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딧리포트)건설사 신용등급 '우발채무 비상'
- 부동산 침체불구 PF ABS 발행 급증..`질` 낮은 우발채무 급증
- 한기평 위험조정부채비율 도입.."우발채무 적극 반영하겠다"
- 일부업체 감내가능 위험 초과 가능성.."등급 하향될 수도"
[이데일리 강종구기자] 대차대조표상으로는 부채비율이 낮더라도 질 낮은 우발채무가 많은 건설사라면 5~6월중 신용등급이 떨어지지 않을지 걱정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12월 결산법인에 대한 신용등급 정기평가가 집중적으로 이루어지는 시기를 앞두고 신용평가사들이 우발채무의 규모와 질을 등급평가에 적극 반영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 기사는 이데일리 유료뉴스인 `마켓플러스`를 통해 5월 20일 오전 9시 정각에 이미 게재됐습니다)
☞(관련기사 참조)
(크레딧리포트)잇단 사고..PF괴담 현실화 징후인가
◇ PF ABS관련 우발채무 급증..재무제표 표시는 물론 공시도 미흡
우발채무가 건설사 신용평가에서 화두로 등장한 것은 다름아닌 프로젝트 파이낸싱 자산유동화증권(PF-ABS) 때문이다.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통한 부동산 개발이 보편화되며서 PF ABS는 지난해부터 발행이 급증했고, 부동산 경기가 침체조짐을 보이고 있는 올해에도 줄기는 커녕 오히려 더 빠르게 늘고 있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올들어 벌써 4조8000억원가량의 PF ABS가 발행돼 지난해 연간 규모와 맞먹는다. 지난해에는 비교적 우량한 건설사 위주로 발행됐으나 최근에는 신용등급이 낮은 회사의 발행도 늘고 있고, 만기가 짧은 PF ABCP 발행도 활발하다.
PF ABS가 건설사 신용등급에 중요한 이유는 부동산경기 침체로 인한 분양실패 등으로 ABS 원리금 상환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 부담이 고스란히 시공 건설사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외견상으로는 시행사가 금융기관의 대출을 받고 은행이 장부상 회사(SPC)를 만들어 PF-ABS를 발행하지만, 사실상 시행사는 자체 신용으로 대출을 상환할 수 없어 시공사가 연대보증이나 채무인수 등 신용보강을 하고 있다. 실제로 올들어 PF관련 개발사업에서 시행사 부도 등 벌써 7~8건의 사고가 터져 일부 시공사가 부채를 대신 떠안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 기업회계기준으로는 건설사가 연대보증이나 채무인수를 하더라도, 확정된 채무가 아니라 대차대조표 등에 기록되지 않고 상당수 건설사들이 주석사항으로도 기재하지 않고 있다. 기업회계기준상 우발채무의 공시와 관련해 일관된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개발사업에 대한 우발채무 부담이 많더라도 외형상 재무안정성은 양호한 수준으로 유지되기 때문에 투자자의 경우 건설사의 실질적인 위험수준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은 현실이다.
◇ 한기평 "우발채무 감안한 부채비율로 신용등급 매기겠다"
먼저 칼을 빼 든 곳은 한국기업평가다. 앞으로 건설사 신용평가를 할 때 프로젝트 파이낸싱 자산유동화증권(PF ABS) 우발채무의 위험 정도를 적극 감안하겠다고 지난 19일 공표한 것. 이를 위해 PF ABS의 우발채무를 분석하는 기준으로 `위험조정 부채비율`이란 새로운 지표까지 도입했다.
