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남대문 시장 양담배 불법판매점을 가다
간판도 없이 '은밀한 거래' |
애연가들 사이 입소문 … 가게 정보 '비밀 교환' 소규모 판매-위치 발견 어려워 규제도 지지부진
|
지난 2일 오후 2시, 4호선 회현역 5번 출구로 나섰다. 애연가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유명해진 양담배 판매처가 남대문 시장 한가운데 숨어있다는 정보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문제의 장소는 디시인사이드 '담배 갤러리'나 네이버 카페 '양담배를 사랑하는 모임(이하 양사모)'에서 '일호점'과'입구점'이란 애칭으로 불리는 담뱃가게. 정확한 위치는 '아는 사람끼리만' 알고 있었다.
노점상에서 이루어지는 양담배 판매는 현행법으로 금지된 상태. 하지만 애연가들 사이에선 결코 잃고 싶지 않은 추억의 장소다.
갤러리 게시판에 일호점과 입구점 위치를 묻는 질문이 종종 올라오지만, 아무도 정확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다. '쪽지 보냈으니 확인해보세요'라며 은밀히 정보교환이 이루어진다. 양담배 애연가들 사이에선 이미 공공연한 비밀.
입소문을 통해 위치를 알아냈다하더라도 산 넘어 산이다. 미로 같은 남대문 시장에서 특정 가게를 찾아내는 '보물찾기'가 남아있다.
우여곡절 끝에 당도한 '입구점'(간판은 없었다. 애연가들 사이에서 이런 애칭으로 불리고 있다)에 들어서자 '삼촌'이라 불리는 주인이 수입상가 입구 귀퉁이에 담배를 한가득 쌓아놓고 있었다. 1평 남짓한 가게는 손님 한명만 들어서도 꽉 찰 만큼 비좁았다.
|
"요즘 잘 나가는 담배가 뭔가요?"
"처음이신가? '블랙데빌' 잘 나가요. 직접 피우실 거면 '핑크데빌'도 좋고.. 여성 손님들이 좋아하거든."
순식간에 계산대 위로 '블랙데빌''핑크데빌''소브라니 시트러스''힙합 바닐라''러키 스트라이크' 등 5갑이 올라왔다. 가격은 2500~4000원대. 3년전만해도 1500원대를 맴돌던 국산담배 가격이 현재 2000~3000원으로 뛰어오른 것을 감안하면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결코 뒤지지 않는다.
계산을 치르자 주인이 "서비스"를 외치며 작은 비닐에 담배 몇 개비를 더 챙겨줬다. 애연가들은 이렇게 한개비씩 얻은 담배 맛을 잊지 못해 '연어가 고향을 찾듯' 남대문으로 모여들고 있었다.
이번엔 같은 건물, 같은 층에서 '일호점'를 찾아냈다. '이모'라고 불리는 주인이 "최근 가장 잘 나간다","죽여 준다"며 '골드러시' 한 갑을 건넸다. 시가의 일종인 골드러시는 애연가들 사이에서 '달콤한 바닐라향이 그윽하다'는 호평과 '텁텁한 목넘김이 부담스럽다'는 부정적이 평가가 엇갈리는 제품.
애연가 홍모씨(31)는 구입한 담배 중 몇 개비를 피워본 후 "이런 향담배는 한 모금만 피워도 짝퉁인지 아닌지 쉽게 구분이 가능하다"며 "여기서 시판되는 제품들은 모두 진짜 양담배"라고 단언했다.
KT&G에 따르면 공식 담배 판매처로 지정되지 않은 곳에서 담배를 팔면 법에 따라 처벌을 받는다. 간판도 없이 은밀하게 영업하는 남대문 담배상 대부분이 불법 영업중인 셈.
하지만 판매량이 워낙 소규모이고, 위치를 발견하기가 어려운 탓에 관계처들은 규제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KT&G 관계자는 "본사에 수사권이 없어, 신고가 들어오면 경찰청에 정보를 넘기고 있다"며 "남대문에 그런 장소가 있었는지 금시초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런 양담배들이 정식적인 세관절차를 받아 수입됐다면 '밀수'는 아니다. 종종 '담배는 개별적으로 들여올 수 없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는 잘못된 정보. 남대문 일호점-입구점의 경우도 지정되지 않은 장소에서 담배를 판매한 것은 물론 불법이다. 하지만 정상적으로 수입해 들여왔다면 관세법 상으로는 잘못이 없는 셈이다.
또 블랙스톤, 골드러시 등 희귀 양담배도 공식 담배 판매처에서 얼마든지 판매될 수 있다. 하지만 국내 수요가 미비한 탓에 말보로 등 몇몇 담배를 제외하면 희귀 양담배를 공식 루트를 통해 발견하기란 쉽지 않다.
한편 회사원 전모씨(31)는 "국내에서 추억의 담배를 살 수 있는 몇 안되는 담뱃가게다. 단속을 핑계로 애연가들의 취미생활마저 침해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단속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 김윤희 기자 uni@sportschosun.com>
- Copyrights ⓒ 스포츠조선,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스포츠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