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공양 의식과 한국의 향로


(서울=연합뉴스) 김태식 기자 = 경남 창녕 말흘리 유적에서 2003년에 발굴된 통일신라시대 향로(香爐)가 공개됐다. 이 향로는 자루가 달린 병향로(柄香爐)이자 발굴을 통해 드러난 첫 신라시대 병향로라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모은다.
그렇다면 향로는 무엇이고 한국 불교에서 향로는 어떻게 변천해 왔을까?
부처님께 올리는 공양물 중에서 가장 중시된 양대 산맥은 바로 꽃과 함께 향이었다. 그래서 이 둘을 합쳐 향화(香華)라고 한다. 불교에서는 향과 꽃을 가장 소중스러운 영물로 생각한 까닭이 여기에 있다.
공양이란 불교에서는 깨달음을 얻기 전 6년 동안 고행하다가 그것이 무익함을 알고 마을로 내려온 석가모니 부처가 유미죽(乳味粥) 한 그릇을 받아 먹고는 기운을 차려 명상을 통해 부처가 되었다는 데서 비롯됐다고 한다.
공양물로서의 향과 꽃을 피우거나 꽂는 향로와 꽃병은 정성을 들여 만들기 마련이다. 특히 현재 남아있는 조선시대 이전 유물로는 향로에 걸작이 많다.
향로는 재료가 여러 가지였다. 흙으로 빚었는가 하면, 청동이나 금동을 이용하기도 했으며, 청자나 나무를 쓰기도 했다.
실물자료를 볼 때 고려시대에는 은입사(銀入絲) 청동 향로나 청자 향로를 만들어 냈다. 조선시대에는 주로 청동이나 백자, 혹은 놋쇠를 이용했다.
고려시대 향로 중에서 완(土+完)이라고 해서 나팔형 높은 굽에다 마치 대야 같은 테두리를 낸 종류가 있다. 이런 향로를 향완(香완<土+完>)이라 한다. 국보 75호로 지정된 경남 밀양 표충사 소장 '청동제 함은(含銀) 향완'이 유명하다.
'함은'이란 은이라는 금속을 머금었다는 의미로, 누군가가 지어낸 용어가 아니라 이 유물에 그런 명문이 발견되고 있어 고려 당시에 쓰던 용어임을 알 수 있다.
요컨대 '함은'은 요즘 미술사학자들이 즐겨 쓰는 국적 불명 '은입사'(銀入絲)와 같은 의미가 된다. 이런 향완에는 별도 손잡이가 없다.
은입사를 한 고려시대 다른 향로는 중흥사 향로(1344년. 보물 321호), 상원사 향로(1346년. 보물 288호), 통도사 향로 등이 유명하다.
조선시대 향로로는 1584년에 제작된 남원 실상사 소장품이 역시 청동제 은입사 양식이지만, 국립민속박물관 소장품으로 19세기 제품으로 생각되는 향로는 같은 은입사 양식이기는 하나 향로 그 자체는 철이다.
향로에 손잡이(柄)가 달린 것을 병향로(柄香爐)라 하는데 이는 주로 의식 행렬에서 스님이 향을 피우면서 들고 가던 것이라고 생각되고 있다.
병향로는 삼국시대에는 마애불 등지에서 간접적으로 보이고 있는데 경주 단석산 신선사 마애상 중 공양자 상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통일신라시대를 포함한 삼국시대에 실물로 남아 있는 병향로는 오직 삼성미술관 리움 소장품이 있을 뿐이었다.
이런 실정에 사상 처음으로 발굴지가 명확하고, 그 시대 또한 통일신라시대 말기로 추정할 수 있는 실물자료가 경남 창녕에서 출현한 것이다.
고려시대 은입사 청동 향로 중에도 병향로가 실물자료와 회화자료가 모두 남아있다.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인 청동제 손잡이 향로는 1077년에 제작됐다는 명문이 유물 자체에 남아있는데 연잎 모양 받침대를 갖추고 있다.
또 삼성미술관 리움 소장 고려시대 불화인 석가삼존 16나한도에서도 역시 연꽃 모양 손잡이를 쥐고 있는 나한 모습을 형상화하고 있다.
물론 1993년 부여 능산리 절터에서 발굴조사된 백제금동대향로는 향로 유물 중에서도 단연 압권으로 치지만 병향로는 아니다.
주의할 것은 불교 의식에 채용된 향로는 불교 본고장인 인도식 전통에서 유래했다기 보다는 중국적 전통의 변용일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이다. 중국에 불교가 상륙하기 전인 한대에 박산향로가 널리 사용됐다.
이 박산향로는 말할 것도 없이 얼마 뒤에 도교로 급격히 포섭되는 신선(神仙)사상과 밀접한 것으로, 이런 전통은 백제금동대향로에도 짙게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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