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프전 리뷰]KTF의 6차전 승리 원동력
갖은 악재를 딛고 6차전을 승리한 KTF
"이제는 해볼 만 합니다. 오히려 쫓기는 입장이 된 모비스보다 우리가 유리한 거 아닌가요?"
경기 후 기자에게 악수를 청하며 기분 좋게 말을 건낸 KTF 팬의 말처럼 이제는 정말 우승트로피의 향방은 오리무중이 되어버렸다.
4월 29일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열린 2006~2007 현대 모비스 프로농구 울산 모비스와 부산 KTF 양 팀 간의 챔피언 결정전(챔프전) 6차전 경기는 당초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모비스의 우세를 점치는 것이 대세였다. 비록 5차전을 85-87로 아쉽게 패했지만, 모비스가 체력적인 면이나 객관적인 전력에서 KTF에 다소 앞서있는데다 안방무적을 자랑하는 터라 6-7차전을 홈에서 치른다는 것이 유리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히려 이러한 전망은 KTF 선수들의 투혼 앞에서 모두 무용지물이 됐다. 내심 6차전에서 우승을 확정지을 것이라 기대한 모비스 선수들과 7,214명이 가득 메운 동천체육관을 침묵에 빠지게 만들었다. 그 자리는 KTF 선수들과 530여명의 KTF 원정 응원단의 함성이 채웠다.
객관적인 전력의 열세에 체력마저 이미 바닥이 난 KTF가 챔프 6차전을 승리로 이끈 원동력은 과연 무엇일까?
모처럼 제 몫을 해준 애런 맥기
챔프 6차전 승리의 수훈갑은 단연 용병 애런 맥기였다. 그동안 자신의 짝인 필립 리치가 좋은 활약으로 팀에 큰 공헌을 했지만, 자신은 번번이 심판 판정에 흥분하고 무리한 공격으로 팀에 악영향을 끼쳐왔다. 하지만, 이날 경기에서는 그동안 자신의 부진을 한 번에 만회하려는 듯 모처럼 '한국형 용병'이라는 닉네임에 걸맞는 활약을 선보였다.
이날 총 30분 13초를 뛰면서 23점(3점슛 1개) 6리바운드 5어시스트를 기록한 맥기는 승부처였던 4쿼터에서 11점을 몰아넣는 집중력을 선보였다. 특히나 4쿼터 종료 2분 41초를 남기고 결정적인 훅슛을 성공시키며 67-59로 점수차를 벌린 맥기는 기세를 몰아 4쿼터 종료 1분 59초전 종료 부저와 동시에 깨끗한 3점포를 림에 꽂으면서 70-61로 더욱 달아났다. 남은 시간이나 양 팀 선수들의 기세를 봤었을 때 사실상 승부에 쐐기를 박는 연속 득점이었다.
또한 자신의 매치업 상대인 모비스 윌리엄스의 웨이트가 약한 것을 이용해 내-외곽을 가리지 않는 공격적인 플레이로 그를 괴롭힌 것 역시 눈에 보이지 않는 맥기의 활약이었다. 맥기를 수비하다보니 체력적으로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었던 윌리엄스는 공격에서도 큰 영향을 받아 부진했다.
이날 경기 후 인터뷰에서 애런 맥기는 "비록 4쿼터 초반 파울 트러블에 걸렸지만, 정신 무장을 열심히 했고, 오늘(6차전)진다면 시리즈도 끝이기 때문에 공격적으로 플레이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맥기는 윌리엄스와의 매치업에 "나보다 웨이트가 약한 윌리엄스가 곧잘 넘어져 심판들이 휘슬을 부는데 그런 것에 대해 이야기를 하러 가면 심판들은 이상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며 아쉬움도 드러냈다.
모처럼 용병다운 활약을 보여준 맥기의 존재감. 그의 활약이 있기에 KTF의 7차전 전망도 밝아질 것으로 기대해도 좋을 듯 하다.
