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학신문]'국어의 영어식 로마자 표기법' 주장, 김복문 충북대 명예교수

2005. 10. 17.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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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가 가장 널리 사용되는 국제어가 된 상황에서, 한글의 로마자 표기법도 그에 따라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우리말 영어식 표기학회 회장인 김복문(73) 충북대 명예교수가 그 대표적인 주창자이다. 김 교수는 '6.25한국전쟁 당시 한미합동헌병사령부 통역시 미군들이 내 이름을 제대로 못 읽더라'는 데서부터 출발, 무역진흥공사에서 표기안이 너무 복잡해 실무에 차질을 빚는 것을 보고 실사구시(實事求是)적인 한글로마자표기법 마련에 매달려왔다.

이제 칠순을 한참 넘긴 나이에 40여 년의 세월과 사재 10억여원을 들여 그 연구와 개정작업에 매달려왔지만, 아직도 전망이 보이지 않는 험난한 길을 오늘도 발품 삼아 각계 요로를 직접 뛰며 설득하고 있다. "남북한 동포 모두가 함께 잘 살기 위해 먼저 알아야 하고, 반드시 따라써야 하며, 누구나 지켜야 할" 올바른 우리말 영문표기법을 정착시켜야 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 현재 우리나라의 한글 로마자표기법에 문제가 있으며 이를 고쳐야 한다고 지난 40여년간 줄기차게 주장해오고 있다. 그 구체적인 사례는 무엇인가?

△김교수=문광부 고시 현행 국어의 로마자표기법에 따르면, 가령 '아버지(A beo ji) 어머니(Eo meo ni)'를 썼을 때 발음의 기준이 없다. 이를 영어로 발음하면 '에이뵤자이, 요묘나이'가 되고, 이탈리어로 발음하면 '아베오지, 에오메오니'가 된다. 금강산(Geum gang san)도 영어발음은 '쥼갱샌', 이태리어발음은 '게움강산'이다. 또 열린우리당의 당명표기는 일본어표기인 'Uri'로 영어발음은 '유라이'로 읽힌다. 반면 같은 소리인 우리은행 표기는 'Woori'다. 영어발음으로는 대부분 '우리'로 읽겠지만 나는 'wooree'로 표기될 때 100% '우리'로 읽게 된다고 본다.

어머니(Eo meo ni) 발음, 요묘나이

우리 한글의 로마자 표기법은 전부 이런 식으로 읽는 사람에 따라서 혼동을 가져오게 되어있다. 국제화 세계화시대에서 남북한 동포가 모두 따라 쓰고 지켜야 할 언어로서 대단히 부적합하고 이로 인해 엄청난 국가경쟁력 손실을 가져오고 있다. 국제어가 바로 영어인 현실에서 우리가 고립되고 있다. 현행 문광부고시 2000-8 국어의 로마자표기법 시안이 발표되었을 때, 주한외국인들과 기관들이 '우스꽝스럽고 무법무도한 것이어서 그 표기법이 시행되면 한국은 엄청난 복잡성과 어려움을 맞게될 것'이라고 이미 예고했지 않았는가.

- 줄기차게 주장하신대로 현행 한글의 로마자표기법이 국가경쟁력을 크게 떨어뜨리는 불합리한 표기법이라면, 그것이 제정된 원인과 실제 현상은 어떻게 보는가.

△김교수=오래전에 청산했어야 할 일제식민지시대의 로마자 표기 방식에 근간을 둔 한글학회안(1959∼1983/4)과 그 내용이 동일한 것으로, 현행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이 진정 한글의 알파벳인 ㄱ·ㄴ·ㄷ·ㄹ…과 ㅏ·ㅑ·ㅓ·ㅕ…에 바탕을 둔 것이 아니라, 일본말 알파벳인 아(ア)이(イ) 우(ウ) 에(エ) 오(オ)…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일본어의 음절의 구성과 음운의 조직이 우리말의 그것과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현행 국어의 로마자표기는 실제소리와 의도한 소리와의 괴리현상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실제 소리와 의도한 소리 달라

