor) 금리를 반영해 결정한다.
증권선물거래소 관계자는 "달러화 시장은 은행들이 주도하는 과점시장"이라며 "선물환 시장은 유동성이 적어서 협의거래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과거에 회원제시가를 정산가로 사용하는데 있어서 상당한 문제가 있어서 도저히 사용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시카고상업거래소(CME)나 유로넥스트, 유렉스 등 해외 선물거래소도 대부분 이론가격을 마지막 가격으로 채택하고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몇몇 시장을 주도하는 기관이 원하는 금리로 시장을 주도하는 폐해가 있었다는 것이다.
◇"현실과 거리 먼 이론가..왜곡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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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최근 서브프라임 문제에 당국의 외화대출 규제까지 겹치면서 CRS 금리가 급격하게 하락한 반면, 콜금리는 5%대 수준을 유지하면서 국내 금리가 높게 산정되고 있다는 점이다.
달러화 유동성을 감안했을때 국내 금리는 CRS금리 수준이어야 하는데 콜금리를 반영해 이론가를 산출하다 보니 이론가 자체가 체결 가격보다 높아지게 된다.
4일 달러/원 선물 원월물인 10월물의 체결가격은 936.00원으로 전일비 0.5원 하락했지만 이론가는 938.55원으로 1.86원 올랐다. 거래가 거의 없기는 하지만 달러/원 선물 11월물 역시 체결가는 933.00원으로 전날에 비해 2.70원 떨어진 반면 이론가는 938.36원으로 1.81원 올랐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선물 실제 거래가격에서 현물가를 뺀 스왑 포인트가 마이너스 3원 정도일때도 선물 이론가와 현물가격간의 차이는 제로거나 플러스가 난다"며 "3원씩 왜곡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K 선물사 관계자는 "현재 2개월 CRS 금리가 2.7%라는 점을 감안했을때 달러 유동성이 반영된 국내 금리는 2.7% 수준이어야 하는게 맞다"며 "선물 가격을 산정하는 기준금리가 이보다 높기 때문에 이론가가 높게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W 선물사 관계자는 "제도변경 첫날 원월물이 근월물보다 큰 폭으로 올라가는 경우가 발생했다"며 "시장에서 도저히 나올 수 없는 가격인데 이 때문에 혼란이 빚어졌다"고 전했다.
증권선물거래소 관계자 역시 "최근 서브프라임 문제 때문에 CRS 금리가 떨어지면서 이론가격이 다소 왜곡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매도 포지션 `화들짝`..마진콜 잇따라
이 때문에 매도 헤지에 나선 투자기관들이 마진콜을 당하는 사례가 빈번해졌다.
마진콜은 선물계약 기간 중 예치하고 있는 증거금이 선물 가격 변동으로 유지증거금 이하로 하락한 경우 당초 증거금 수준으로 자금을 채워넣도록 요구하는 것이다. 따라서 매도 포지션을 취한 경우 정산가가 높게 산정되면 마진콜을 당할 확률이 높아진다.
S 선물사 관계자는 "실제 예전 같았으면 마진콜을 당하지 않아도 됐을 상황인데 제도 변경 이후 마진콜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밝혔다.
최근 중공업체들의 선물환 매도가 이어지면서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선물환 매도 포지션을 취하고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업계로서는 이같은 제도변경이 달갑지 않은게 사실이다.
◇업계와 KRX, 뚜렷한 입장차
달러선물 거래를 직접하지 않는 일반 투자자들도 이같은 왜곡현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자산운용사들이 해외 펀드를 운용하면서 헤지를 대부분 통화선물로 하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해외 펀드에 가입한 사람이 중도에 환매하면 정확히 포지션을 평가해야 하는데 이론가를 적용할 경우 현실과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새로 바뀐 규정이 운용사에 불리하게 작용하면 결국 일반 투자자들이 손해를 보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업계는 제도 변경을 강력하게 요청하고 있다. 시장의 현실을 반영해 달라는 것이다. 선물협회에서도 업계 의견을 수렴중이다.
K 선물사 관계자는 "한국은 선진시장이 아니라 아직 이머징 마켓이기 때문에 비드와 오퍼가 벌어지고 이벤트가 발생하면 한쪽으로 심하게 쏠리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며 "시장이 항상 이론가와 맞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증권선물거래소 담당자는 "업계에서 스왑금리로 장내 가격을 맞춰달라는 요구를 하는 경우가 많다"면서도 "그러나 경쟁거래 시장에서 상대경쟁 시장의 가격을 적용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는 "합리적인 방안을 제시한다면 이를 수용할 수 있지만 과거 적용했던 회원 제시가는 조작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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