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연휴 스크린 장악한 노익장 스타들

추석 시즌 코믹 연기를 선보이는 중견 배우들의 성(性) 대결이 볼 만하다. '가문의 부활'에 출연한 김수미와 저예산 HD 영화 '무도리'의 박인환, 최주봉, 서희승이 그 주인공들. 10대와 20대 위주의 영화시장에서 중견배우가 전면에 나선 것은 드문 사례. 이들은 수십년 간의 연기 경험이라는 요리에 코미디라는 토핑을 얹어 관객에게 어필하려는 용감한 시도를 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무도리'는 김수미가 출연했던 '마파도'의 뒤를 잇는 작품으로 자처하고 있어 비교 관람하면 흥미가 더해질 것이다.
>> ''가문의 부활''에 출연한 김수미
김수미의 코믹 연기는 이제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영화 '가문의 위기'와 '마파도', 브라운관에선 '프란체스카' 등을 통해 마음껏 코미디 기질을 발산했고 광고에서도 중견배우의 근엄하고 점잖은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재미있는 캐릭터를 과감하게 선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성실하고 노련한 연기자답게 그는 기존의 코믹한 이미지를 이어가되 복제하지는 않았다. 이 점이 그의 코믹 연기가 여전히 관객에게 웃음 바이러스를 전염시키는 이유다. '가문의 부활'(21일 개봉)에서 김수미는 전 백호파 보스이자 현재 김치회사 엄니손의 회장 홍덕자 여사 역을 맡았다. 성공가도를 달리던 김치 사업은 명필(공형진)의 음모에 말려 도산 위기에 내몰리지만, 홍 여사는 리더십과 카리스마로 가문을 지켜내기 위한 눈물겨운 사투를 벌인다.
홍덕자 여사가 텔레비전 홈쇼핑에 등장해 제품을 홍보하는 장면은 김수미표 코미디의 진수를 보여준다. 쇼핑호스트가 해야 할 제품 소개 멘트까지 가로채며 쉴 새 없이 대사를 쏟아내는 그는 이젠 트레이드 마크가 된 자연스러운 욕설의 구사, 계산된 어색한 시선 처리, 웃음을 유발하면서도 정작 본인은 동요하지 않는 포커 페이스를 선보인다. '웃겨야 사는' 영화에서 그는 전면에 나서는 역할이 아님에도 뛰어난 순발력으로 젊은 연기자들을 압도한다. 또 홍 회장이 회사를 떠나 시골 촌부로 살아가는 대목에서 구사하는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는 그가 잘 단련된 연기자임을 증명한다. 영화 내내 전라도 사투리를 쓰던 그는 신분을 위장하기 위해 경상도 사투리로 능란하게 전환한다. 시장에서 좌판을 벌이는 촌부로 변신한 김수미는 화려했던 홍 회장과 대비되는 극과 극의 이미지도 소화한다.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은 나이도 뛰어넘는다. 극중 회상 장면에서는 머리끝을 살짝 뒤로 뻗치게 하는 새침한 단발머리와 쉽게 소화하기 어려운 커스틴 던스트의 마리 앙투아네트식 웨이브 머리에 하늘거리는 원피스를 입고 30대로 세월을 거슬러 올라간다. 젊은 역할을 소화하기 위해 김수미는 촬영 일주일 전부터 피부 관리와 충분한 수면 등으로 준비했다는 후문. 이 영화에 등장하는 내로라하는 한국 영화계의 재담꾼과 코미디 연기의 달인들 속에서도 그의 존재감이 크게 느껴지는 것은 이런 노력과 내공 때문인 듯하다.
신혜선 기자 sunshine@segye.com
>> ''무도리'' 박인환·최주봉·서희승
코믹하고 귀여운 할아버지들이라는 수식어는 최주봉이라는 이름 앞에서는 고개가 끄덕여진다. 하지만 브라운관에서 한국의 전형적인 아버지상을 주로 연기해온 박인환과 연극계에서 활동한 낯선 이름 서희승에 이르면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하지만 연기 10단의 베테랑들에게 코미디라는 장르는 그리 큰 장애물은 아니었다. 이들은 영화 '무도리'(21일 개봉)에서 3색 화음을 만들어내며 따뜻한 코미디를 엮어냈다.
없을 무(無), 길 도(道). 강원도 산골 무도리에는 낮에도 안개가 휘휘 돌아 사람으로 하여금 몸을 던지게 홀린다는 '도깨비골'이 있다. 노인들 10여명만 살고 있는 첩첩산중에서 한 젊은이가 투신자살한 뒤 무도리는 천하제일의 자살 명당으로 소문 난다. 전국 각지에서 자살 희망자들이 몰려들자 무도리 노인 삼인방 봉기(박인환), 해구(최주봉), 방연(서희승)은 몰려드는 사람들을 상대로 돈벌이에 나선다. 이들은 자살자의 유품을 유가족에게 넘기고 큰 사례금을 받은 뒤 죽음을 이용한 돈벌이에 눈을 뜨게 된 것. 자살을 부추기는 할아버지들의 엽기 행각이 펼쳐진다.
박인환은 근엄한 이전 이미지와 달리 외지 사람들을 유치해 얻은 이득을 조금이라도 더 가지려 악다구니 쓰는 봉기로 분했다. 집을 수리해 외지인을 유치하는 아이디어도 맨 먼저 내고, 동호회 회원들의 결행이 늦어지자 난방과 식사를 중단하게 하는 돈 밝히는 아이디어맨. 코미디 감정선을 유지하던 그는 마지막 부분에 이르러 도깨비골에서 몸을 던지려고 하면서 정통 드라마에서 다져진 연기력을 과시한다. 급작스러울 수 있는 반전은 박인환이 노련하게 연기의 톤을 조절하면서 자연스러워졌다.
최주봉은 익숙한 말투로 그의 코믹 연기를 기억하는 이들의 향수를 자극한다. 극중에선 방송작가 미영(서영희)을 짝사랑하는 귀여운 할아버지로, 매서운 칼바람 속에서 웃통을 벗고 눈으로 마사지하는 온몸 연기를 선보인다. 가게 주인인 그가 유통기한이 많이 지난 캔의 날짜를 쓱쓱 닦아 파는 능청스러움에는 37년 연기 생활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박인환의 권유로 영화에 참여하게 됐다는 국립극단 단원 서희승. 사례금을 받은 뒤 물욕을 갖게 되면서 조그만 이익에도 발끈하는 역할을 현실감 있게 살려냈다. 큰 눈망울에 약간 모자란 듯한 순박함과 욕심으로 인한 조급함을 동시에 담아내는 내공이 만만치 않다.
신혜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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