반면, 정작 현행 일본말의 로마자 표기는 발음과 표기가 일치하고 있다. 그중 큰 이유는 로마자 표기의 수요대상자를 모든 외국인이 아니고, 영어를 이해하는 외국인으로 그 기본원칙을 삼고 있는 까닭이다. 영어가 사실상의 세계어가 된 국제화시대에서 일본이나 중국은 자국어의 소리값을 영어식으로 정확히 옮길 수 있는 이론체계와 함께 일람표형식으로 간결하게 요약된 표기법을 국내외 모든 사람들이 보고 알 수 있게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말 국어의 로마자 표기의 기본원칙은, 그 제1항에 '국어의 로마자 표기는 국어의 표준발음법에 따라 적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는 것과 그 단서조항으로 '학문의 경우는 철자를 따라 적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라는 한 두마디뿐, 발음의 기준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

이런 상태에서 현대통령의 영어식 이름인 Roh Moo Hyun은 '로무히은', 금강산(Geum Gang San), 거북선(Geo Buk Seon), 독도(Dok Do) 등은 '쥼갱샌' '죠복숀' '독두'로 외국인들은 발음하고 있다. 아울러 정작 우리 국민들도 가령 '이(李)'씨의 경우, 'Lee' 'Rhie' 'Li' 'Yi' 'Rih'로 혼동되어 쓰는 경우가 있는 등 외국인 국내인 할 것 없이 혼란에 빠져있다.

- 이런 현상을 타개하기 위해 모의(模擬)발음부호법 이론 입각의 국어의 영어식 로마자 표기법을 만들었는데, 그 이치와 타당성에 대해….

△김교수=로마자는 언어권별로 발음이 제각각이어서 혼선이 초래될 수밖에 없는 만큼, 영어의 발음체계에 맞춘 표기법을 사용하는 것이 실용적이다. 모음이 5개(a·e·i·o·u)밖에 없는 일본어의 경우는 이태리 모음을 자국어 모음의 로마자 표기의 발음기준으로 사용해도 되지만, 모음이 21개나 되는 한글의 경우는 이태리어 모음표기만으로 음가를 살리는 것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부호를 사용하지 않고 로마자만을 사용하면서 어떠한 상황에서도 일정한 소리값을 지니고 있는 로마자들을 발음부호 대신 사용하자는 것이다. 또 발상의 전환을 통해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에 대한 발음의 기준을 우리말과 거의 동일한 음절의 구성과 음운의 조직을 지닌 영어로 바꿀 때 우리말의 로마자 표기는 '콜럼버스의 계란세우기'처럼 쉬워진다.

모두 알 수 있는 일람표 통해 가능

이에 따르면, 'ㅏ'는 Ah, 'ㅑ'는 Yah, 'ㅓ'는 Ur, 'ㅕ'는 Yur, 'ㅗ'는 Oh, 'ㅛ'는 Yoh, 'ㅜ'는 Oo, 'ㅠ'는 Yoo, 'ㅡ'는 Uh, 'ㅣ'는 Ee로 표기되며, 현재 각기 다른 성씨 표기를 강(Gahng), 곽(Gwahk), 김(Kim), 이/리(Yee/Lee), 박(Bahk), 방(Bahng), 윤(Yoon), 장(Jahng), 전(Jurn), 정(Jurng), 조(Joh), 최(Chweh), 황(Hwahng) 등으로 통일된다. 우리말 소리의 모든 음절, 즉 음가기준으로는 2,793개(초성자모19×모음21×받침7), 철자 기준으로는 1만1172개(초성자모19×모음21×받침 및 쌍받침 28), 그 하나하나에 대한 정확한 소리값 옮김이 국내외 만인이 보고 알 수 있는 일람표 형식으로 된 로마자 표기법을 통해 가능하다.(아래 도표 참조)

경제적 손실, 헤아릴 수 없어

- 그간 1970년대부터 한국어 로마자 표기법 개정을 위해 정관계, 언론계, 학계 등을 망라하며 꾸준히 접촉을 시도하며 이의 관철을 위해 수십 년을 노력해왔다. 최근에도 청와대, 국무총리실에 계속 진정서를 보내는 등 노력중인데, 주무 관련부처인 문광부 등의 반응은 어떠한가.

