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민 "사랑 예쁜 작품이면 베드신도 불사"(인터뷰)

2007. 7. 17.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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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글 홍정원 기자/사진 유용석 기자]

매혹적이어서 한참 동안 들여다봤다. 컬러 렌즈가 아닌 진짜 아름다운 갈색 눈동자를 가진 한지민(25). 그 눈에서 보석 같은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는 친할아버지의 죽음으로 접한 시신에 대한 기억을 가슴에서 끄집어냈다. 공포영화 '해부학교실'(감독 손태웅)로 영화 첫 주연을 맡은 한지민은 인터뷰하는 도중 눈물을 흘렸다.

첫 스크린 데뷔작 '청연'에서 여성 조종사 이정희 역을 연기한 한지민은 바로 다음 작품인 '해부학교실'에서 주연을 꿰찼다. '해부학교실'은 의대생들이 해부학실습실에서 발생한 의문의 죽음(카데바:해부학 시체)에 대한 비밀을 풀어가는 내용을 다룬 미스터리 공포영화다.

한지민은 극중 비밀의 열쇠를 쥐고 있는 의대생 선화를 열연했다. 선화는 가슴 아픈 가족사를 가진 신비한 이미지의 여학생으로 등장한다. 선화는 비극적인 가족사로 누구에게도 마음의 문을 쉽게 열지 못하지만 행복한 가족사를 지닌 한지민은 기자에게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줬다. 영화 속에서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꼭꼭 숨긴 한지민은 인터뷰에서는 실제 가족에 대해 꼼꼼히 공개했다. 가족을 너무 사랑한 한지민은 75분간 가족 자랑과 샘솟는 연기 열정을 늘어놓았다.

한지민은 '해부학교실' 개봉에 이어 KBS 2TV 수목드라마 '경성스캔들'에서 일제 강점기 독립군 나여경으로 출연 중이며 '연예가중계' MC도 맡고 있어 밤을 꼬박 새우는 날이 많다. 한지민과 나눈 따뜻하고 솔직한 대화를 담아봤다.

-제가 눈을 가리고 볼 정도로 '해부학교실' 정말 무서웠어요.

▲감사합니다. 영화가 무섭다니 너무 기분 좋아요. 공포영화는 무서우면 무서울수록 재미있는 거잖아요. 그런 말 들을 때마다 보람돼요.

-처음 '해부학교실' 시나리오 볼 때도 무서웠나요? 공포영화 시나리오에는 지문이 어떻게 적혀 있는지도 궁금해요.

▲이번 영화가 의학공포라 메스 긁히는 소리, 시체 냉동고 소리 등 철제 소리가 많이 나잖아요. 그런 소리가 시나리오 지문에도 '스~탁'이라고 표현돼 있어요. 처음 책(시나리오)을 읽을 때도 조여 오는 공포가 있었어요. 원래 책을 처음 볼 땐 제 역할이 나오는 부분부터 보는데 이번엔 처음부터 봐야 공포감을 느낀다고 해서 그렇게 했죠.

-'해부학교실'은 범상치 않은 공포영화예요. 또 손태웅 감독이 지민씨의 눈 때문에 캐스팅했다고 하는데.

▲우리 영화 결말 부분이 어렵다고들 하시는데 그만큼 단순한 공포영화가 아니라는 의미예요. 저도 여운이 있고 되새겨 볼 수 있는 공포영화라고 선택했어요. 그에 앞서 손태웅 감독님이 제 눈이 마음에 든다며 캐스팅 제의를 하셨죠. 전에 맡았던 캐릭터들과 색깔이 달랐던 것도 선택 이유가 됐어요. 그동안 청순하고 예쁜 역할들만 했잖아요. 제가 연기한 선화는 많은 걸 눈이나 표정으로 이야기해야 했거든요. 촬영감독님은 제 눈을 '새벽빛 눈빛'이라고도 하셨어요. 다른 건 몰라도 눈만큼 자신 있어요.(웃음)

-공포영화는 잘 봐요?

