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환의 과학세상] 철의 부식 '녹'
철이 산소와 반응하면 쉽게 산화페인트칠ㆍ전류 공급 등으로 방지
인류 문명은 철(鐵)을 사용하면서 본격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우리가 사용하는 철은 수백 억 년 전에 목숨을 다한 거대한 별들이 엄청난 규모로 폭발하면서 만들어진 귀한 원소다. 비교적 쉽게 가공할 수 있으면서 단단한 철은 여러 가지 도구와 무기는 물론이고 건축이나 조형물에도 널리 사용된다. 문제는 애써 만들어놓은 철제 제품이 쉽게 녹이 슬어버린다는 것이다.
붉은 녹은 철이 공기 중의 산소와 반응해서 만들어진 산화물(酸化物)이다. 단단한 화학결합으로 연결돼있던 철 원자들이 산소 때문에 뿔뿔이 흩어지기 때문에 녹슨 철은 쉽게 부서지게 된다. 사실 지구상의 철은 대부분 산소와 결합된 산화철의 형태로 존재한다. 철과 산소가 화학적으로 단단하게 결합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철광석은 녹슨 철이 많이 들어있는 돌덩이를 말한다.
우리는 녹슨 철을 1500도 이상의 높은 온도로 가열해서 산소를 떼어내는 화학적인 기술을 알아낸 덕분에 놀라운 문명을 이룩했다. 화학에서는 그런 과정을 `환원'(還元)이라고 부른다. 녹슨 철을 우주에 철이 처음 만들어졌던 때의 순수한 원소 상태로 되돌린다는 뜻이다. 그러나 산소가 풍부한 지구상에서는 순수한 원소 상태가 아니라 산소와 결합된 녹슨 철이 훨씬 더 `자연적'인 상태다. 결국 쇠가 녹이 스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인 셈이다. 철제 유물이 많이 남아있지 않은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사실 순수한 금속이 산화물로 변하는 부식은 철 이외의 다른 금속에서도 심각한 문제다.
철이 녹스는 속도는 환경에 따라 크게 다르다. 원칙적으로는 철이 공기 중의 산소와 만나기만 하면 산화가 진행되지만 그 속도는 비교적 느리다. 그래서 건조한 지역이나 실내에서는 철이 쉽게 녹슬지 않지만 철 표면에 물이 묻어있으면 사정이 달라진다. 물 속에 녹아있는 산소가 철 표면을 집중적으로 공격해서 산화 속도가 빨라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습기가 많은 곳이나 물 속에 잠겨 있는 철 구조물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 벌겋게 녹슬어 버린다. 물 속에 소금과 같은 전해질이 들어있으면 녹스는 속도가 더욱 빨라진다.
쇠가 녹스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우리에게는 심각한 문제가 된다. 많은 노력과 비용을 들여서 만들어놓은 구조물이나 조형물이 쓸모 없이 망가져 버린다. 철의 부식이 심각한 안전 사고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철의 부식을 막아내는 일은 순수한 철을 만드는 일만큼이나 중요하다. 특히 바다에서 사용하는 철제 선박의 경우에는 부식을 막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다.
녹을 방지하는 가장 근원적인 방법은 산소와의 접촉을 차단하는 것이다. 기름이나 페인트를 칠하는 것이 가장 대표적인 방법이다. 페인트가 온전하게 붙어있는 한 녹이 생기지는 않는다. 페인트가 쉽게 벗겨지거나 상처가 생기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요즘 자동차에 사용하는 페인트는 뜨겁게 가열처리해서 접착력을 강화시킨 것이다. 알루미늄의 경우에는 산화물이 페인트와 같은 역할을 해서 부식이 더 이상 진행되는 것을 막아주기도 한다.
화학적 원리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부식을 방지하는 방법도 있다. 화학적으로 산소가 철과 결합하는 것은 산소가 철이 가지고 있는 전자를 강하게 끌어당기기 때문이다. 만약 철 대신 산소가 요구하는 전자를 적절하게 제공해줄 수 있는 방법이 있으면 철은 녹슬지 않고 남아있게 된다. 도시가스관이나 주유소 기름 탱크에 마그네슘 덩어리를 붙여두거나 약한 전류를 흘려주는 것이 그런 원리를 이용한 적극적인 부식 방지 기술이다.
이덕환 (서강대 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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