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적은 민중 삶이 묻어나는 전통 문화유산"


|
부적은 보통 종이 위에 글씨·그림·기호 등을 쓰거나 그린 것이다. 부적에 사용되는 색깔은 주로 황색·주색·적색이다. 광명을 뜻하는 황색은 악귀가 가장 싫어하는 색으로, 주색은 귀신을 쫓는 힘을 지닌 것으로, 적색은 정화하는 힘을 지닌 것으로 여겨져 왔다. 부적은 아픈 곳에 붙이거나 불태워 마시기도 하고, 벽이나 문 등에 붙이거나 몸에 지니는 등으로 사용한다. 민간에선 예부터 정월에 부적을 지니면 일년 운수가 대통한다고 믿어 왔다.
최근 들어선 부적이 미술인들 사이에서 조형적 가치로 새롭게 주목받으면서 작품에 풀어내는 작가들도 생겼다. 부적을 우리 문화의 원형이 담긴 문화 콘텐츠로 새롭게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2월 1∼7일 경인미술관에서 부적 전시회를 여는 원로 역술인 최판관(70)씨도 그런 이들 중의 한 사람이다.
전시회에는 신농씨 대길부, 북두칠성부, 팔문신장부, 옥추보경부 등 우리의 뿌리 깊은 민간신앙 전통 속에서 지금까지 내려오는 대표적 고전 부적을 비롯하여 하도낙서, 천부경, 목우도 등 우주와 인간의 관계, 인생과 운명, 문자와 부적의 의미와 역할 등 동양의 철학과 미를 음미해 볼 수 있는 30여점의 작품이 출품된다. 특히 지속된 전쟁의 상처와 고통에 시달리는 이라크를 비롯해 인류의 평화를 기원하는 마음으로 아랍어 서예(칼리그래피)와 우리 전통 부적을 결합해 그린 부적이 눈길을 끈다.
2월 1일(오후 6시30분)엔 무속연구자 서정범 경희대 명예교수, 윤열수 가회박물관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개막식이 열릴 예정이다. 충남 청양이 고향인 최씨는 어려서부터 익힌 한학을 바탕으로 자연스레 주역, 명리학 등의 역리학에 빠져들어 운명적인 역술 인생을 걷게 되었다. 조선 시대 정3품을 지낸 증조부와 중추원 통정대부를 역임한 조부의 명리학·성리학 등 학식이 높아 그의 학문을 배우려는 제자들의 발길에 문턱이 닳았다는 집안 내력과도 무관치 않다.
성균관유도회 상임위원을 역임하기도 한 그는 예사롭지 않은 신필을 구사하는 서예가로 부적도, 문자도 등의 작품 활동을 해오고 있다.
그는 역술 인생 50년 동안 수많은 사람들의 인생을 보고 들었다. 헤아릴 수 없이 많고도 다양한 사람들의 희로애락이 그의 내면에서 들끓는다. 그것은 무엇이었을까. 하나이면서도 하나가 아니며, 무수하면서도 하나였던 그 이야기들을 붓을 들어 그려본다.
올해는 병술년 개띠 해다. 그는 개는 충직한 동물이지만 올해는 인간에게 충직하지만은 않을 것이라 한다. 육십갑자 가운데 불의 기운이 가장 세다는 병술년의 개는 재앙을 상징하는 붉은 개이기 때문이다. 지진, 태풍, 홍수 등의 천재지변이 들끓는 지구에 자연의 재해가 연이어 닥칠 것임을 암시한다. 세계적으로 크고 작은 분쟁과 사건 사고, 인재(人災)도 많을 것이라 한다. 그가 평화 기원 대길부적을 그린 이유다.
"부적에는 시대를 달리하면서 늘 이 땅에 살아온 기층 민중의 진솔한 삶의 애환과 희망이 묻어 있습니다. 하늘과 사람과 땅의 조화를 비는 부적은 우리의 소중한 전통문화 유산입니다. 이번 전시회가 부적을 비롯하여 민간 전통 무속 신앙과 문화에 대한 정당한 사회적 관심을 높이는 데 조그만 보탬이 됐으면 합니다." (02)733-4448∼9
편완식 기자 wansik@segye.com
|
|
| ◇병술년 대길을 비는 부적 |
ⓒ 세계일보&세계닷컴(www.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세계닷컴은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낙인을 실력으로 지워냈다…임지연, 12년 현장이 증명한 1인 2역의 무게
- 통장 잔고 300만원, 박성웅의 10년 무명을 바꿔준 인생 철학
- “나를 참 좋아하셨구나”…전인화, 수십 년 시부모 모신 속내
- 차승원이 김선호를 2번 연속 파트너로 택한 진짜 이유
- ‘10원’도 못 쓰는 이승철…결혼식 날 장부부터 압수한 ‘1000억 자산가’ 아내
- ‘YG 떠나면 끝’ 비아냥 뚫고 238억 정산금…제니의 홀로서기, K팝 판도 바꿨다
- 17억 빚 갚고 ‘삼성전자 500%’…김구라가 피땀 흘린 돈을 묻어둔 방식
- 19개월 딸이 받은 ‘억대 세금 고지서’…박수홍이 30년 억울함 갚은 결말
- 5억 낡은 주택이 35년 뒤 100억 빌딩…임하룡, ‘왜 저런 땅을’ 비웃음에도 팔지 않은 이유
- 월이·미자·머털이, “잘 키울게요”…김고은·예지원·남보라, 약속 지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