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공', 류덕화는 '마오쩌뚱', 안성기는 '장제스'?



[마이데일리 = 베이징 이용욱 특파원]'지혜로운 자 당해낼 자 없다(智者當關 萬夫莫敵)'는 엄숙한 메시지를 호소하는 한중일 합작 '묵공'(장즈량 감독)이 국내에서 연일 화제를 모으는 것 같다.
'묵공'은 중국서 일찌감치 지난 11월 말 개봉해 3주만에 6천만 위안(약75억원)의 좋은 흥행성적을 기록한 작품으로 '야연'(펑샤오강) '황금갑'(장이머우)과 더불어 연전하반기 삼두마차로 주목받았다.
장동건 주연의 '무극'이 뭇사람의 실망과 웃음을 자아낸지 1년만에 선보이는 한국배우 출연의 한중 합작영화인 점과, 묵가사상이 강대국의 무력침략을 제압하며 세계평화 기원의 메시지를 전한다고 홍보돼온 점에서도 관심거리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작은 나라의 힘없는 백성들을 위험으로부터 구해내기 위해 먼땅을 찾아온 무명의 전략가 혁리(류더화 분). 그가 항엄중(안성기 분)이 이끄는 대국 조나라의 침략에서 양나라를 구해내 평화와 안정을 선사한다는 대략의 줄거리다.
하지만, 좀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영화가 그보다 더욱 심오한 의미를 담고 있는 정치교육용 영화인지 아니면 보통 대중상업영화인지 국내 관객들이 헷갈리는 부분이 생긴다.
류더화, 마오쩌둥 되다
부녀자와 연소자 포함 4천여 농민으로만 구성된 양나라는 조나라 십만대군의 침략을 받게 되고 양나라로선 최첨단 군사장비와 막강한 병력으로 무장한 조나라 군대를 견뎌내기 불가능하다.
연나라 지원군의 정측면 지원도 한계에 부딪치고 이때 조나라 전략전술을 간파하고 그 허를 찌르고야마는 전략가 혁리가 전쟁영웅으로 등장한다.
성벽을 타고올라오는 조나라 대군에 대한 화학전술, 적이 쏜 소나기 화살 재활용한 적 무찌르기, 수로 폭파로 적진 물속에 잠재우기 등 게릴라 전술을 성공시키는 혁리. 달려들어오는 말 발목꺾어 적장 말에서 떨어뜨리는 묘기까지 보여주며 일당 십만명도 두렵지 않다.
영화상황이 전개 발전되면서 혁리는 농민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게되며 농민들과의 동지애를 바탕으로 강한 결집력을 보여주는 마오쩌둥의 전쟁신화를 재현하고 있다.
항엄중에게 게릴라전은 쓰디쓴 패배만을 안기고 혁리와의 담판을 통해서도 항엄중은 자신의 강압적인 점령욕이 농민으로부터 도덕적인 지지를 받지 못한다는 결과를 얻을 뿐이다.
혁리는 마오쩌둥이 됐고 항엄중은 장제스를 연상시키고 있다.
대장군 함엄중은 첨단무기로 무장하고 십만대군을 이끌면서도 승리 한번 제대로 얻어내지 못하고 무기라곤 농기구뿐이던 양나라에 무기만 죄다 빼앗긴다.
'묵공', 보통영화 아니다
홍콩의 류더화가 진정한 중국의 류더화로 거듭나는 계기가 되는 '묵공'은 전형적인 중국 사회주의 혁명영화의 전면적인 복제를 시도하면서 공산당 창건기념일에 나올만한 영화풍경을 보여준다.
혁리가 지휘하는 양나라는 백성이 모두 농민으로 구성됐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영화속 농민들은 무식하고 겁많고 자기밖에 모르는 이들임이 부각되고 문화적이지도 현명하지도 못하다. 반드시 영웅이 지켜주어야만 살아나갈 수 있는 인간으로 그려진다.
인민과 생명을 아끼는 혁리는 전쟁은 잘하지만 백성을 잘살게하지는 못할 거라는 모함을 받고 위기에 처하기도 하지만, 혁리가 나라를 구한 영웅이라는 사실은 불가침되며 '혁리 없이 양나라 없다'는 명제는 지속 강조된다.
어느 외국인의 혁리에 대한 충성 맹세를 포함해 혁리의 영웅화를 빚어내는 과다하게 많은 장면들도 모두 혁리와 양나라 사람들이 피와 눈물로 한데 엮인, 검증된 관계라는 것을 강화시키는 데 쓰여졌다.
'묵공'은 중국농민 관람가
영화는 영웅 혁리가 백성과 평화를 누구보다 사랑하고 절대적이고 초월적인 능력이 있는데다 지고한 도덕성까지 지녀 존경받아 마땅한 이라는 것을 주입식으로 서술하느라 바쁘다.
카메라 앵글은 온종일 류더화만을 따라다니고 주요 등장인물은 모두 류더화에 대상화되거나 류더화의 성장에 반비례해 영화속 비중이 차츰 작아져간다.
안성기와 최시원은 등장 자체가 적은데다 혁리에 필적하는 영웅자격이 원천적으로 봉쇄돼 있기 때문에 심리묘사는 적게 다뤄지고 관객도 한국배우에 대한 심리적 접근을 방해받을 수 있다.
관객은 설익고 낯설은 류더화 캐릭터에 몰입해야만 하는 상황에서 오로지 중국농민들만이 영화속의 양나라 농민의 심정을 이해하며 영화의 의의를 짚을 수 있는 '묵공'은 어쩌면 중국농민들을 위해 만든 영화일는지 모른다.
'묵공'을 보기위해 영화관을 찾는 국내관객들은 감독이 겨냥한 중국농민들의 의식수준을 이해하도록 몰입해야 할 것 같다.
[중국에서 3주째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묵공. 사진제공=보람영화사]
(베이징 = 이용욱 특파원 heibao@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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