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스토리] 시드니 셀던, 글 하나에 매달렸던 삶

2007. 2. 1.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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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 소설가 시드니 셀던(89)이 지난달 30일 오후(현지시각) 생을 마감했다.

그의 대변인인 워렌 코완은 "시드니 셀던이 폐렴 증세로 치료받고 있던 미 캘리포니아주 랜초미라지의 아이젠하워 병원에서 부인과 딸이 지켜보는 가운데 숨을 거뒀다"고 전했다.

생전 셀던이 출판계에 남긴 기록은 실로 어마어마하다. 그의 소설은 전세계 180개국에서 51개 언어로 번역돼 2억 8천만부가 넘게 팔렸다. 특히 1974년 발표한 <깊은 밤의 저편(The Other Side of Midnight)>은 뉴욕타임스 집계 베스트셀러 목록에 연속 52주간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내일이 오면> <신들의 풍차> <시간의 모래밭> <별빛은 쏟아지고> <영원한 것은 없다> 등 수많은 작품이 영화와 드라마로 재탄생 됐다.

셀던은 자신의 모든 작품을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순위 1위에 올려놓는 세 명의 베스트셀러 작가(스티븐 킹, 시드니 셀던, 존 그리샴) 중에서도 가장 많은 판매부수를 자랑한다.

1977년엔 작품이 세계에서 가장 많이 번역된 작가로 기네스북에 이름을 올렸다. 명실상부 세계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로 인정 받은 것. 미국 출판가에서는 '마이더스의 손'이라 불렸을 정도다.

그는 2백편이 넘는 텔레비전 대본, 25편의 영화 시나리오와 6편의 브로드웨이 쇼 극본을 썼으며 18권의 소설을 발표했다. 그리고 각 분야에서 최고임을 인정 받는 '에미 상' '토니 상' '오스카 상' 그리고 '에드가 엘런 포우 상'을 수상하는 전무후무한 대기록을 남겼다.

이 같은 성공은 우연히 얻은 행운이 아니다. 오직 작가가 되겠다는 일념 하에 피나는 노력을 기울여온 시드니 셀던의 삶은 자서전 <또 다른 나>(북@북스. 2006)에서 확인할 수 있다.

고단한 삶, 작가가 되겠다는 꿈으로 버텨…

젊은 시절 셀던은 불우한 가정환경과 지독한 가난에 시달렸다. 아버지는 일자리를 찾지 못해 낙심했고 어머니는 일주일에 6일을 백화점에서 근무했다. 셀던은 대학을 다니는 와중에도 매일 밤 휴대품 보관소에 나가 일했고, 토요일엔 약국에서 배달 일을 맡았다. 그럼에도 형편은 나아지지 않았다.

풀타임으로 일하면서 가사까지 도맡았던 어머니가 "일을 하나 더 찾아야겠다"고 말한 다음날 아침 결국 그는 대학을 자퇴했다. 이후 일주일에 6일은 백화점에서, 7일은 호텔 휴대품관리소에서, 매주 토요일은 약국에서 일하는 고단한 삶이 이어졌다. 셀던은 당시를 다음과 같이 회상한다.

"멘델 브라더스 백화점에서의 일은 쉽고, 지루했다. 나는 지루한 일보다 도전적인 일을 원했다. 나 스스로를 성숙시킬 수 있는 그런 일을 원했다."

지치고 피곤한 일과 속에서도 그는 쉬운 일보다 자신을 성장시킬 일을 원했던 것. 안주와 포기를 모르는 도전정신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사실 셀던에겐 그를 지탱해주는 힘이 있었다. 다름 아닌 "작가가 되고 싶다"는 꿈이었다.

꿈을 이룰 수 있는 계기는 무작정 날아간 할리우드에서 주어졌다. 당시 '스타 탄생' '데이비드 코퍼필드' 등 수많은 히트작을 만들며 명성을 떨치던 제작자 데이비드 셀즈닉으로부터 소설을 요약하는 '리더' 일을 제안 받은 것.