KTF의 부족한 부분을 메운 송영진과 조성민
맥기의 활약 이외에도 송영진과 조성민의 활약도 빛난 경기였다. 사실 신기성과 두 용병들에게 상대방의 집중 견제가 이어진다는 것을 감안하면 그들 이외의 선수들이 슈터나 득점원 역할을 해줘야 하는데, 공격과 수비에서 이들이 KTF의 부족한 면을 잘 메워줬다.
일단, 허리 통증으로 5차전을 결장한 송영진은 이날 진통제의 힘을 빌려 경기에 출장을 강행하는 투혼을 보였다. 사실 KTF 입장에서는 장신 포워드이면서 내-외곽 플레이가 모두 가능한 송영진의 공백은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물론, 김도수-이한권 등의 수준급 선수들이 있기는 하지만, 송영진에 비하면 다소 부족함이 있었다.
이러한 것을 너무나 잘 알았던 송영진은 6차전에 출장. 32분 51초 동안 13점 4리바운드 2어시스트를 기록했다. 특히나 2점슛은 6번을 쏴서 100% 성공시키는 기염을 토했다. 결국 송영진의 '진통제 투혼'이 KTF 선수들을 단단하게 묶은 셈이었다.
공격에서 송영진의 활약이 빛났다면 수비에서는 조성민의 활약이 빛났다. 비록 이날 공격에서는 자유투로 2점을 넣는데 그쳤지만, 수비에서 양동근을 팀 최고참인 김희선과 번갈아가며 맡아 9점으로 묶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비록 4쿼터 초반 양동근의 슛 시도 도중 착지하는 과정에서 부상을 당해 들 것에 실려 나갔으나 오히려 조성민의 몸을 사리지 않는 투혼은 다른 선수들에게 자극제가 되었다.
게다가 KTF 선수들 입장에서는 올 시즌 직전 지난 해 9월 미국 전지훈련 교통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조성민의 부모님 영전에 반드시 챔피언 트로피를 바치겠다는 각오를 하고 온 터라 더욱더 최선을 다했다. 결국 조성민 자신을 위해서도 물론이고, 하늘나라에 계신 부모님을 위해 우승은 반드시 필요한 것이었다.
과연 송영진과 조성민의 6차전 활약이 과연 7차전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해보자.
선수단을 똘똘 뭉치게 한 '캡틴' 김희선
6차전 승리의 숨은 공신은 바로 KTF의 주장 김희선이었다. 그동안 신기성-이홍수 등에 밀려 이렇다할 활약을 펼쳐주지는 못했지만, 선수들의 체력이 떨어질 대로 떨어진 6차전에서 깜작 기용되어 눈에 보이지 않는 공헌으로 팀을 이끌었다.
이날 1쿼터 4분 46초가 경과한 상황에서 조성민을 대신해 코트에 투입된 김희선은 총 13분 40초를 뛰면서 모비스 양동근의 전담 수비를 맡았다. 공격에서 2점슛 한 번-3점슛 세 번 시도했지만 단 하나도 성공시키지 못했고, 1리바운드 1어시스트 2스틸을 기록한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이날 경기 후 추일승 감독이 인터뷰에서 밝혔듯 주장인 김희선이 코트에서 최선을 다한 것만으로도 다른 선수들에게는 충분히 자극제가 되었다. 팀 최고참으로 주장직을 맡고 있는 그가 코트에서 열심히 뛰는 것만으로도 다른 선수들 입장에서는 동기 부여가 충분히 되었기 때문이다.
선수들의 체력이 떨어 질대로 떨어진 6차전에서 깜짝 활약을 보여준 노장의 투혼이 과연 KTF의 극적인 역전 우승이라는 드라마를 연출해낼 수 있을지 기대해보자.
저작권자 ⓒ 점프볼.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07-04-29 울산/서민석 인터넷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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