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e-Rhee-Yi' 여권 성씨 영문표기 달라 혼선

2007. 2. 19.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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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짜 아빠라는 점을 입증해야 입국 할 수 있습니다."

 회사원 이모씨(42)는 지난 여름 휴가를 떠올리면 지금도 진땀이 다난다.

 맘먹고 떠난 해외 여행길에 '입국 불가'라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상황을 맞아야 했기 때문이다.

 지난 7월말 패키지 여행상품을 통해 필리핀 마닐라 공항 입국장에 도착한 김씨네 가족은 입국 수속 중 아빠와 6살짜리 아들의 여권 성씨가 달라 공항 직원으로부터 "친부모가 아니지 않느냐?"는 지적을 받아야 했다. 필리핀의 경우 미성년자의 입국은 반드시 친부모나, 그 대리인이 함께 해야 가능하다.

 이씨의 영문표기는 'LEE', 아들은 'YI'로 적혀 있었다. 아이의 여권을 만들며 아내가 무심코 아이의 성씨를 소리 나는 대로 적었기 때문이다. 언젠가 TV우리말 프로그램에서 외래어 표기가 '표음원칙'에 따라야 한다는 내용을 접했던 게 '화근'이다.

 이씨의 짧은 영어로는 현지공항직원을 설득하기엔 역부족이었다. 마침 함께 동행한 여행사 가이드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생활 속에 영문표기 혼돈과 오용으로 빚어지는 해프닝이 많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비단 성씨 표기상의 문제뿐만 아니다. 도로 이정표 지명표기 등에도 아직 완벽한 통일이 이뤄지지 않아 혼돈을 주고 있다.

 특히 해외여행객이 폭주하는 이즈음 여권 관련 해프닝은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여행뉴스 이봉식 사장에 따르면 "최근에는 구청에서 성씨 관련 표기의 기본 서식을 제시하고 있지만 이전에는 여권 발급을 대행해주는 여행사 직원의 임의적 기술, 의뢰자의 혼돈 등으로 실수가 발생했다"며 "여권 영문표기상의 허점은 단순 해프닝에 그치지 않고 가끔은 불법 체류자들에 의해 악용되기도 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영문표기가 대략 'LEE', 'RHEE' ,'YI' 등 3가지로 혼용 되고 있는 이씨들의 경우 종친회에서는 "가급적 'LEE'로 통일 표기하자"는 내부방침까지 정리했다.

 전주이씨 종친회 전례부 이강덕씨는 "강제 규정은 아니지만 대개 'LEE'로 쓰자는 입장"이라며 "국내에 거주하는 종친들은 'LEE'를, 외국 거주자는 주로 'YI'를 쓰는 편이며, 이승만 박사처럼 'RHEE'는 개인적 취향에 따라 소수가 쓰고 있는 것으로 파악 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글 표기에 있어서는 호적정리를 통해 '리씨'로 호적이 등재된 경우라도 은행, 관공서 업무에서는 '이씨'로 통일해 사용해야한다는 게 이씨의 설명이다.

 영문표기 혼돈의 대표적 사례는 도로 이정표에서 잘 나타난다. 지난 2000년7월 개정된 로마자표기법에 따르면 "로마자 표기는 국어의 표준 발음법에 따라 적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돼 있다. 하지만 소리 나는 대로 적다 보면 기존 철자법과 달라 혼란스럽다.

 종로는 '종노(Jongno)', 설악은 '서락(Seorak)' 대관령(대괄령 Daegwallyeong), 백마(뱅마 Baengma), 왕십리(왕심니 Wangsimni), 신라(실라, Silla)…. 또 부산은 이제는 'Pusan'이 아닌'Busan'으로 적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 마저도 일관되게 완벽 적용되지 않아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이에 대해 국립국어연구원(www.korean.go.kr)측은 기본적으로 성씨에 관한한 기존의 영문 표기를 모두 인정하며, 지명은 반드시 바뀐 로마자 표기를 써야함을 강조했다. 국립국어연구원 정다인 상담원은 "지명은 로마자표기법에 따르되 두음법칙, 구개음화, 자음동화 등 발음부분을 특별히 유의해야한다"고 말했다. < 김형우 기자 hw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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