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FEATURE]해외여행 변천사④ 해외여행 자유화, 배낭 메고 세계로

2007. 1. 18.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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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여행업계에 새로운 전환을 가져온 것은 서울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이었다. 두 번의 대규모 국제행사를 치르면서 국민들의 국제화 수준이 크게 높아졌다. 해외여행에 대한 인식도 제고되어 여름 바캉스에 관한 설문조사를 벌이면 경포대나 해운대와 함께 태국 파타야가 희망 여행지 상위에 올랐다.

시대적 조류에 힘입어 해외여행 자유화도 급물살을 탔다. 1987년 9월부터 관광목적의 출국 허용기준이 45세로 완화되더니 이듬해 7월에는 30세까지 내려갔다. 그리고 1989년 1월 1일 드디어 해외여행 전면 자유화 시대가 개막됐다.

한진관광은 해외여행 전면 자유화를 기념해 신년 첫날 신문에 '해외여행의 꿈을 KAL월드투어와 함께…'라는 제목으로 전면광고를 게재했다. 동남아, 일본, 유럽, 성지순례, 허니문여행 등 분야별 40여 개의 상품이 소개되었다. 한 가지 눈여겨볼 것은 한쪽 귀퉁이에 '중국 대륙의 산업시찰, 투자상담, 친지방문 여행도 안내해 드립니다'라는 문구다. 중국과의 수교가 이루어지기 전부터 이미 여행사들은 중국을 제집 드나들 듯 했음을 알 수 있다.

해외여행 전면 자유화의 가장 큰 수혜자는 대학생이었다. 바야흐로 배낭여행의 시대가 열리게 된다. 배낭여행을 다룬 서적, 영화, 방송물이 대거 선보였고 대학가에선 배낭여행 설명회가 성황리에 열렸다. 물론, 이전에도 '단기해외연수', '문화연수'라는 이름의 대학생 해외여행 프로그램이 있었다.

대학생 30~40명이 단체를 이뤄 영어권 국가로 3~4주 코스의 어학연수를 떠나는 일정이었다. 대학생들은 단체로 전용버스를 타고 이동했는데, 여행사 직원이 유치원 선생님처럼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것을 챙겨주었다. 현재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판매되는 어학연수 상품이 예전에는 대학생을 주요 고객으로 삼아 진행됐던 셈이다.

1990년대 초반 배낭여행 시장이 본격적으로 형성되면서 하나로, 블루, 내일여행 등 배낭여행 전문 여행사들이 문을 열었다. 과외 아르바이트로 주머니가 두둑해진 서울 주요 대학의 학생들이 타깃이었다.

"업체간 경쟁이 정말 치열했어요. 대학 캠퍼스 내에 포스터를 붙이는 방식으로 홍보전략을 폈는데, 포스터가 10분 이상 게시판에 붙어있지 못했어요." 내일여행 김희순 이사의 얘기다.

배낭여행 1세대들도 10년 전 부모 세대가 그랬듯 해외에서 갖가지 해프닝을 겪었다. 한국에선 크림으로 잘 알려진 특정 브랜드에서 나온 샴푸를 얼굴에 바르는 것으로 오인해 사용했다가 단체로 얼굴 피부가 벗겨진 일도 있었다. 유럽 단체배낭 상품을 이용하는 대학생들은 여행사에서 사전교육을 받고 장도에 올라야 했다.

◆패키지 vs. 개별여행

해외여행 전면 자유화 첫 해에 출국자 수는 사상 최초로 100만 명을 넘어선다. 자연스럽게 여행업계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쏟아졌다. 이미 여행사 설립이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바뀐 터라 누구나 관청에 신고만 하면 여행사를 차릴 수 있었다. 수천개의 여행사가 일시에 생겨나 무한경쟁을 벌이는 춘추전국시대가 도래했다.

여행사가 대폭 증가하자 해외여행 상품의 종류도 늘어났다. 하지만 상품을 고르는 기준은 여전히 가격이 대세였다. 패키지를 구성하는 세부일정보다 가격에 먼저 눈이 갔다. 여행객들은 꼼꼼히 내용을 비교하기 보다는 몇 천 원이라도 더 싼 패키지를 선택했다.

이러한 경향이 업체들의 과당경쟁과 맞물리자 덤핑 상품이 우후죽순 나타나기 시작했다. 특히 몇몇 후발업체들은 고객 확보를 위해 초저가 상품을 앞세운 대대적인 신문광고에 주력했다. 출혈경쟁 속에 '노마진'을 넘어 원가에도 못 미치는 상품까지 출현하게 되는데, IMF 외환위기 이듬해에는 방콕-파타야 4박 5일 29만9000원 상품이 등장해 돌풍을 일으켰다.

"일부 여행사가 항공료에도 못 미치는 가격으로 덤핑을 치는 바람에 시장질서가 많이 흐트러졌습니다. 초저가 여행사들이 시장을 키운 부분은 있지만, 여행 서비스는 그 때부터 계속 악화되었습니다."

세방여행 강건 이사의 지적처럼 패키지 상품의 덤핑화는 여행의 질을 떨어트리는 결과를 초래했다. 덤핑 여행사들은 정상 판매가에서 모자라는 부분을 쇼핑과 옵션을 통해 벌충했다. 그런 까닭에 동남아시아 여행객들은 뱀탕집과 보석상점을 필수코스로 방문해야 했다. 패키지는 짜여진 일정대로 움직인다는 암묵적 동의가 깔려있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따를 수밖에 없었다.

패키지 시장이 덤핑의 수렁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사이에 성장한 것이 개별여행(FIT)이다. 할인항공권과 각종 패스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항공, 호텔, 렌터카, 현지투어 등 여행의 모든 요소를 직접 선택하고 예약하는 여행객들이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주로 외국어 구사가 가능하고 인터넷에 익숙한 계층을 중심으로 확대되었다. 항공권과 호텔이 포함된 에어텔 상품, 소수 인원을 위한 맞춤여행 상품도 FIT의 연장선으로볼 수 있다. 1990년대 후반 국내 온라인 여행시장을 개척한 플래닛월드투어 한재철 대표는 "지금은 인터넷 발달로 인해 여행객과 해외 현지 여행사가 직접 연결되는 단계에까지 이르렀다"고 했다.

"다원화 시대에 이제 중요한 것은 여행의 목적입니다. 여행을 떠나는 목적에 따라 어떤 상품을 선택할지가 결정되니까요. 상품을 고르는 안목도 필요하지만, 여행의 목적과 콘셉트를 분명히 정하는 게 관건입니다. 목적이 이끄는 여행이 바로 좋은 여행의 시작이죠."

글/장성배 기자(up@yna.co.kr), 자료/내일여행, 세방여행, 한진관광, 한국관광협회중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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