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이름 알려졌지만 '사람'은 잘 몰라
정용진은 어떤 인물… 탤런트 고현정과 결혼하면서 매스컴 첫 노출

'탤런트 고현정씨의 전 남편….'
사람들은 신세계 정용진 부사장을 이렇게 말한다. 그는 신세계그룹 경영 전면에 나선 것도 아니기에 언론에 조명을 받은 일이 많지 않다. 즉, 신세계 부사장보다는 고씨의 전 남편으로 더 유명하다는 얘기다. 물론 신세계그룹 오너의 장남으로서 앞으로 주목의 대상임은 분명하다. 그렇지만 아직까지는 유명 연예인의 전 남편으로서 정 부사장을 받아들이고 있다.
정 부사장에 대해 알려진 사실은 많지 않다. 지인들도 극히 제한적이다. 다른 재벌가 오너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셈이다. 신세계 홍보실에서도 그에 대한 자료를 요구하자 "없다" "(정 부사장에 대해) 잘 모른다"란 대답이 곧바로 돌아왔다. 기본적인 경력조차도 자료를 내지 않고 있다. 홍보실 관계자는 "인터넷 포털 네이버를 참고하라"고 말할 정도로 오너일가 문제를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회사측의 설명은 "마주칠 기회가 없어서 잘 모르고, 또 (정 부사장이) 경영을 하지 않는 상태이기 때문에 자료를 내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 부사장이 차기 후계자인 것을 감안하면, 이들의 변명은 군색하기 짝이 없다. 긁어 부스럼을 만들지 않겠다는 것이 역력하다.
신세계측 "프로필 인터넷서 찾아라"
정 부사장이 매스컴에 노출된 것도 결혼뉴스와 함께였다. 이 커플은 1993년 말 고현정씨가 어머니와 함께 친지 방문 겸 휴가차 뉴욕에 갔을 때 브로드웨이극장에서 뮤지컬 '미스 사이공'을 보는 자리에서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정 부사장은 브라운 대학 유학생 신분이었다. 이들은 1995년 5월 결혼했다. 당시 정 부사장은 고씨의 연예인답지 않은 소박한 분위기에 끌렸다고 했으며, 고씨는 정 부사장이 지성미와 예절 그리고 해박한 지식을 갖춘 점 등에 호감을 갖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당시 드라마 '모래시계'의 여주인공으로 톱스타였던 고씨는 정 부사장과의 결혼발표장에서 "신데렐라가 된 소감이 어떠냐"는 질문에 "(신데렐라는 초라한 재투성이 아가씨란 뜻인데)내가 신데렐라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그후 남매를 낳고 파리의 셀린느 패션쇼 등에 부부가 함께 참석하는 등 다정한 모습을 보여줬던 두 사람은 2003년 11월 심야의 포르셰 도난 사건이 발단이 돼 갈라섰다. 8년 6개월여 만에 양측의 대리인인 변호사들이 몇 분 만에 끝낸 합의이혼으로 전 남편, 전 부인이 된 것이다.
그렇기 때문일까. 최근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에 LG전자 디오스냉장고를 광고하는 고씨의 사진이 모두 철거됐다는 소문이 있었다. 다소 과장된 측면이 있지만, 일부 점포에서는 삼성전자 하우젠냉장고를 광고하는 영화배우 장진영씨의 사진이 걸려 있는 것으로 볼 때 전혀 억측만은 아님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이를 정 부사장이 고씨의 흔적을 없애려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마트 고현정 광고 사진 모두 철거?
