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 여우도 새끼 사자도 모두 모두 내 친구"
"저기 보이는 동물이 뭔지 알아요? 바로 방귀쟁이 스컹크예요. 스컹크는 위험한 순간이 되면 방귀를 뀌어요.
방귀가 물로 돼 있어서 얼굴에 물총처럼 '찍' 하고 쏜답니다. 얼마나 지독한지 냄새가 800m 밖까지 퍼져요."
사육사의 설명을 듣는 정민(8)양과 태민(5)군이 신기하다는 듯이 우리에 코를 들이대고 '킁킁' 냄새를 맡아 본다.
10월 9일 정민, 태민 가족이 오랜만에 동물원 나들이를 나섰다. 아버지 안현호(38·회계사)씨와 어머니 우진영(35·영어강사)씨가
아이들과 함께 찾은 용인 '에버랜드 애니멀 원더 월드'는 사육사로부터 설명을 듣고 동물들을 만져볼 수 있는 '체험형 동물원'이다.
"저게 뭘까요?" 김수정(24) 사육사의 물음에 태민이가 "펭귄"이라고 자신있게 대답한다. "네 맞아요. 펭귄이에요. 그럼 어디 살까요?" "추운 데요." 태민이는 이번에도 자신있게 대답했지만, 맞는 대답은 아니다. 김 사육사는 방긋 웃으며 "자카스 펭귄은 따뜻한 남아프리카에 산다"고 설명해준다. 옆에서 듣던 정민이가 "헤엄도 칠 수 있다"며 한마디 거들고 나선다.
아이들은 뭐가 좋은지 엄마 아빠를 뒤로한 채 다음 동물을 보려고 껑충껑충 뛰어간다. 아프리카바늘두더지 또는 '산미치광이'라고도 불리는 호저는 온몸이 가시로 뒤덮여 마치 고슴도치 같다. 검은 호저와 멜라닌 색소가 없어 온몸이 새하얗고 눈이 빨간 호저가 대조적이다. 느릿느릿 걷는 나무 위의 신사 카멜레온, '사막의 보초병'으로 불리는 미어캣(수리카타)이 포크처럼 생긴 손가락으로 먹이를 집어 먹는 모습도 아이들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머리가 180도 돌아가는 올빼미, 부리가 긴 펠리컨(사다새), 물 위를 걷는 새 자카나, 황금빛 비단구렁이, 육지에 사는 알다브라 육지거북도 빠질 수 없는 볼거리다.

과일을 먹고 사는 과일박쥐가 거꾸로 매달려 있다가 똥 눌 때만 똑바로 앉는다는 사육사의 설명에 진영씨는 "처음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인다. 미어캣이 사막의 보초병이라면 프레리도그는 초원의 파수꾼이다. 서로 닮았지만 미어캣과 달리 프레리도그는 귀가 잘 보이지 않는 다는 것도 이들 가족이 새롭게 배운 지식이다.
동물원에서 가장 인기 많은 동물은 소설 '어린왕자'에 등장하는 '사막여우'(페넥여우)다. 어린왕자를 읽었다는 정민이는 사막여우에 부쩍 관심을 보인다. 고양이만 하고 비단처럼 윤기 흐르는 담황색 털에 토끼처럼 귀가 긴 사막여우를 보기 위해 사람들이 모여든다. "와 정말 예쁘다." "너무 귀여워." 감탄사를 연발하던 관람객 속에서 갑자기 "꺅" 하는 비명소리가 들린다. 사육사가 사막여우의 먹이를 우리에 풀어놓은 까닭이다.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한 사막여우 먹이의 정체는 다름 아닌 살아있는 귀뚜라미였다.
사람들의 비명에 관심이 쏠렸는지 한발 물러나 있던 안씨도 고개를 내밀고 여우를 살펴본다. 아이들이 동물에 관심이 쏠려 있는 사이 우씨는 남편에게 사진을 찍어 달라고 부탁한다. 어린왕자 모형 앞에서 사진을 찍는 우씨의 마음도 오늘만은 아이들과 다르지 않다.
무엇보다 아이들의 관심을 끄는 건 동물들과 직접 만나는 시간이다. "안녕하세요" 하고 사육사의 말을 따라하는 앵무새에게 정민이는 홀딱 빠졌다. 사육사 주위를 맴돌면서 먹이를 직접 줘 보기도 하고 만져 보기도 하며 즐거워했다. 만화영화 '마다가스카'에서 현란한 춤을 선보였던 알락꼬리원숭이와 3개월 된 새끼 사자, 스컹크, 사막여우를 만져보고 함께 사진을 찍는 정민이와 태민이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어났다. 처음에는 동물들을 무서워했던 아이들이 5분도 지나지 않아 동물과 친구가 됐다.
안씨는 "동물들에 대해 설명을 해 주니까 그냥 보는 것보다 훨씬 재미있다"며 "어른들도 동물들에 대해 많이 배울 수 있어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정민이는 "전에도 동물원에 왔었지만 동물들을 만져 본 것은 처음"이라면서도 "사자를 만져봤다고 친구들한테 자랑은 할 수 없다"고 아쉬워했다. 자랑하면 친구들이 질투하기 때문이란다.
용인=엄형준 기자 t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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