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지다'는 '차지다'라고 말해야

2006. 11. 14.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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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텔레비전 앞에 앉아 있을 때가 있다. 지난 일요일에도 갑자기 쌀쌀해진 날씨 때문에 안방에서 텔레비전과 마주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우연히'결정! 맛대맛'(SBS)이라는 방송을 보았다. 이 프로그램은 매주 두 가지 대결 메뉴가 등장하여 치열한 맛의 대결을 펼친다. 출연자들은 두 메뉴의 요리과정을 보고 난 뒤 직접 맛을 보고, 출연자 중 다수가 선택한 메뉴가 그날의 승리음식이 된다.

이 방송은 재료와 만드는 방식, 그리고 음식의 역사적 기원까지 자세한 안내를 하고 있어 볼만하다. 더욱 방송 중에 출연진이 직접 시식하며 맛을 전해 주는 장면은 안방에서 봐도 군침이 돈다.

'결정! 맛대맛' (SBS)

이 날은 우리의 전통음식 '우족탕'과 중국의 대표적 음식 '훠궈'가 소개되었다. 그런데 방송을 보고 몇 가지 짚어볼 것이 있었다. 이 날 일일 진행자는 음식 맛을 보면서 '맛이 찰지다'라고 자주 말했다.

'찰지다'는 방언이다. '차지다'라는 형용사가 바른 표현이다.(①반죽이나 밥, 떡 따위가 끈기가 많다. 차진 흙/인절미가 퍽 차지다/반죽이 너무 차져서 떡 빚기가 힘들다./그는 차진 밥을 좋아한다./부드럽고 차진 수토(水土)의 감촉이 손바닥을 간질여 준다. ②성질이 야무지고 깐깐하다. 그는 무척 조용하고 차진 사람이다./그 여자는 너무 차져서 가까이 가기가 힘들다. 참고로 이에 대한 반대말은 '메지다'이다. '밥이나 떡, 반죽 따위가 끈기가 적다.'라는 의미로 쓰인다.)

며칠 전 신문에도 '청정해역 보성 여자만의 찰진 개펄이 쫄깃하고 맛있는 벌교 꼬막 맛의 원천'이라며 '찰지다'라는 단어가 보였는데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방언은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날 방송 중에 진행자는 계속 '음식이 찰지다'라는 표현을 썼지만, 자막 처리는 '차지다'라고 바르게 했다는 것이다.

또 하나, '맛있다'라는 단어의 발음 문제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이날 출연진은 모두 '맛있다'를 [마싣따]로 발음하고 있었다. 이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말에서 받침이 있는 실질 형태소와 모음으로 시작되는 실질 형태소가 결합되는 경우는 앞 말의 받침은 대표음으로 바꾸어서 뒤 음절의 첫소리에 옮겨 발음한다. 즉 '맛있다, 멋있다'는 [마딛따], [머딛따]로 발음한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마싣따], [머싣따]라고 발음하는 사람이 더 많다. 결국 이러한 현실을 반영해 둘 다 표준 발음으로 정했다. 하지만 '밭 아래[바다래], 늪 앞[느밥], 젖어미[저더미], 맛없다[마덥따], 겉옷[거돋], 헛웃음[허두슴], 꽃 위[꼬뒤]'는 대표음으로 바꾸어서 뒤 음절 첫소리로 옮겨 발음한다.(표준어 규정 제15항)

다시 이번에는 이날 자막 중에서 이상한 표현이 있었다. 이름하여 '유혹의 MC 시식시간'이라는 코너다. 그런데 이 표현은 의미가 정확하지 않다. 이는 꾸미는 말의 순서가 뒤바뀌어 중의성을 지니게 된 것이다. 즉 '유혹의'라는 수식어가 'MC 시식'을 꾸미는 것 같지는 않다. 여기에서 의도하는 수식 관계는 '유혹의 시식 시간'이다. 중의성은 본래 전달하고자 하는 뜻이 왜곡될 염려가 있다.

예를 들어 '얼마 전 K군의 사진이 인터넷에 유포되어 화제가 되었다.'라는 문장을 보자.

이 문장은 수식 관계가 뒤바뀐 것은 아니지만, 필요한 말은 생략하고 하나의 관형어만 사용해 의미 파악이 힘들다.

즉 'K군의 사진'은 'K군이 자신의 모습이 담긴 사진'인지 'K군이 가지고 있는 사진'인지, 'K군이 촬영한 사진'인지 헷갈린다.

먹는 이야기가 시작되었으니 '양념'과 '고명'의 차이도 이야기해보자. 먼저 '양념'은 맛을 돋우기 위해 쓰는 기름ㆍ간장ㆍ마늘ㆍ고추ㆍ파ㆍ깨소금ㆍ후춧가루 따위를 말한다. 조미료라고 하는데 맛을 내기 위해 음식에 섞는 것이다. 따라서 양념은 음식 자체의 맛을 변화시키며, 일단 음식이 만들어지면 양념이 들어갔는지 안 들어갔는지 눈으로 보아서는 알기 어렵다.

반면에 '고명'은 음식의 모양을 돋보이게 하고, 또 맛을 돋우려고 음식 위에 뿌리거나 얹어 놓는 것을 통틀어 일컫는 말이다. 버섯, 표고, 알고명 초자, 미나리, 실고추, 잣가루, 실백(잣), 밤, 대추, 호두, 배 따위로 음식에 얹어서 먹는다.

이는 음식에 멋을 내기 위하여 음식 위에 뿌리거나 덧놓는다. '고명'은 음식과 섞어 먹는 경우에 음식 맛을 좋게 해 줄 수는 있다. 그러나 맛을 내기 위한 목적보다는 멋을 부리기 위하여 음식 위에 놓는 것이다.

이 방송은 녹화로 진행되는 만큼 우리말 사용에 대한 충분히 검토할 시간이 있을 것이다. 앞으로는 본고에서 지적한 것을 비롯해 언어 표현 전반에 대해 충분한 검토를 한 후 방영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국정넷포터 윤재열 (tyoonkr@yahoo.co.kr)

<윤재열님은> 현재 수원 장안고등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며, 수필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홈페이지:http://tyoonkr.kll.co.kr). 일상적인 삶에서 느끼는 단상들을 글쓰기의 소재로 많이 활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의 언어생활을 성찰하고, 바른 언어생활을 추구하는데 앞장서고 있습니다. 저서로는 시해설서 '즐거운 시여행'(공저), 수필집 '나의 글밭엔 어린 천사가 숨쉰다', '삶의 향기를 엮는 에세이' 등이 있습니다.

※ 국정넷포터가 쓴 글은 정부 및 국정홍보처의 공식입장과는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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