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안산역 토막살인사건, 외국인 "우리도 피해자"

【서울=뉴시스】
지난 2일 밤 11시30분 경기 안산역 토막살인사건 범인이 검거됐다. 범인이 중국인인 것으로 알려지자 안산시 단원구 일대 외국인 일반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이 확산되고 있다.
▲'국경 없는 마을' 외국인은 두려워...
사건이 발생한 곳은 외국인들이 많이 살고 있는 일명 '국경 없는 마을'이다. 이 지역은 전체 주민 3만2000여명 가운데 외국인이 2만여명에 이른다.
외국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만큼 마을에 들어서면 한자, 아랍어, 영어로 표기된 간판과 상점 및 음식점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고 다양한 외국어를 구사하며 삼삼오오 지나가는 사람들의 모습은 마치 외국의 어느 거리를 옮겨놓은 듯한 이국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계속되는 불경기 속에서도 이곳은 제법 많은 외국인들로 활기가 넘치던 곳 이었지만 지난달 24일 토막살인 사건이 발생, 유력한 용의자로 중국인이 거론되면서 경찰은 외국인 근로자들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를 펼쳤다.
경찰의 순찰이 강화되고 거리 곳곳에는 토막살인 용의자 수배현수막이 내걸렸다. 경찰은 거동이 수상한 외국인 근로자를 발견하면 가차 없이 수배 전단지의 사진과 비교했다.
또 사건 발생 이튿날 출근시간에는 출입국관리소 직원들이 안산역 일대에서 외국인 근로자들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을 벌이면서 많은 불법체류자들이 원곡동을 떠나 다른 지방으로 도피하거나 집에서 은둔생활을 하는 등 자취를 감췄다.
특히 매일 200여명의 경력이 투입돼 검문검색 및 탐문이 이어졌고 경찰은 이 지역 1700여세대를 일일이 방문해 발견되지 않은 토막난 시신의 일부를 찾기 위해 낮밤을 설치며 수사에 전념했다.
뒤숭숭한 마을 분위기 속에 외국인 근로자들에 대한 주민들의 불신은 범인이 검거된 후에도 계속되는 분위기다.
우선 여전히 저녁 외출을 삼가고 가게 문도 일찍 닫아 오후 9시만 넘어도 마을은 쥐죽은 듯 조용했다.
신모씨(45)는 "대부분 외국인들을 상대로 장사하는데 살인사건 이후 불안해서 가게를 늦게까지 열 수가 있어야지"라며 "어차피 다들 빠져나가고 손님도 없는데 문 열고 있을 필요가 뭐가 있겠냐"고 서둘러 가게 문을 닫았다.
외국인들도 평소 가난한 나라에서 온 이방인이라는 점 등 때문에 받아야 했던 곱지 않은 시선에다 이번 사건으로 범죄자 취급까지 받게됐다며 억울해 했다.
중국인 Y씨(34)는 "얼마 전 거리를 지나던 중 한국 학생들이 나를 손가락질하고 피했다. 또 순찰차 안에 있는 경찰관들이 수배 전단지와 나를 유심히 살펴보는데 마치 범인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고 하소연 했다.
또 다른 조선족 J씨(40)는 "이곳은 외국인 친구들이 많이 살아 지내기가 편했는데 이번 일로 지금은 아예 범죄자로까지 취급하니 정말 슬프다, 나는 나쁜 사람이 아니다"고 말했다.
안산역 토막살인사건은 범인이 검거되면서 일단락됐지만 외국인과 내국인이 공존하던 원곡동 '국경 없는 마을'에 또 다시 국경이 들어서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높다.
▲외국인 근로자 "우리도 피해자"...정책 마련 시급
안산시는 지난해 10월말 현재 단원구 원곡동에 거주하는 외국인 수를 2만명으로 파악하고 있다. 하지만 안산이주민센터는 원곡동에 거주하거나 활동하고 있는 외국인 수는 4만명, 이 가운데 50%는 미등록체류자(불법체류자)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원곡동이 '국경없는 마을' 또는 '코시안(코리안+아시안의 합성어) 타운'이라고 불리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외국인에 의한 강력범죄가 발생하면 외국인 근로자 모두 범죄자인양 취급하는 사회분위기 속에서 외국인들과 내국인 간 차별이 없는 '국경 없는 마을'은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일 수밖에 없다.
안산이주민센터 류성환 미디어팀장은" 이번 사건으로 열악한 환경 속에서 묵묵히 일을 하고 있는 대다수 선량한 외국인 노동자들이 피해를 봐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류 팀장은 "범죄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일어나는 것이지, 외국인이 한국사회에서 범죄를 저질렀다고 '외국인에 의한 범죄'로만 인식, 오도하는 것은 다국적.다문화 사회에 접어든 지금 시대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류 팀장은 또 미등록체류자의 경우 범죄를 저지르기 보다는 오히려 범죄 피해자가 될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미등록체류자들은 신분이 노출될 경우 강제출국을 당하기 때문에 최대한 은둔하며 조용히 생활하고 있고 혹여 범죄 피해자가 될 경우라도 신고조차 못하는 실정이라고 류 팀장은 설명했다.
그는 또 "미등록체류자 대부분은 3D업종에 종사하면서도 숙련공으로 인정받고 있다"며 "만약 이들이 강제출국 당할 경우 해당 기업체나 공장은 큰 타격이 아닐 수 없기 때문에 법집행에 앞서 이들이 한국에 머물고 있는 이유를 우선적으로 생각해 볼 문제"라고 지적했다.
류 팀장은 외국인에 대한 불신을 줄이고 외국인이 한국 사회에 융화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외국인 이주민 단속 우선이 아닌, 보호가 중심이 된 관리체계 개선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오종택기자 ohjt@newsis.com
배민욱기자 mkbae@newsis.com
강수윤기자 sho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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