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지루, 이름 '지루'에 얽힌 사연 들어보실랍니까?'

2006. 1. 27.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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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민성 기자] 배우 성지루를 만나면 꼭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었다. "본명이신가요?" 물어보고 싶은 이유도 있었다. '지루'라. 물론 이름이 특이해서이기도 하지만, 왠지 이름 때문에 덕도 피해도 많이 봤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영화 '손님은 왕이다(오기현 감독, 조우필름 제작)'로 영화의 얼굴(시쳇말로 주연)로 부상한 성지루를 만나자 마자, 빼어 물었다.

"본명이신가요?"

성지루가 갑자기 지갑을 구석구석 뒤지더니, 뭔가를 꺼냈다. 주민등록증이었다. "보세요, 성(姓)인 성에만 한문이 있고, 지루에는 없죠? 순 한글 이름이에요."

"지루라는 순 우리말에 뜻이 있나요?"라고 묻자 그는 이름에 얽힌 옛이야기를 풀어놓았다.

때는 1968년 10월 17일 밤. 고향인 공주에서 성지루의 어머니는 진통을 시작하셨다. 하지만 밤이 깊어가고 새벽이 돼도, 성지루는 나오지 않았다(물론 당시에는 이름이 없었지만). 아침이 돼도 출산 기미가 없자 밭일 나가시던 성지루의 아버지께서 말씀하셨다. "야(얘)는 왜 이렇게 '지루'하게 안나오는겨?" 그리고 다음날 아침 7시, 진(辰)시에 성지루는 아버지의 말씀대로 다소 '지루'하게 세상으로 나왔다.

"농담이냐?"고 물었더니, 성지루는 "사실"이라고 했다. 2남 1녀 중 둘째인 성지루의 형과 여동생 모두 가운데 지자 돌림을 쓰고는 있지만, 자신만 유독 한문 이름이 아니다. 지금은 몸이 불편하신 성지루의 아버지께서는 한때 이름에 한문 뜻이 있다고 말씀하셨다고 한다. "아버지에게 이름을 왜 이렇게 지었냐고 얘기한 적이 많은데, 그 때마다 억지로 이야기 하시는 것이 바로, '알 지(知)' 자에 '루광 루(樓)'를 써서 앎의 장소라는 뜻이 있다'고 말씀하시곤 했다"고 한다.

하지만 특이한 이름을 가진 '성지루' 소년의 유년기는 그리 순탄치 못했다. 그는 "초등학교 때 이름이 좋은 쪽으로 불리기 위해 많이 노력했다"고 했다. 하지만 뜻대로 되진 않았다. "쉽게 이야기해서 이름에 '성'자가 들어가니, 순 그런 쪽(성적인 늬앙스)으로 많이 불렸다"며 "한번은 중학교 한문시험에 자신의 한문 이름 쓰는 문제가 나왔을 때, 성지루 중 '성'자만 한자로 적었다고 감점처리되는 불운을 맞기도 했다"고 에피소드들을 들려줬다.

하지만 특이한 이름 덕분에 배우로서는 득도 많을 듯 했다. 평범한 이름 탓에 가명을 쓰는 연예인들이 얼마나 많은가. 하지만 성지루는 이름 때문에 "득 본 것이 없고, 손해 본 적이 더 많다"고 말했다.

이름에 얽힌 유쾌하지 못한 일들은 군대시절에도 계속됐다. "성이병, 성일병, 성상병, 성병장 등, 아무튼 불리는 이름마다, 아휴~ 말도 못해요"라며 손사레를 치던 성지루는 "한때 포털 사이트에서 내 이름 '지루'를 검색하면 '건성지루염'. '지루성 피부염'. '지루하다' 등 이런 단어들만 검색되곤 했다"며 암울했던 시절을 회상하기도 했다.

요즘도 이름과 관련해 생기는 불편은 여전하다고 했다. "특히 홈쇼핑 등 전화를 통해 이름을 불러줘야할 경우, '성지루입니다'라고 말하면, 응당 '성진우요?'라는 말이 돌아오고, 결국은 '지루하다' 할때, 그 '지루'라고 말해야 알아듣는다"고 씁쓸해했다.

그래서 성지루는 자신의 아이들에게만은 평범한 이름을 선사했다. 슬하에 두 사내아이를 둔 성지루는 아이들에게만은 한문이 꼭 들아간 평범한 한자 이름을 지어주고 싶었단다. 그래서 '민수'와 '민욱'이란 이름을 아이들에게 선물했다.

하지만 성지루는 아버지께서 주신 이름과는 달리 결코 지루하지 않은 남자였다. 인터뷰 중, 이렇게 많이 웃어본 경험이 과연 있었던가. 성지루는 결코 지루하지 않았다.

[ 영화 '손님은 왕이다'로 첫 주연 연기를 치뤄낸 배우 성지루. 나무 냄새가 묻어나는 압구정동의 한 카페에서 성지루가 편안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사진 = 권태완 기자 photo@mydaily.co.kr ]

(김민성 기자 song4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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