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보]93년 역사 하이버리의 마지막 순간들

2006. 5. 11.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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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 명문클럽인 아스날이 한 시대를 접고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아스날은 지난 5월 7일 위건 어슬레틱전을 끝으로 하이버리 시대와 작별을 고하고 애쉬버튼 그로브의 에미리트 스타디움 시대의 시작을 알렸다.

아스날은 마틴 키언, 데이비드 시먼, 알란 스미스, 엠마누엘 프티 등 아스날의 레전드들을 초대해 하이버리의 마지막 순간을 함께 했다. 아스날 클럽 관계자, 코칭 스태프, 선수, 팬이 함께 어우러진 고별 이벤트는 한국 축구팬들에게는 맛보기 힘든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그 역사적 현장을 사진과 함께 돌아보았다.

<사진 0> 93년간의 전통을 뒤로 하고 문을 닫는 아스날 스타디움.

<사진 1> 암표 호가는 70만원!

역사적 경기인만큼 시 당국은 주변 혼잡을 우려, 경기장 주변에 바리케이드를 설치했다. 필자는 당초 경기장 주변 스케치에 만족하려했지만, 표가 없이는 경기장 주변 입장마저 불가한 상황이어서 어쩔 수 없이 암표를 구입해야 했다. 첫번째 암표상이 제시한 가격은 무려 400파운드. 암표는 시간 싸움이라는 유럽 축구계의 냉혹한 법칙을 터득한 필자는 계속 버텼지만, 경기전 세레모니에 대한 압박을 이기지 못해 175파운드에 수건을 던지고 말았다.

경기장 주변은 언제나 그렇듯 레플리카를 입은 팬들의 행렬과 노점상, 경기 안내 책자를 파는 사람들과 이를 사려는 사람들이 뒤섞여 혼잡하다. 이날 경기는 하이버리에서의 마지막 경기였던만큼 마지막 순간을 취재하려는 수 많은 취재진까지 합세하며, 그야말로 북새통을 이뤘다. 하이버리 스타디움은 주택가로 둘러싸여 있는 것이 특징인데, 그 주변 주택가들이 모두 하이버리 스타디움에서의 마지막을 기리는 플래카드를 걸어 놓은 것이 이채로웠다.

<사진 2> "I WAS THERE"

많은 관중을 수용하지 못해 새로운 구장으로의 이전을 하는 이유가 이해될만큼 아스날 스타디움은 아담한 사이즈. 작은만큼 피치 몰입도가 높았으며, 축구 전용 구장의 장점을 모두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이날 경기는 하이버리의 마지막 경기였던 탓에 아스날 관계자들이 빨간 셔츠와 흰색 셔츠를 나누어주어 장관을 이루었다. 그 셔츠에는 `I WAS THERE`라고 적혀 있어, 기념일을 좋아하는 유럽인들의 정서를 읽을 수 있었다.

<사진 3> 어린 팬들과 데이비드 시먼의 페널티킥 대결

챔피언스 리그 진출권을 결정하는 경기인만큼 굉장히 치열했다. 전반 아스날은 예의 화려한 패스웍을 보이지 못했지만, 프리미어 리그의 박진감 넘치는 경기력을 보기에는 충분했다. 특히 쉴새없이 이어지는 양팀의 공수전환은 이것이 현대 축구라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

치열했던 전반전이 끝난 뒤, 이채로운 이벤트가 있었다. 아스날의 어린 팬들과 아스날의 전설적 골키퍼 데이비드 시먼과의 페널티킥 대결. 영웅을 예우할 줄 아는 유럽의 팬들은 쉴새없이 그의 이름을 연호했다. 그러나 어린 팬의 슛을 막아낼 때는 야유를 보내기도 하는 등 이벤트에 만족하는 모습을 보였다.

후반전 `킹` 앙리는 자신이 왜 하이버리의 왕이었는지 마지막으로 보여주기라도 하듯이 해트트릭을 기록했으며, 결국 아스날은 4대 2로 승리했다. 하이버리에서의 마지막 경기를 승리로 이끔과 동시에 챔피언스 리그 진출권을 확정지은 아스날 선수들은 마치 우승이라도 한 것처럼 서로를 얼싸안으며 기뻐했다.

<사진 4> 진한 욕설 끝에 악수하는 양팀 서포터

프리미어 리그 경기에서 또 다른 재미거리 중 하나는 관중의 응원.

위건 서포터와 아스날 서포터 경계석에 자리를 잡은 필자는 양팀 응원단 간에 주고 받는 욕설과 비아냥을 들으며, 프리미어 리그 응원의 묘미를 맘껏 느꼈다. 상대 선수들이 거친 플레이를 할 때마다 마치 서포터들이 그 죄를 진 마냥 상대 서포터들을 향해 욕설을 퍼부었다.

그런 욕설을 들은 상대 서포터들이 가만히 있을리 만무. 경기중 서로 쉴새없이 욕설이 오갔지만, 경기 후에는 서로 악수를 나누는 모습에서 최근 서로를 적대시만 하는 케이리그 서포터들의 모습이 아쉽게 오버랩되었다.

유럽 축구 응원의 백미는 아무래도 응원가. 위건 팬들은 앙리가 볼을 잡을 때마다 `앙리 바르샤로 가라!`고 노래를 불렀으며, 토트넘이 웨스트햄에 지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아스날팬들은 `토트넘, 우릴 보고 있니?`라고 연신 노래부르며 챔피언스 리그 진출권을 확정지는 팬들의 특권을 누렸다. 특히, 경기 막바지 승리의 함성을 지르고 있던 일반 팬들은 VIP 관중들에게 함께 하자고 유도하며, 경기장을 하나로 만드는 그들의 모습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사진 5> 아스날 레전드들, 마지막을 함께 하다

경기 후 하이버리에서의 마지막을 기념하는 세레모니가 진행됐다. 아스날 관계자들과 선수들이 노래로 분위기를 띄웠으며, 과거 복싱 경기장으로 활용될 당시의 모습을 보여주는 등 아스날의 역사를 회상시켜주었다.

이날 세레모니의 백미는 아스날에서 활약한 왕년의 스타들이 모두 자리에 함께 한 것. 마틴 키언, 데이비드 시먼, 알란 스미스, 엠마누엘 프티 등 모두 아스날을 빛낸 스타들이었지만, 특히 많은 관중들의 환호를 받은 것은 이안 라이트와 토니 아담스. 그들은 단상에서 아스날에서의 추억을 회상하는 인터뷰를 나누며 감회에 젖었으며, 관중의 환대에 흥분한 이안 라이트는 팬들에게 키스를 하는 등 특유의 쇼맨쉽을 보여주었다.

<사진 6> 아스날은 계속된다

왕년의 스타들에 이어 어린이들이 아스날의 과거와 현재 엠블렘을 보여주었으며(왼쪽), 아스날이 획득한 모든 트로피를 어린이들이 들고 나와 정렬한 모습은 기발한 아이디어. 이제 갓 20년이 넘은 케이리그에도 많은 명문들이 역사를 쌓아 이 같은 이벤트를 하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으로는 담지 못했지만 피터 힐 우드 회장과 아르센 벵거 감독, 앙리 주장이 인터뷰 후 프리미어리그 최다득점상 수상으로 이벤트를 마무리했으며, 하이버리에서의 마지막을 알리는 시계가 00:00:00을 가리키는 순간, 하늘에서 아스날을 상징하는 빨간과 희색의 폭죽이 터지며 하이버리에서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런던(영국)=박찬준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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