▲공포영화를 잘 보는 편이에요. 무서워하면서도 즐기면서 봐요. 그런데 저희 영화는 단순한 호러영화는 아니에요. 여자 카데바를 둘러싸고 의대생들이 하나둘씩 죽는데 그 죽음을 밝히는 것이 중심축이죠. 귀신이 싱크대에서 기여 나오면 웃길 수도 있는데 '해부학교실'은 그런 호러가 아니에요. 귀신보다 심리적인 부분에 초점을 맞췄어요.

-영화는 첫 주연인데 어땠어요?

▲영화 첫 작품인 '청연' 때 김주혁 선배님이 그런 말씀을 하시더라구요. '브라운에서는 너의 움직임이 작아 보이지만 스크린은 다르다'고요. 정말 작은 브라운관에 나올 때와 큰 스크린으로 나올 때는 너무 다르더라구요. 스크린으로 내 모습을 보면 연기가 부족한 부분이 훤히 잘 보이죠. 또 드라마는 반응을 보면서 즉각적으로 고쳐 나갈 수 있는 반면 영화는 한번 찍고 완성되면 그만이니까 무서워요. '청연' 때부터 연기의 맛을 깨닫게 된 것 같아요. 연기 시작해서 그 캐릭터(이정희 역) 입장에서 눈물을 흘린 적은 처음이거든요. '청연' 윤종찬 감독님도 섬세하고 저와 코드도 잘 맞았어요.

-그 전에는 연기가 재미없었나요?

▲네. 드라마 '대장금' 때까진 연기에 재미를 느끼지 못했어요. 2003년 드라마 '올인'에서 송혜교 선배 아역으로 연기 데뷔를 했잖아요. 연기 열정 같은 건 모르고 연기해 오다 '대장금'(2003)을 끝내고 단막극인 드라마시티 '데자뷰'(2004)를 기점으로 연기관이 달라졌어요. '데자뷰'에서 김흥수씨와 호흡을 맞췄는데 감독님이 마음대로 해보라고 풀어 놓으셨어요. 그때부터 연기에 대한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고 '청연'(2005)에서 활활 타 올랐어요. '해부학교실'에선 절정에 도달했구요. 드라마 '좋은 사람'(2003) 때도 감독님의 '컷' 소리만 빨리 듣고 집에 일찍 가길 바랐거든요. 그때는 내가 담을 수 있는 그릇보다 더 큰 역할을 맡아 얼떨떨했던 거죠. 예전 작품에선 감독님이 다시 찍자고 할 때 이해 안될 때도 있었는데 요즘엔 제가 다시 찍자고 해요. 무슨 작품을 하든 감사한 마음이 들어요. 연기는 혼자 하는 게 아니라는 것도 '데자뷰' 때 알게 됐어요. 연기할 때 자기만 잘하면 되는 게 아니구나. 연기 잘해도 혼자 튀는 배우가 간혹 있는데 '해부학교실'의 흐름 안에서 선화가 튀지 않게 하려고 노력했어요.

-인사 잘하고 예의 바르다고 소문이 자자하던데요. 후배들에게는 가끔 충고도 해주는 선배라고요?

▲에이, 뭘요…. 후배들에게 충고해줄 수 있는 인물이 못돼요. 저도 잘 못하는 걸요. '경성스캔들'에 함께 출연 중인 안용준(드라마 '주몽' 유리왕자 역) 씨에게 그런 말을 한 적 있어요. '감독님이 어떤 걸 요구하셨는데 이걸 어떻게 해요?'라고 물으면 '누나도 그래. 잘 못해'라고 한 적 있어요. 후배들이 인사 잘 안하면 '인사 해야지'라고 말하긴 해요. 저는 인사하는 게 당연한 거라 생각하거든요. 어릴 때부터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동네에 함께 나가시면 어른들께 꼭 인사해야 한다고 가르치셔서…. 그런데 요즘엔 인사 잘 안하는 어린 후배들이 많아요. 화는 잘 못내는 스타일이라 후배들을 막 야단치진 않아요. 하지만 저 같은 사람들이 한 번 폭발할 땐 무섭죠. 작품 촬영할 때도 옷과 헤어, 메이크업이 마음에 안 들면 마음속으로 삭히는 편이에요. 저 하나 때문에 현장 분위기가 좌지우지 될 때가 많거든요. 피곤해서 조용히 있으면 저 보고 화났냐고 물어요.

