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극의 두얼굴, '주몽' VS '연개소문'

[마이데일리 = 배국남 대중문화전문기자] 사극 열풍이 대단하다. 드라마의 전반적인 침체 속에 MBC월화 드라마 '주몽'은 방송초반인데도 불구하고 30%대를 넘는 인기 고공비행을 하고 있으며 8일 첫회를 내보낸 SBS 주말사극 '연개소문'은 1회분 방송 시청률이 20%대를 기록하며 앞으로의 시청률 판도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특히 드라마에선 시도하지 않았던 고구려를 시대적 배경으로 한 두 사극이 시청자로부터 많은 반응을 이끌어낸 것은 방송사적 의미도 담보하고 있다.
'주몽'과 '연개소문'은 초반부터 높은 인기를 끄는 사극으로 비상하고 있다는 점과 고구려를 배경으로 한다는 공통점은 있지만 사극의 전개방식이나 캐릭터의 성격부여, 대사, 색채, 연기의 문양 등이 사뭇 대조적이다. 이것은 상당부분 작가와 연출자의 그동안의 집필세계와 색깔, 연출 스타일에 기인한 것이다.
우리 사극의 역사는 텔레비전 방송 초창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1964년 KBS가 7월에 방송한 '국토 만리'(박신민 극본, 김재형 연출)가 한국 방송에서 최초의 사극으로 낙랑공주와 호동왕자의 전설을 극화한 것으로 이후 사극은 시청자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은 장르로 자리를 굳혔다. 1964년에 시작된 사극은 역사적 고증을 바탕으로 가급적 시대적 상황에 맞는 대사와 의상, 그리고 사극연기에 맞는 정통 사극 스타일이 오랫동안 우리 브라운관을 지배해왔다.
하지만 이러한 정통적 스타일의 사극이 변화의 조짐을 보인 것은 1999년 조선시대 명의 허준의 일대기를 다룬 이은성의 소설 '동의보감'을 원작으호 한 '허준'이다. 점차 사극에서 멀어져가는 젊은이들을 끌어들이기위해 과감하게 현대어투를 대사로 사용하고 세련된 주제음악 사용, 현대적 감각에 맞는 영상 구현 등 사극의 현대화를 꾀했다. 이러한 변화는 대성공을 거둬 시청률 60%까지 오르는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 현대화된 사극의 중심에 '허준''상도'를 집필한 최완규 작가가 있다.
이러한 사극의 현대화는 2000년대 들어서 현대극과 사극을 혼합한 빠른 템포와 화려한 영상의 퓨전사극이 젊은이들의 눈길을 끌었다. 조선시대 비극적 여자 수사관의 사랑을 다룬 '다모'(정형수작) 신라시대 무역왕 장보고의 일대기를 다룬 '해신'(정진옥작), 조선시대 수랏간 궁녀 장금이의 삶을 그린 '대장금'(김영현작) 등이 이같은 현대화된 사극의 명맥을 잇고 있다.
반면 KBS 주말시간대에 방송되는 대하사극과 한국 사극의 산역사인 김재형PD등은 정통적 스타일를 견지하며 사극의 또다른 인기의 축을 형성했다. 이 정통적 스타일의 중앙에 이환경작가가 있다. '용의 눈물''태조 왕건' 등 그야말로 한국 전통사극의 정통성을 유지한 작품들을 집필해왔다.
바로 '주몽'과 '연개소문'은 바로 최완규, 정형수로 대변되는 현대화된 사극과 이환경으로 상징되는 정통적 사극의 대표주자로 이제 자웅을 겨루게 됐다. 여기에 현대극을 주로 연출한 '주몽'의 이주환PD와 정통드라마를 주로 연출한 '연개소문'의 이종한PD가 각각 자신의 주특기를 발현시켜 현대적 사극과 정통적 사극의 색깔을 더욱 강화시켰다.
'주몽'과 '연개소문'은 초반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기위해 스펙터클한 전투장면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하지만 영상과 대사, 연기 스타일은 뚜렷하게 대비됐다. '주몽'은 빠른 템포와 현대적인 배경 음악을 사용하고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현대어를 대사로 사용하는 등 현대화된 사극의 전형을 보여줬다. 또한 허준호, 전광렬, 송일국, 한혜진 등의 연기는 현대극에서 보는 일상성이 드러나는 자연스러운 연기 스타일을 견지하고 있다.
반면 '연개소문'은 세트에서부터 대사에 이르기까지 정통사극의 명맥의 특성을 잘 드러냈다. 사극에서 그동안 사용했던 고어적인 대사와 세트역시 역사적 배경에 충실하면서도 진중한 느낌을 주는 것들이 주류를 이뤘다. 유동근 서인석 이계진 등 주요 연기자의 연기 역시 현대극보다 액션과 표정이 큰 사극 전형의 연기를 구사하고 있다.
그리고 현대적 사극과 정통적 사극의 특징인 멜로 라인의 강화 여부에서도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주몽'은 주몽과 소서노 등 남녀 주인공의 멜로적 성격이 주몽의 삶만큼 비중있게 다뤄진데 비해 '연개소문'은 멜로적 성격은 약화하고 연개소문의 영웅적 삶에 초점을 맞춘다.
현대적 사극과 정통적 사극을 대표하는 '주몽'과 '연개소문'이 시청자를 상대로 선의의 경쟁을 벌여 한국 사극의 지평을 확대해주길 기대해본다.
[정통적 사극의 맥을 잇고 있는 '연개소문'(왼쪽)과 현대적 사극의 대표주자 '주몽'. 사진제공=SBS, MBC]
(배국남 대중문화전문기자 knbae@mydaily.co.kr)
- NO1.뉴미디어 실시간뉴스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저작권자 ⓒ 마이데일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Copyright © 마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