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다시 살아난 밀양도자기의 숨결

2006. 12. 14.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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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시장 넘어 유럽시장 노크하는 (주)밀양본차이나 김영남 대표이사

"도자기는 공산품이면서 예술품이고 관광상품이다."

한국 도자기의 본고장인 밀양에서 새롭게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주)밀양본차이나의 김영남 대표이사를 찾았다. 그는 1998년 8월 경영난으로 부도가 나면서 생산이 중단되었던 '밀양도자기'를 다시 일으켜 세운 주인공. 김영남 대표이사는 1975년 대구에서 영남도기(주)를 설립해 현재까지 33년간 도자기를 전문적으로 국내 유명 백화점 및 소매점에 유통하고 있으며, 관련업계에서 오랫동안 쌓은 노하우에 자신감과 사명감을 입혀 직접 도자기를 생산하는 사업에 뛰어들었다. 먼저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던 도공들을 다시 불러 모았고 본차이나 제2공장을 증축, 2001년 '밀양본차이나'로 회사명을 바꾸면서 밀양도자기의 본격적인 부활을 알렸다.

그는 "기존의 밀양도자기 공장시설은 너무 오래되고 낙후되어 있어 다시 공장을 건립했다. 공장을 새롭게 지으면서 사명 또한 새로운 이름으로 바꾸려는 계획도 있었지만 오랜 자기 역사와 전통을 가지고 있는 '밀양'의 이름은 버릴 수가 없었다"며 밀양을 대표하는 향토기업으로서의 자존심과 지역에 대한 강한 애정을 보였다.

영남지역 대표하는 도자기 브랜드

주로 소의 골회를 자토(磁土)나 고령토와 섞어서 구워 만든 영국 특산의 자기를 '골회자기' 혹은 '본차이나'라고 한다. 골회란 동물의 뼈를 태워서 얻은 잿빛의 가루를 이르는 말로 골회를 섞어 구운 본차이나는 경질(硬質) 자기에 비해 질감이 부드럽고 백색도와 투광도가 뛰어나 고급 식기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밀양시 가곡동에 위치한 1만여 평의 생산현장에서 김영남 대표이사를 비롯한 70여 명의 임직원은 그동안 시장 확장을 위해 안간힘을 쏟았고, 2003년 5월부터는 60여 개 '이마트' 점포와 직거래로 납품하는 등 결실을 맺기 시작했다. 2004년에는 ISO 9001, KSA9001 인증을 획득하였고 이어 지난해에는 안정적인 매출을 올리며, TV홈쇼핑과 인터넷쇼핑몰 등에도 진출하는 등 영남지역을 대표하는 도자기 브랜드로서 입지를 굳혔다. 현재 (주)밀양본차이나는 시장점유율에서 한국도자기, 행남자기와 함께 '빅3'를 이루고 있다.

우수한 내열성과 내마모성을 가지고 있는 (주)밀양본차이나의 제품은 어떠한 물질이나 약품과도 잘 반응하지 않는 화학적 안정성을 가지고 있는 위생적인 무공해 식기로 더욱 명성이 높다. 전자레인지나 오븐, 그릇 세척기에서도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고, 낮은 흡수율로 균열이나 잔금이 가지 않아 관리만 잘하면 몇 대에 걸쳐서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은 밀양본차이나가 혼수품으로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리고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전문 디자인팀에서 창조해내는 단아하고 청초한 디자인은 심플하면서도 고급스러워 소비자들의 심미적 욕구를 충족시키고 있다. (주)밀양본차이나의 제품은 투광도가 특히 뛰어나 밝은 곳에서 비추어 보면 그 동양적인 도안과 어우러져 한 폭의 수묵화를 연상시킨다.

"제품 생산 이전에 행해지는 제품 컨셉트 구상과 디자인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는 김영남 대표이사는 "아직까지는 우리가 가진 첨단기술과 지적 재산이 널리 알려져 있지 못하고 법적으로도 보호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동종업계의 디자인 베끼기나 허위 본차이나 제품을 내세우는 행동은 한국 도자기의 전체 수준을 떨어뜨리는 일"이라고 우려했다.

"명품으로 로열마케팅 추진 계획"

올해로 창사 66주년을 맞은 (주)밀양본차이나는 국내 도자기 제조기업 중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전국에 17개의 총판 및 대리점을 가지고 있다. 내년에는 유럽에서 열릴 소비재박람회에 양식기와 커피잔 세트 등의 제품을 출품할 계획이다. 그간 혼수품 식기 등 내수용 제품 생산에만 집중해온 밀양본차이나는 박람회 출품을 계기로 유럽형 디자인으로 공격적인 해외마케팅을 강화할 예정이다.

가까운 일본이나 본차이나의 종주국인 영국에서도 도자기 제조업은 대부분 분업화되어 있다. (주)밀양본차이나처럼 백토를 선별하는 과정부터 유통까지 전체 공정을 일관되게 관리하고 있는 업체는 세계적으로 그리 흔치 않다.

김영남 대표이사는 "어느 분야든 마찬가지겠지만 식기 제조업에도 값싼 중국산이 밀려오고 있다. 가격경쟁으로는 이길 수가 없다. 그러나 (주)밀양본차이나는 지금까지 원가는 올라가더라도 고품질의 제품을 생산하는 전략을 펼쳐왔고 그동안의 노력이 서서히 인정받고 있는 단계다. 앞으로는 밀양본차이나를 타사와는 차별화된 명품으로 만들기 위해 로열마케팅을 펼쳐나갈 예정이다"며 강한 의지를 펼쳐 보였다.

"좋은 그릇을 쓰는 것은 음식을 더욱 돋보이게 하고, 음식을 맛보는 사람을 흡족하게 하는 마무리 작업이다. 그릇을 아끼고 정성스럽게 다루어야 오랫동안 잘 쓸 수 있다"는 그는 어느 식당에 가든 제일 먼저 그릇부터 살펴본다고 한다. "어떤 그릇을 어떻게 쓰고 있는지 살펴보면 그 식당의 경영방식을 유추할 수 있다. 나는 전문도공이 아닌 경영자지만 도자기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주)밀양본차이나 김보성 이사는 "도자기 제조업은 노동집약적 산업이라 타업종에 비해 직원들이 가지고 있는 어려움이 많습니다. 특히 여름에는 불가피하게 높은 온도에서 일해 그 고생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앞으로는 작업환경 개선과 사원복지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김영남 대표이사의 장남으로 도자기사업의 대를 이어가고 있는 김보성 이사는 "우리나라에서 가업을 2대, 3대 이어가는 일은 굉장히 어려운 일입니다. 그러나 힘들게 다시 태어난 밀양도자기의 명성을 100년, 200년 계속해서 지켜나갈 것입니다"며 아버지 못지않은 밀양도자기 사랑을 내비쳤다.

김영남 대표이사의 사명감과 애정이 없었더라면 영원히 역사 속으로 사라졌을 밀양도자기. 두 부자는 (주)밀양본차이나를 통해 밀양도자기의 역사를 새롭게 쓰고 있다.

<부산·울산·경남본부/권혁준 기자 kwonh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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