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황하는 20대 심리 묘사한 소노 시온 감독의 ''헤저드''

감각적 영상의 소노 시온 감독과 일본의 정상급 배우 오다기리 조가 만났다. 영화 '헤저드'(19일 개봉)를 통해서다. 방황하는 20대를 그린 '헤저드'는 둘의 특징을 고스란히 우려낸다. '자살클럽' '노리코의 식탁'으로 국내에 잘 알려진 소노 시온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도 충동적인 영상미를 선보인다. 오다기리 조는 '유레루' '메종 드 히미코'에서 연기파 배우임을 입증해냈듯이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은 '신이치'의 내면 심리를 제대로 소화해낸다.
어린아이의 목소리를 빌린 내레이션은 이장호 감독의 '바보선언'(1983)을 인상 깊게 본 소노 시온 감독의 선택이다.
'지루하고 공허한 일본, 졸리지만 쉽게 잠 안 오는 일본.' 스무살 신이치는 대학생활이 따분하기만 하다. 우연히 펼쳐본 '세계의 위험한 곳들'이란 책에서 뉴욕의 '헤저드'란 곳을 알게 된 그는 충동적으로 뉴욕을 향해 떠난다. 뉴욕은 만만찮은 곳이다. 신이치는 택시에서 쫓겨나고 깡패들에게 가방마저 뺏긴다.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겁쟁이 같으니"란 자학적인 한마디를 자신에게 던지는 것뿐이다.
하지만 평범한 대학생의 탈을 벗고 마음껏 내달리는 '자유'가 그에게 찾아든다. 타임스퀘어 광장을 알몸으로 산책하는 괴짜 리(제이 웨스트)와 사랑밖에 모르는 순정파 다케다(후카미 모토키)를 만나면서부터다. 그들은 급기야 '단순한 삶(Simple life)'을 향해 함께 질주한다. 슈퍼마켓에서 강도짓을 벌이고 마약을 섞은 아이스크림을 팔며 하루하루를 사는 식이다. 이들의 요동치는 삶은 1센트로 1억달러를 만들겠다는 희망으로 이어지며 종국에는 자극적인 위험으로 치닫는다.
여고생 54명이 지하철에 집단투신하는 장면의 '자살 클럽'을 찍었던 소노 감독은 들고찍기 기법으로 뉴욕의 에너지를 담뿍 담아내며 청춘의 강렬한 해방감을 전한다. 감독은 "짜여진 시나리오 없이 뉴욕의 각 장소들이 주는 영감으로 영화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해답과 메시지를 찾으려는 관객에겐 이 영화는 미로처럼 느껴질 수 있다. 카메라는 삶의 감각을 일깨워줄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찾아 나서는 신이치를 따라갈 뿐이니까. 어떠한 것도 똑부러지게 답하지 않는 영화는, 그저 20대의 방황을 스케치한다. '난 앉아서 세상의 모든 괴로움을 보고 있다. 모든 압제와 치욕을. 나에게는 들린다, 자신의 비행을 후회하며 괴로워하는 젊은이의 울음소리가'라는 월트 휘트먼의 시와 함께.
윤성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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