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주사 실습 '예비간호사도 떨려요'



여기 맞죠 교수님? 힐끗 눈치 한번 인공 팔둑인데도 덜덜덜~
"근무 첫날의 기억을 아직도 잊을 수 없어요. 처음 놓는 주사였는데 치질을 앓고 있는 남자 환자였어요. 일단 엉덩이를 때렸는데 막상 바늘을 찌르려니 그게 참 희한하게 박자가 맞지 않는 거에요. 지금 생각해도 등골에 식은 땀이 돋아요."
한 전직 간호사의 말이다. 주사가 무섭기는 놓는 사람이라고 다르지 않다. 자칫 잘 못 놓으면 생명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것이 주사 놓기. 그래서 예비 간호사들에게 첫 주사 실습은 말할 수 없이 떨리고 두렵고 막중한 책임감에 온 몸의 신경이 곤두서는 시간이다. 호기심과 긴장감이 묻어나는 삼육대 간호학과 3학년생들의 투약 실습 현장을 들여다본다.
*주사 실습이 있는 '기본 간호학' 과목은 대개 2학기에 개설돼 학생들의 이야기로 재구성했다.
첫 실습 주자로 나선 이보영(21)씨는 손으로 특수고무 소재 엉덩이 모형을 이리 저리 재보더니 오른쪽 상단 부분을 가리키며 곁에 있는 한숙정 교수의 눈치를 살폈다. "여기 맞죠, 교수님?"
한 교수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자 이씨는 얼른 주사 바늘을 직각으로 모형에 꽂았다. 됐다 싶은 순간, 단호한 한 마디가 뒤통수를 친다. "솜은 미리 들고 있어야지."
"아, 맞다." 이씨가 머리를 긁적였다. 실습에 앞서 2시간이나 한 교수의 설명을 들었지만, 막상 모형을 접하니 머리 속이 하얗게 빈 것 같다. 한 교수는 "진짜 주사기를 들면 배운 것이 떠오르지 않고 당황하게 마련"이라며 "그래서 수업 중엔 학생들이 안정되게 시술할 수 있도록 조용히 지켜보기만 한다"고 설명했다.
물론 실수는 그 때 그 때 지적한다. "주사하고 나서는 피스톤 뒤를 살짝 당겨야지." 한 교수 주변을 에워싸고 있던 학생들은 "맞아, 맞아"하며 웅성댔다. 자신들도 충분히 실수할 수 있는 내용이라는 공감의 목소리였다.
단체로 모여 설명을 듣고 난 뒤 학생들은 곧바로 두 명씩 짝을 짓기 시작했다. 서로가 서로의 마루타가 되어 직접 인체 투약실습을 하는 떨리는 순간이다. 한 교수는 학생들의 실수를 바로 잡기 위해 실습실을 분주히 돌아다녔다. "어떤 때는 주사기 바늘 뚜껑을 열지도 않고 '설명하신대로 되지 않는다'며 울상들이에요. 얼마나 당황하면 그러겠어요."
파트너에게 근육주사를 맞은 정진아(22)씨는 "환자도 아닌데 주사를 맞아서인지 무척 아프다"면서도 "주사할 때보다 맞을 때 더 많은 깨달음을 얻는다"고 말했다. 환자의 고통을 십분 이해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아무리 연습을 많이 한다고 해도 주저 없이 환자에게 주사하는 일이 생각처럼 쉽지 않다. 현행법상 정식 간호사가 돼야만 환자에게 직접 투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비 간호사들은 주사기를 살에 꽂고 바늘이 살을 파고 들어가는 그 느낌을 충분히 익히기 위해 수업시간 외에도 주사기를 여기저기 찔러보는 연습을 많이 한다.
실습 장비가 충분치 않았던 10여년 전만해도 가장 많이 동원됐던 수단은 '귤'이었다. 귤 껍질이 비교적 피부와 비슷하다는 이유였다. 솜이 들어 있어 푹신한 느낌을 주는 베개도 많이 동원됐다.
요즘은 특수 고무로 제작된 팔과 엉덩이, 손 등 인체 모형을 이용한다. 보는 앵글에 따라 다른 모습의 엉덩이 모형을 갖추고 있다.
5~6년 전부터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 시뮬레이션 실습이 가능한 장비를 도입한 학교도 많아졌다. 3,000만원 상당의 장비로, 프로그램을 시작하고 환자의 팔이나 엉덩이가 나와 있는 그림을 보면서 컴퓨터에 연결된 주사기를 움직이면 화면 속의 환자가 반응을 보인다. 그게 실습효과가 있겠나 싶지만, 학생이 실수를 하면 화면 속 환자가 피를 흘리고 신음 소리도 내니 현장감은 최고다.
환자들은 예민한 상태이기 때문에 반응이 없는 모형이나 학생끼리 실습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한 교수는 "환자들은 간호사가 한 번만 실수해도 경험이 많은지 부족한지 금세 알아챈다"며 투약 연습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긴장감 탓인지 2시간의 실습 시간이 순식간에 흘렀다. 2주 수업 뒤에는 인근 병원에서 직접 실습을 나간다. 몇몇 학생은 수업이 끝났지만 여전히 엉덩이 모형을 손에서 놓지 못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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