△김교수=무한 경쟁의 세계화 및 정보화사회에 즈음하여 각국의 로마자 표기법은 국제경쟁의 성패를 가늠하는 요인이 될 뿐만 아니라, 국제경쟁력 제고의 첫단추가 되고 있다. 수출 투자 관광 등 각종 국제간의 경제 및 문화교류와 인적교류의 필수적인 수단인 것이다. 특히 대외경제의존도가 70%가 넘는 우리나라에서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이 갖는 의미는 매우 크다. 내외국인들간의 원활한 의사소통 수단상의 장애요인 때문에 우리 경제가 입는 손실은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만큼 이루 헤아릴 수 없이 크다.

하지만 문광부는, "현행 국어의 로마자표기법은 도로표지판 등 공공부문은 물론 중·고등학교의 교과서에 수록되어 교육을 실시하는 등 안정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시점에서 다시 로마자표기법을 개정하는 것은 규범의 혼란과 국민생활의 불편을 야기하는 등 여러 부작용이 발생할 소지가 있다"며 현행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 재개정은 고려치 않고 있다고 답신을 보내왔다. 특히 로마자표기는 영어권 뿐만 아니라 중국인, 일본인, 독일인, 프랑스인 등 외국인들도 쉽게 읽을 수 있는 방식도 고려해야 하고, 로마자 표기는 읽기는 외국인이 읽지만, 표기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하는 점도 고려, 한국인이 배워서 사용하기에 쉬운 구조를 지녀야 한다는 점도 국립국어연구원을 비롯한 학계의 일반적인 지적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외교통상부도 "우리 여권의 대외공신력을 확보하기 위하여 여권상 영문성명을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정정하지 않는 정책을 시행중"이라며, "같은 로마자로 표기된 글자라도 국가별 민족별로 발음체계가 제각기 달라서 각각 다르게 발음되고 있으며, 여권에 기재되는 영문성명은 영미권 국가 중심으로 일정한 표기법에 따라 지정할 것을 정부가 국민에게 강요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하지만 이는 무사안일, 복지부동의 행정체계에서 비롯된 것으로 본다. 나는 현행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은 일제식민지 잔재가 그대로 남아있는 반민족적 굴욕적인 언어체계이며, 관광·무역·투자까지 저해하며 나라경제를 망치는 부실개혁의 표본으로 보고 이의 개정을 끝까지 관철시키고자 노력할 것이다.

■ 김복문 명예교수 프로필

1931년 생. 1951년 경복고 졸업 및 서울대 정치학과 입학 및 2년 수료, 1953년 미국 중앙미조리주립대 경제학과 3년 편입학, 동대학 졸업 및 미 오하이오주립대 경제학 석사 및 박사과정 이수. 6·25사변시 한미합동 헌병사령부 통역관, 재부부장관 비서, 한국은행 조사부 행원, 한국무역협회 조사역, 대한부역진흥공사 조사부장 개발부장, KOTRA LA 및 몬트리올·토론토 무역관장 등 역임. 1981년∼현재 충북대 사회과학대 부교수 및 경영대학장, 국제경영학과 명예교수(종신). 저서로는 '모범 무역영어(1965)' '한글의 로마자 신표기법(1979)' '신체계 영문 무역전보 텔렉스 작성법(1986)' '韓日 로마자 표기의 비교연구(1996)' '올바른 우리말 영문표기(2005)' 등 다수. 상훈으로는 1968년 대통령 표창(수출유공), 충북대 학술연구상(1995).

송용필기자/songy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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