정 부사장은 고씨와의 사이에 아들 해찬군(7)과 해인양(5)을 뒀다. 이혼 직후 아이들과 고씨가 만나는 것을 막기 위해 해찬군을 미국에, 해인양은 고모인 정유경 상무에게 보냈다고 한다. 또 측근에 따르면 남매에게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려고 TV도 못 보게 하고 인터넷도 못하게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들과 해찬군이 친구라는 한 부인은 "고현정씨가 아이들을 유난히 좋아하고 박물관, 공연장도 자주 데리고 다녔는데 이번 운동회에는 보이지 않아 내가 더 마음이 짠했다"고 전했다. 최근에는 어머니인 신세계 이명희 회장도 정 부사장의 빠른 재혼을 위해 혼처를 알아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고현정씨의 전 남편이 아닌 신세계 부사장으로서의 정씨는 신세계 정재은 명예회장과 이명희 회장 슬하의 1남 1녀 중 장남이다. 정 부사장은 1987년 서울 경복고를 졸업했다. 사촌지간인 삼성전자 이재용 상무와는 고등학교 동기동창이다. 이 둘의 삶의 궤적은 대학교까지 이어졌다. 이 상무는 서울대 동양사학과에 입학했고, 정 부사장은 서울대 서양사학과에 입학한 것. 그러나 정 부사장은 1학년을 다니다 미국 아이비리그 중 하나인 브라운 대학으로 유학을 떠났다. 그래서 서양사학과 동기나 선·후배는 정 부사장의 존재를 몰랐다. 1년도 안 다닌데다 과 동기와 어울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 부회장의 사생활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 그러나 정 부사장의 지인들로부터 이따금 흘러나온 얘기를 종합해보면 그는 자동차광이다. 사회 친구들은 재계보다는 페라리동호회 등 자동차 관련 동호회원들이 대부분이다. 정 부사장은 벤츠, 페라리, BMW 등 각종 수입차를 15대 정도 보유하고 있으며, 고가의 오토바이를 타는 것이 취미라고 한다. 수입차의 경우 해외 본사에 찾아가 직접 주문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알려졌다.
정 부사장 외에도 재벌가에는 스피드광이 많다. 삼성 이건희 회장, CJ 이재현 회장 등도 그 대열에 속한다. 재계 관계자는 이렇게 스피드를 즐기는 것에 대해 "그만큼 스트레스가 많고 풀 곳이 많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혼자 공항 수속 밟으며 지방 출장
지금까지 알려진 그에 대한 회사 주변의 평가는 "권위적이지 않고 소탈하다"는 것이다. 신세계는 오너가를 위한 별도의 비서실이 없으며 수행비서도 없다. 정 부사장은 지방 출장을 갈 경우 본사가 항공편 티케팅을 해두면 혼자 공항에서 수속을 밟는다. 권위적이지 않아 직원들을 사로잡는 매력이 있다고 한다. 직원들과도 격의없이 어울리는 편으로 소주에 삼겹살도 먹는다고 한다. 이마트 오픈시 지내는 고사에도 참석, 직원들이 건네는 막걸리를 받아 마시는 소탈한 면이 있다. 또 직원들에게도 두 손으로 술을 따르며 몸을 낮춘다고 한다. 그래서 오너로서의 소양교육을 잘 받았다는 얘기를 듣는다.
정 부사장은 식품과 패션 분야에 조예가 깊다. 이마트 매장을 둘러볼 때 식품의 신선도, 진열방식 등을 꼼꼼히 챙긴다고 한다. 또 명품잡지에 등장하는 모델이 입고 있는 옷들이 어느 브랜드 제품인지 다 알 정도로 최신 유행과 디자인의 흐름을 꿰고 있다. 여동생인 정유경 상무도 디자인이나 예술 분야에 조예도 깊고 감각도 뛰어나 전문가들이 놀랄 정도라고 한다. 이들이 패션 분야에 조예가 깊은 것은 이명희 회장을 빼다 박았다. 이 회장은 패션감각이 무척 좋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신세계 관계자는 "임원들이 (패션감각에서는 이 회장을) 못 따라갈 정도"라고 전했다.
모친 이명희 회장과 부친 정재은 명예회장은?

정용진 부사장의 어머니인 신세계 이명희 회장은 고 삼성그룹 이병철 회장의 3남 5녀 중 5녀다. 이화여고를 거쳐 이화여대 생활미술학과를 졸업했다. 삼성가 딸 중 가장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이 회장은 1979년 신세계백화점 영업본부 이사로 경영수업을 시작, 80년 신세계백화점 상무로 승진한 뒤 97년 부회장에 올랐다. 무려 17년 동안이나 상무 직함을 유지했다. 그룹 회장이 된 것은 1998년 말이다.
