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하면 나온다는 숙변, 실은 소장상피세포래요

똥에 대한 잘못된 상식
변을 말할 때 자주 등장하는 말이 '숙변'(宿便)이다. 문자 그대로 풀면 장 속에 오래 머물러 있는 대변이라는 말이다. 하지만 이 말은 서양의학은 물론 한의학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용어라는 게 의료계의 지적이다. 일본의 단식위주 민간요법에서 유래한 단어라는 것. 그렇다면 숙변의 실체는 과연 무엇일까.
서양의학에서는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대변에 들어 있는 독소가 인체에 영향을 미친다는 믿음이 있었다. 이것이 자연건강법을 주장하는 사람들에 의해 숙변의 위험성으로 과도 포장됐다는 것이 의학계의 주장이다. 대장과 소장을 실제로 살펴 볼 수 있는 여건이 되는 지금, 의사들은 아무리 살펴 봐도 '대장이나 소장에 끼어 있는 숙변'은 없다고 말한다.
장 점막은 미끈미끈한 점액질이라는 물질을 계속 분비하기 때문에 장 점막의 융모 사이에 대변이 눌러 붙는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라는 주장이다. 또 장을 수술로 잘라내 관찰한 경우에도 대변은 관찰되지 않는다. 정기적인 장청소 역시 의학적인 근거가 없다. 장청소로 증상이 호전되는 경우는 독소 제거 효과가 아닌 변비 증상의 완화 정도다.
●단식 중에도 일을 본다?
'숙변이 모든 질병의 근원'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은 단식을 해도 대변을 보는 것을 숙변이 존재하는 가장 확실한 증거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는 숙변이 아닌 소화액과 소장상피세포라는 게 의료계의 설명이다. 위장관 소화선에서 나오는 분비액은 담즙과 장액을 비롯해 하루 6~8ℓ에 이른다. 또 소장상피세포는 약 3일마다 교체돼 탈락된다. 결국 단식시의 대변은 분비액이나 탈락된 소장상피세포 등이 뭉쳐서 배출된 것이다.
●구불구불한 대장 주름 사이에 낀다?
대장의 구불구불한 주름 사이에 변이 끼어 숙변이 된다는 주장도 있다. 대장의 형태를 제대로 몰라서 하는 소리다. 대장을 표현할 때 대체로 주름이 풍부한 모습으로 설명하지만 이는 정지사진을 볼 때의 경우이며 대장은 쉴새 없이 연동운동을 하고 있어 숙변이 낄만한 공간이 없다.
●숙변제거제를 먹으면 엄청난 양의 숙변이 나온다?
식이섬유로 된 '숙변제거제'를 먹었을 때 나오는 많은 양의 대변을 숙변의 근거로 제시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이는 다시마환 등 식이섬유가 많이 함유된 숙변제거제가 몸 속에서 수분을 흡수해 양이 늘어나는 것뿐이다.
●변의 독성이 해가 된다?
건강한 사람은 신장과 간을 통해 독소를 충분히 분해해 배설하므로 문제가 안된다. 흔히 숙변을 제거한다며 정기적으로 장청소를 하는 이들이 있다. 일정한 기간을 두고 시행하는 장세척은 대장의 연동운동을 높여 정상적인 배변을 돕는다. 하지만 장세척을 자주 하거나 관장을 하면 변이 대장 종말부에 찾을 때 스스로 배출하는 인체의 배출반사기능이 떨어지게 된다.
(도움말 한림대의료원 강동성심병원)
김소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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