재무안정성이나 부채상환능력을 평가할 때, 건설사 장부에 나타난 부채비율에 의존하지 않고 PF관련 개발사업으로 인한 우발채무의 규모와 질까지 감안하겠다는 취지. 개발사업의 사업성과 현금흐름의 미스매치(자금유입과 자금유출 시기의 불일치)여부를 감안해 PF ABS나 PF론(Loan) 우발채무의 최저 25%에서 최고 100%까지 부채에 합산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장부상으로는 부채비율이 동일할지라도 위험조정부채비율은 건설사에 따라 크게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일부 건설사의 경우 위험조정 부채비율이 급격히 높아지면서 신용등급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정원현 한기평 전문위원은 "사업성이 불투명하거나 사업현금흐름과 대응되지 않는 만기구조를 가진 PF ABS 관련 우발채무를 많이 부담하고 있다면 위험조정부채비율을 기준으로 우발채무의 질이 열위한 것으로 판단하고, 위험조정부채비율이 일정수준을 초과할 경우 신용등급 하향여부를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 미스매치 등 우발채무 질 저하..일부 건설사 감내 가능수준 초과 가능성
신용평가사가 PF ABS에 이렇게까지 긴장하는 이유는 리스크관리에 소홀할 경우 해당 건설사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고 실제 그런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정 전문위원은 "PF ABS를 통한 자금조달 자체를 부정적인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다만, 일부 건설사의 경우 PF ABS를 활용하여 무리한 외형성장을 추구함으로써 감내할 수 있는 위험수준을 초과할 가능성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다 본질적인 문제는 단순히 PF ABS와 관련한 우발채무 규모가 증가한다는 것보다는 PF ABS의 구조변화와 함께 건설사가 부담하는 우발채무의 질이 점차 열위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주택건설사업의 경우 분양대금을 받아 ABS를 상환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최근에는 인허가 절차도 완료되기 이전에 자금을 조달했다가 인허가가 지연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고, 사업에서 발생하는 현금흐름과 채권의 만기구조가 일치하지 않는 PF ABS발행이 급증하고 있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리파이낸싱(자금재조달) 위험이다. 미스매치가 발생할 경우 채권 만기가 돼도 개발사업에서 나온 현금흐름으로 상환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리파이낸싱을 통해 채권을 갚아야 한다. 그러나 이마저도 시공사가 채무인수 등의 신용보강을 통해 통제하는 구조로 설계된 PF ABS가 크게 늘고 있다.
정 전문위원은 "건설사가 부담하는 리파이낸싱 위험은 해당 건설사가 사전적으로 예측하기 어렵다"며 "건설사가 리파이낸싱 위험에 노출된 PF ABS 관련 우발채무를 부담하는 것은 일반적인 우발채무에 비해 회사의 신용위험에 미치는 영향이 훨씬 부정적인 것으로 보고, 해당 우발채무 부담이 신용등급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재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5~6월 정기평가 관심집중..일부 주택건설사 신용등급 하향 가능성

위험조정부채비율을 적용한 건설사 신용평가는 이달부터 시작될 12월 결산법인(건설사는 대부분 12월 결산)에 대한 정기평가부터 시작될 예정이다. 올해 신용평가사들의 건설사 정기평가가 매우 깐깐해 질 수 있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특히 주택건설비중이 높은 업체들에 관심이 쏠릴 전망이다. 대부분의 건설사들이 규모만 다를 뿐 PF ABS 우발채무를 지고 있지만 이중 70% 가량이 주택건설과 관련돼 있기 때문이다.
정 전무는 "이미 주요 건설업체에 대해서는 개략적인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며 "회사에서 받은 자료의 진위성 여부를 따져봐야 하지만 기본적인 수준에서 대부분 계산이 돼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PF ABS 우발채무가 상당히 민감한 수준에 있는 회사의 경우 등급 하향조정도 불가능한 일이 아니며 실제로 위험조정부채비율이 하향조정을 검토해야 할 정도의 수준에 걸리는 기업들이 있다"고 덧붙였다.
정 전문은 그러나 건설업체 전반에 등급 하향 우려가 확산될 것을 경계했다. 우발채무를 신용등급에 더 적극적으로 반영하겠다는 것이지 전혀 새로운 조치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지금까지도 건설사 신용등급에 우발채무의 규모와 질을 반영해 왔다"며 "예전보다 더 높은 위험가중치를 배정하겠다는 것이며, 여전히 가장 중요한 신용평가 요소는 회사 자체의 경영성과 등 펀더멘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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