이 회장은 1997년 삼성그룹에서 계열분리 때 신세계백화점과 조선호텔을 갖고 나왔다. 삼성에서 떨어져나온 지 10년도 안 돼 할인점인 이마트 사업의 호조로 신세계가 '유통의 명가'인 롯데쇼핑을 매출에서 앞서게 했다. 이 회장은 미국에 체재하면서 프라이스클럽과 월마트 등 창고형 점포를 보았고, 적은 투자로 가능한 신규사업을 발견했다. 이 회장은 즉시 회사에 이를 지시했고, 1993년 서울 창동에 최초로 테스트 점포를 연 것이 이마트의 시초다. 그리고 IMF 외환위기 이후 이마트의 실적이 급증하면서 신세계의 주가도 덩달아 급등, 신세계 최대주주주인 이 회장은 2001년 이후 국내 최고의 여성 부호가 됐다.
정 부사장의 아버지인 신세계 정재은 명예회장은 경기고,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컬럼비아 대학·대학원에서 수학한 엘리트다. 1969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이후 20여년간에 걸쳐 삼성전자부품 부회장, 삼성물산 부회장, 삼성항공 부회장, 삼성종합화학 부회장 등 주요 직책을 두루 거쳤다. 1997년 신세계가 삼성에서 공식 분리될 때 조선호텔 회장을 맡으면서 삼성을 떠났다.
정 명예회장도 부인인 이명희 회장처럼 경영 전면에 나서지 않는다. 조선호텔에 있는 사무실에도 가끔 들르는 정도다. 정 명예회장은 1년에 한 차례(연초) 부장급 이상 간부를 조선호텔에 모아놓고 세계 경제 흐름, 기업의 사회적 책임, 윤리경영 등에 대해 강연을 한다.
후계구도 정유경 상무도 주목

여동생인 조선호텔 정유경 상무도 신세계 후계구도에서 주목해야 할 인물이다. 여성 기업인인 이명희 회장이 정 상무를 배려할 것이 유력하기 때문이다. 신세계의 후계자로 정 상무가 지목되지는 않겠지만 일정 부문 경영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 상무는 서울예고, 이화여대 응용미술학과를 거쳐 미국 로드아일랜드대에서 그래픽디자인을 전공했다. 정 상무는 2001년 3월 초등학교 동창인 문성욱씨와 결혼, 2녀를 두고 있다. 서강대 경제학과를 거쳐 미국 시카고대에서 경제학 석사를 받은 문씨는 SK텔레콤 전략기획실을 거쳐 소프트뱅크코리아의 자회사인 벤처스코리아에서 투자심사역(차장)을 지낸 뒤 현재는 미국 유학 중이다. 문씨의 부친은 KBS 보도본부장을 지낸 문청씨다.
정 상무는 신세계 계열사인 조선호텔 상무 직함을 가지고 있으며 한때 '분스파'란 스파의 오픈에도 참여했으나 다른 경영에는 참여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맡은 업무도 프로젝트 실장으로 출근을 비정기적으로 하고 있다. 정 상무는 전공을 살려 호텔의 디자인과 인테리어 분야의 업그레이드나 고급화를 맡고 있다. 조선호텔 관계자는 "객실의 이노베이션이나 업그레이드에 기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규사업을 추진하기도 한다. 예컨대 영국 사라 퍼거슨 전 왕세자비의 결혼 때 부케를 맡아 유명해진 꽃집 '제인 패커'를 2003년에 국내 최초로 조선호텔에 들여와 꽃집의 명품 브랜드 시대를 연 것도 정 상무의 업적이다. 반면 신라호텔은 올해 8월에 '제인 패커'를 입점시켰다. 정 상무는 삼성 이건희 회장의 맏딸인 신라호텔 이부진 상무와 같은 호텔업계에서 선의의 경쟁을 벌이고 있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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