-그래서 한지민씨가 촬영현장에서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톡톡히 하는군요.

▲맞아요! 스태프 오빠들이나 언니들에게 먼저 다가가 '안 힘들어요?'라며 친해지려고 노력해요. 촬영 때문에 아무리 힘들어도 스태프들과 밤새워 이야기하는 게 좋아요. 그들의 생각을 듣는 게 좋거든요. '해부학교실' 스태프 중 한 언니가 제게 고맙다며 선물을 줬는데 어머니께 받은 소중한 반지를 주는 거예요. 너무 감동해 '울컥'했어요. 배우에게 선입견을 갖고 있었는데 제가 그걸 깨게 했다고 말했어요.

-참, 친할아버지에 얽힌 사연이 많죠?

▲네, 이번 영화 하면서 할아버지 생각이 많이 났어요. 우리 가족은 3대째 서울 흑석동에 살고 있어요. 할아버지 할머니가 결혼하셨을 때부터 하나씩 가꿔 오신 집이에요. 할아버지가 살아계실 때 인테리어를 너무 예쁘게 해놓으셔서 저는 데릴사위가 될 수 있는 사람과 결혼하고 싶어요.(웃음) 흑석동 집을 떠나고 싶지 않거든요. 그런데 할아버지가 가구 들어오는 날 돌아가셨어요. 할아버지가 저를 많이 아껴주시고 제 말에 의지를 많이 하셨는데. 아들 노릇도 해드렸거든요. 제가 수능시험 보기 얼마 전 위암으로 세상을 떠나셨어요.

-할아버지 시신을 본 뒤 주검이 무섭지 않게 됐다구요?

▲할아버지 돌아가실 때 난생 처음 시신을 처음 봤는데 잠깐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순간 할아버지께 죄송했어요. 할아버지 시신을 염하는 것까지 봤어요. 할머니가 시신 냉동고에 들어가 계신 할아버지 귀에 대고 '여보 사랑해'라고 하신 게 기억나요. 청각은 마지막까지 살아 있대요. 예전엔 할아버지 꿈을 자주 꿨는데 요즘엔 많이 못 꿨어요. 할아버지가 꿈에 나오셨는데 웃지 않으시고 집안에 못 들어오시는 거예요. 할머니는 꿈이 아니라 실제 집 에서 할아버지 영혼을 보셨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죽음이 끝은 아니구나 육체에서 영혼만 분리되는 거구나 라고 믿게 됐죠.

-메니에르병으로 어지럽잖아요. 요즘엔 건강 괜찮아요?

▲메니에르병은 불치병이에요. 귀에 이상이 있어 피곤하면 어지러운 증세가 나타나죠. 온 세상이 빙글빙들 돌고 토하기 해요. 한 달에 한 번씩 그래요. 카페인이나 인스턴트는 섭취하면 안돼요. 사실 기자님이 지금 마시고 있는 코코아 너무 먹고 싶은데 무지 참고 있어요. 일상생활 하는데 크게 불편하진 않아요. 원래는 규칙적인 생활을 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니까. 어쩔 땐 조용한 때 귀에서 '멍멍' 소리가 나요. 계속 잠을 못 자고 눈이 피곤하니까 결막염과 각막염에 시달리기도 했는데 지금은 괜찮아졌어요.

-진한 러브신 즉, 다소 수위 높은 베드신을 찍어야 하는 작품이 들어오면 어떻게 할 건가요?

▲사랑 자체가 예쁘게 그려지는 작품이라면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노출 등의 외형적인 평가는 싫어요. 연기력이 평가되길 바라죠. 섣불리 변신해선 안 될 것 같아요.

홍정원 man@news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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