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속여성]산드로 보티첼리 作 -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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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겨울이 품은 꿈이라 했던가? 어느덧 벚꽃 피고 지고 라일락 향이 그윽한 봄이다. 봄은 어느 계절보다 더 가슴을 뛰게 만들고 절망 속에 있는 사람들에게조차 희망을 떠올리게 하는 신비로운 힘이 있다. 15세기 피렌체 르네상스 시대의 대표 화가 보티첼리의 '봄'에도 사랑과 희망이 넘쳐 흐른다.
무대는 신화 속에 전해지는 '봄의 정원'으로 황금사과가 열린다는 곳이다. 아름다운 숲 속에는 아홉 명의 인물이 등장하는데, 주인공은 단연 비너스로 미의 여신답게 우아하고 사랑스러운 자태를 마음껏 발산하고 있다. 봄의 중심인 5월은 새 신부의 계절이니, 사랑의 신이자 예비신부의 표상인 비너스가 '봄의 정원'에는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일 터.
다른 여덟 인물도 봄 잔치의 흥겨움을 북돋우기에 손색이 없다. 화면 왼쪽에서는 신들의 사자인 헤르메스가 겨우내 드리워져 있던 먹구름을 걷어내고 있고 사랑, 정절, 미의 세 여신이 요염하게 원무를 즐기고 있다. 오른쪽에서는 사랑에 빠진 서풍의 신 제피로스가 꽃과 풍요와 봄의 여신 플로라를 뒤쫓아와 잡아가려 하고 있다. 그 순간 플로라의 입에서 꽃이 흩뿌려지며 화려한 여신으로 변신한다. 이는 봄의 서풍이 대지에 꽃을 뿌리고 봄을 가져다 주는 것을 의미하는데, 마치 플래시 동영상 같은 화면 구성과 천재적 상상력에 찬탄을 금할 길이 없다.
그리고 비너스의 머리 위, 큐피드가 눈을 가린 채 막무가내로 아무데나 활시위를 당기려 한다. 저 눈먼 화살에 맞는 어리둥절한 누군가는 새봄을 맞아 맹목적으로 사랑에 빠지게 될 것이다. '봄의 정원'이 주는 묘미는 여기에 있다. 자신을 돌아보지 않을 그 누군가에게 큐피드의 화살이 닿기를 바라는, 보티첼리의 마음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일설에 따르면 이 그림 속 비너스는 시모네타였다고 한다. 보티첼리와 동시대에 피렌체에 살던 시모네타는 어찌나 아름답던지 숱한 고관대작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었다. 그녀만을 위한 마상창 시합이 열리는가 하면, 그녀가 전염병으로 사망하자 온 피렌체가 슬픔에 잠길 정도였다. 보티첼리도 그녀에게 매혹되었는데, 시모네타가 죽은 다음 그려진 걸작인 '봄'과 '비너스의 탄생' 속의 비너스는 물론 이 그림 속의 비너스도 그녀를 모델로 한 것이라 전해진다.
키가 작고 몸이 뚱뚱해서 '술통'이라 불리고, 결혼을 혐오해서 평생 총각으로 살았다는 보티첼리에게 시모네타는 '봄'에서처럼 아름답고 우아한, 그러나 가까이할 수 없는 먼 이상과도 같았을 것이다. 섣불리 다가갈 수 없어 먼 곳에서만 바라보던 그녀에게 눈먼 큐피드의 화살이 닿기를 바라는 보티첼리의 마음은 우리에게도 결코 낯설지 않다.
거절당하면 어떠한가. 냉혈한도 따뜻해지는 봄이니, 다가가지 못한 채 그리움만 더해가는 이가 있다면 눈먼 큐피드의 화살을 맞은 것처럼, 서풍의 신 제피로스가 플로라를 쫓듯이 용기를 내어 봄이 어떨지. 대지에 넘치는 생명력과 희망을 핑계 삼아 말이다.

심형보 바람성형외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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