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킬러 본능' 세월을 눌렀다
처음엔 실망스러웠다. 차라리 눈을 감고 싶었다.
4년 만에 만난 옛사랑의 그림자는 어디론가 사라졌다. 페널티 지역 안에서 6명을 제치고 슛을 하던 브라질의 호나우두(30)는 배 나온 아저씨가 됐고, 신기의 패스와 크로스, 발바닥에 공을 붙인 듯한 턴을 보여줬던 프랑스의 지단(34)은 머리가 더 빠졌다.
그러나 노병은 죽지 않았다. 그리고 사라지지도 않았다.
지면 탈락인 토너먼트. 노병들의 '기술'은 위기에서 더욱 빛났다. 배 나온 호나두우는 노련한 발재간으로 골키퍼를 따돌리며 15호 골로 월드컵 통산 최다골 신기록을 세웠고, 머리 빠진 지단은 가벼운 오른발 볼터치 4번으로 이번 월드컵 첫 골을 성공시켰다.
호나우두와 지단은 8강전에서 맞붙는다. 1998년 월드컵 결승전에서는 지단의 완승. 2차전 결과 또한 이들에게 달렸다.
▲새 역사를 쓴 호나우두
폭발력 있는 스피드는 필요 없었다. 호나우두의 골 기술은 아주 작은 움직임만으로도 충분했다. 28일 열린 가나와의 16강전 전반 5분. 호나우두는 오프사이드를 절묘하게 피하는 카카의 패스를 받아 골문 앞으로 돌진했다. 남은 수비수는 골키퍼 한 명. 골키퍼 앞에서 보여준 오른발 헛다리 짚기는 크지 않았지만 가나 골키퍼 킹스턴은 이미 오른쪽으로 쓰러졌다. 골키퍼마저 제친 호나우두는 유유히 오른발로 툭 차 넣어 통산 15골로 월드컵의 새 역사를 장식했다.
호나우두는 98 미국 월드컵 4골, 2002 한·일 월드컵 8골에 이어 2006 독일 월드컵에서 3골을 추가하며 통산 15골을 기록했다. 독일의 게르트 뮐러가 갖고 있던 통산 14골을 뛰어넘은 신기록이다.
브라질이 결승까지 간다면 남은 경기는 셋. 호나우두가 득점행진을 계속해 득점왕에 올라 월드컵 처음으로 골든슈를 2연패한다면 또 하나의 역사는 만들어지게 된다.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을 만든 지단
프랑스 대표팀은 '늙은 수탉'이라고 놀림받았다. 나이 든 미드필더 지단의 발끝이 무뎌졌기 때문이다. 은퇴를 번복하고 돌아온 지단은 실망스러운 플레이를 계속했다. 지단은 늙은 수탉의 대표 놀림감이 됐다. 중국어로 '지단'은 계란이다.
처음엔 삼손을 닮은 줄 알았다. 머리카락이 빠질수록 지단의 힘도 기술도 사라지는 듯했다. 그러나 지단은 노련함으로 돌아왔다. 스페인과의 16강전에서 지단은 후반 인저리 타임 때 스페인의 왼쪽을 뚫었다. 빠르지는 않았지만 볼 컨트롤은 전성기 모습 그대로였다. 지단은 볼터치 4번으로 스페인 수비수 푸욜을 제친 다음 마지막 슛 또한 골키퍼가 쓰러진 반대 방향으로 차 넣었다. 3-1을 만든 쐐기골.
지단은 이번 월드컵을 끝으로 은퇴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98년 월드컵 결승전에서 지단은 2골을 터뜨리며 호나우두의 브라질을 침몰시켰다. '빅뱅 2차전'이 될 8강전은 7월2일 오전 4시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다. 프랑스가 지면 지단의 마지막 경기다.
〈이용균기자 nod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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