기다리던 청탁이었지만 문제가 있었다. 셀즈닉의 비서는 당장 그날 오후 6시까지 요약본을 제출해달라고 요청했다. 4백 페이지 소설을 하루 만에 읽어야 했고, 쓸만한 타자기를 구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30장 분량의 시놉시스를 써내기에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다. 하지만 셀던은 단번에 수락했다. 어렵게 찾아온 기회를 놓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그는 무사히 작업을 마쳤고 리더 직을 따낼 수 있었다.

50세, 인생 후반기에 시작한 소설가의 삶

이후 시드니 셀던은 브로드웨이 극작가와 시나리오 작가를 거치며 탄탄대로를 걸었다. 그가 소설가로 인생의 방향을 선회한 건 50세에 접어들었을 무렵.

시트콤 '나는 지니를 꿈꾼다'를 제작하는 동안 셀던은 어떤 이야기 하나를 떠올렸다. 누군가로부터 살해 위협을 받고 있는 정신과 의사에 관한 내용이었다. 문제는 이야기가 드라마 형식으로는 표현이 어렵다는 데 있었다. 정신과 의사의 심리를 효과적으로 묘사하기 위해서는 소설이 적합했다. 하지만 셀던은 쓸 자신이 없다는 이유로 아이디어를 잠시 묻어뒀다.

다른 프로젝트로 분주히 지내는 와중에도 한번 떠오른 아이디어는 쉽사리 떨쳐지지 않았다. 그는 <또 다른 나>에서 "마치 그 캐릭터가 자신에게 제발 생명을 불어넣어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 같았다"고 술회하고 있다.

결국 소설 쓰기에 돌입했다. 도저히 시간을 낼 수가 없어 매일 오전 셀던이 불러주면 비서가 받아 적는 방식으로 집필을 진행했다. 그렇게 탄생한 소설이 데뷔작 <벌거벗은 얼굴>이다. 작품은 금전적으로 크게 성공하진 못했다. 판매부수에 비해 홍보에 들어간 돈이 많았던 탓이다.

소득은 의외의 곳에서 발생했다. 셀던이 그 동안 한 번도 누려본 적 없었던 창작의 자유를 맛보게 된 것. 사실 시나리오나 연극 극본이 연출자, 음악가들과 함께하는 작업이기에 제약이 많았다. 이에 반해 소설은 자신의 맘대로 무엇이든 창조해낼 수 있었다. 그는 소설가란 직업에 흠뻑 빠져들게 된다.

"소설가 자신이 캐스트고, 제작자고, 연출자다. 소설가는 세상을 창조해낼 수 있는 자유가 있고,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거나 마음껏 뛰어넘을 수 있는 자유도 있다. 캐릭터에게 군대를 지원하거나, 하인을 내려주거나, 별장을 지어줄 수도 있었다. 상상의 한계란 있을 수 없었다."

셀던은 바로 신작 준비에 들어갔다. 그리고 1년 후 출간된 책은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2번째 소설은 바로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리스트에 52주간 올랐던 <깊은 밤의 저편>이었다.

그 후로 30여년 동안 셀던은 수많은 베스트셀러를 양산해 왔다. 80대에 이른 고령의 나이에도 창작열은 사그라질 줄 몰랐다. <또 다른 나>의 저자 후기에서 그는 강한 집필 욕구를 내비치고 있다.

"나를 괴롭혀 온 조울병은 현재 리튬의 도움으로 많이 극복한 상태다. 현재 신작 소설과 논픽션, 그리고 브로드웨이 연극을 구상하고 있다. 얼마 전, 나는 여든여덟 생일을 맞아 축하를 받았다. 나는 롤러코스터 같았던 스릴만점의 내 인생을 무척 소중하게 여기고 있다. 흥미진진하고 멋진 여정이었다…(중략) 크게 성공도 했고, 엄청난 실패도 수없이 맛보았다. 내 이야기를 독자들과 나누고 싶고, 그들 모두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독자들은 언제나 내 곁에 있어 주었다. 그들 모두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뜻을 전한다."

시드니 셀던이 준비하던 작품들은 이제 만날 수 없다. 하지만 그가 생전에 남긴 수많은 저서들은 영원히 독자들의 가슴에 기억될 것이다.

[고아라 기자 rsu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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