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는 일상 탈출 '팝아트'에 빠져봐

2006. 8. 1.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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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싫증났어!

오늘 아침에도 김대리는 빛바랜 청색 넥타이, 미스김은 어울리지 않는 빨간 립스틱을 고집했다. 오후 역시 상황은 다르지 않다. 늘 보는 음식 배열과 메뉴의 단조로움, 전혀 자랑스러울것이 없는 똑같은 커피잔에 그 빛깔. 천편일률적인 광고판을 쳐다볼 수 밖에 없는 무표정속 퇴근길도 지겹다. 내가 보고 느끼는 현상들은 고정된 이미지로 정체됐고 새로운 아이디어는 실종됐다.

이럴때 필요한 것이 새로운 시신경의 충족과 뇌세포의 자극. 이번만큼은 보고나면 허탈한 킬링타임 영화나 무더운 피서길에서 해결책을 찾고 싶지는 않다. 그렇다면 조용히 나를 되돌아볼 수 있는 미술관은 어떨까. 금호미술관의 팝아트 '후 아 유 (Who are you)'전(8월 27일까지)이 해답이 될 수 있다.

'팝아트'란 용어가 일반인들에겐 다소 생소하다. 하지만 팝송, 팝페라, 팝클래식 등 앞에 '팝'자 붙으면 큰 어려움없이 즐겁게 받아들인 기억이 있다. 팝아트도 마찬가지다. 팝(pop)이란 명칭이 'popular''에서 유래한 것처럼 팝아트도 일상생활속의 대중적 이미지에서 제재를 취했기 때문이다. 흔히 볼 수 있는 것들에게서 어제까진 지겨움을 느꼈지만 오늘은 같은 소재가 예술로 탈바꿈하며 색다른 변형으로 다가온다. "이건 무엇이고 저건 이것이다"라는 조잡한 해석없이 그대로 느끼면 미소와 감성이 흐른다. 이것이 팝아트의 묘미다.

이번 전시는 권기수,낸시랭,박용식,손동현,신창용,안수연,이동기,전경,최병진 등 국내 팝아트 작가들 중 캐릭터를 앞세운 작가들의 작품을 모아 이에 대한 다양한 시각들을 펼친다.

미술관 입구에서 가장 먼저 관객을 맞이하는 귀여운 생쥐들은 작가 박용식이 매스미디어로 습득된 대상들의 이미지를 조각했다. 그가 만들어낸 캐릭터들은 매체 속과 현재 전시 공간을 오가며 연기자가 된다. 순간 우리가 인지하고 있는 현실속의 많은 사건과 대상들이 스쳐 지나간다.

조금 더 미술관으로 들어서면 친숙한 캐릭터 '동그리'가 바쁘게 움직인다. 기하 형태로 만들어낸 단순한 표상인 동그리는 평면 작업들과 함께 마치 단체 소풍을 가는 듯, 수백개의 입체 조각들이 바닥에서 벽면, 천정까지 전시장 전체를 메워 순간적으로 대열에 참여하고 싶은 동심속 설레임을 불러일으킨다.

학창 시절 콜라주를 연상시키는 ''Chaosmos''는 최병진이 도안책에 나오는 다양한 그림들을 조합해 하나의 거대한 캐릭터로 완성한 작품. 때로는 개별적으로, 때로는 결합체로써 풀어낸 대중문화 상징들의 이야기들속에는 내가 겪은 일화들, 걸어왔을지도 모르는 자취들이 투영돼 있다.

루이비통과의 공동작업 등 파격적인 퍼포먼스로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는 낸시랭의 '터부요기니' 연작은 금기시되는 신적 존재를 표현했다. 아티스트 자신이 미술계의 캐릭터인 것처럼 작품 자체도 그 독특함을 숨기지 않는다. 딱딱한 금속성의 로봇 몸체에 얼굴은 어린 소녀다. 한손에 놓여있는 총과 다른 손의 테니스 라켓이나 장바구니를 교차시키면 내안에 숨어있는 나도 모를 이중성이 꿈틀거린다. 단순해 보이지만 사진, 홀로그램 페인팅, 크리스탈, 큐빅 등 다양한 재료들이 쓰여졌다.

낸시랭이 표현하는 금기된 이미지들은 장소를 옮겨 전경의 작품들을 바라보면 더욱 극명하게 구체화된다. 언뜻보면 한지에 과슈나 수채로 그린 전경과 귀여운 인물묘사가 동화의 삽화처럼 가볍고 즐거운 느낌을 주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신체는 괴기스럽게 변형되어있거나 극한의 상황이다. 특히 캐릭터 미자는 유쾌한 듯하지만 잠재된 슬픔을 담고 있으며, 선함으로 포장된 사악함의 대립적인 요소들을 병치시키고 있다.

이밖에도 안수연의 '레인보우마우스', 미키마우스와 아톰을 접목한 이동기의 '아토마우스'를 만날 수 있으며, 영화나 유명 브랜드 캐릭터를 동양화 기법으로 풀어낸 손동현과 강한 힘에 대한 동경을 이소룡 캐릭터를 통해 페인팅한 신창용의 작품들도 그냥 지나치기 힘들다.

이번 팝아트전을 기획한 금호미술관 관계자에 따르면 "후 아 유는 미술애호가가 아니라도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으며 '일상'이 어떤 방식으로 미술의 영역 속으로 스며들었는지를 눈여겨보면 더욱 재미있고 기억에 남는 전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무엇보다도 '후 아 유'의 강점은 '당신은 누구인가'라는 화두를 안고 작품을 대하다보면 시간이 갈수록 그 대상이 바라보는 나를 향해 끊임없이 대화를 시도한다는 점, 전시를 다보고나면 잊혀졌던 뇌세포들이 톡톡 튀듯 재생된 것 같은 '두뇌 청량감'의 생성이다.

스포츠월드아이닷컴 심현석 기자(hss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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