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맛에 산다]펜을 돌리는 사람들

역시 '손기술'은 한국이 최고
학창시절 누구나 한 번쯤 해봤지만, '공부에 방해되는 손장난' 정도로 여겨온 '펜 돌리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한때 거리에서 방황하는 불량 청소년의 전유물로만 여겨온 비보이(B-boy)가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콘텐츠로 대접받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 중심에는 '펜을 돌리는 사람들'(http://cafe.naver.com/no1penspiners.cafe)이 있다.
'펜돌사'는 온라인에서 제법 이름난 동호회로, 100여 가지 펜 스핀 기술을 갈고 닦는다. 강좌영상물이 난이도별로 정리돼 있으며 회원들이 직접 올린 영상을 통해 노하우를 공유한다. 돌리기 전용 펜을 만드는 법부터 인지 휘감기 등 기술전수까지 펜 스핀에 대한 정보로 가득하다. 회원층은 초등학생부터 50대까지 다양하다. 회원 수는 1만7000여 명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오른손 다섯 손가락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펜 스핀 기술은 모두 완성된 상태다. 현재는 한 손에 두 개의 펜을 올리는 원 핸드 투 스핀과 양손으로 펜을 돌리는 투 핸드 스핀을 개발 중이다. 펜 돌리기의 비법은 간단하다. ▲자기 개성과 손의 성격에 맞는 펜을 선택하고 ▲쉬운 기술부터 하나하나, 기초부터 차근차근 배우고 ▲한 기술을 배울 때 다른 기술과 섞어서 익히지 말아야 한다.
12년 경력인 이순철씨(28)에게 펜 스핀의 매력은 소박하다. 끈기 있게 노력한다면 누구든 돌릴 수 있다는 것.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펜 하나만 있으면 즐길 수 있어서 좋고, 힘들게 연습해서 목표한 기술을 성공했을 때의 희열과 행복감은 최고다. 누군가에게는 무의미한 일일지 모르지만 이들은 기술을 하나둘 터득하며 일상생활에서도 자신감을 얻는다. 손가락이 짧아도, 혹여 손가락이 하나 없어도 펜 돌리기를 할 수 있단다. 이들에게 펜 돌리기는 무한한 가능성을 뜻한다. 그래서일까. 세계적인 펜 스핀 배틀대회를 꿈꾸는 펜돌사의 바람이 허무맹랑하게 들리지 않는다.
이성희〈경향닷컴 기자〉 mong2@kh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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