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저]대게잡이 분주 영덕 강구항

2005. 1. 27. 0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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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게잡이에 나선다. 이른 새벽인데도 경북 영덕군 강구항은 불야성을 이루고 있다. 포항해양경찰서 강구파출소에 간단한 출어신고를 한 뒤 19t짜리 목선인 명성호에 오른다. 오전 5시 대게어장으로 출항. ‘다다다다닥’, 경쾌한 소리를 내지르며 배가 검푸른 바다 위를 달린다.

◆영덕대게를 찾아서=명성호의 최고 속도는 9노트(시속 16.2㎞). 롤링(배가 좌우로 흔들림)과 피칭(앞뒤로 흔들림)이 반복되면서 멀미가 느껴진다. 선실에 누워도 보고 갑판에 나와도 보지만 정신이 없다. ‘강구항을 빠져나온 지 30분밖에 안 됐는데…’, 배를 탄 것이 후회스럽다. 조탄득(43) 갑판장은 “배가 조업할 때는 피칭이 없어 멀미가 덜할 것”이라며 위로한다. 멀리 강구항의 희미한 수은등이 보인다.

오전 7시20분 이상로(44) 선장이 벨을 누르자 선원들이 분주히 움직인다. 강구항에서 30㎞ 떨어진 곳에 설치한 부표의 위치가 위성항법장치(GPS) 화면에 나타났기 때문이다. 부표를 발견한 선원들이 대나무 갈고리를 이용해 끌어올린 뒤 유압양망기로 감아올린다. 15분여를 감아서야 밧줄 끝에서 그물이 달려온다. 보통 대게잡이 그물은 수심 150〜400m에 쳐놓기 때문에 밧줄을 감는데도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한다.

그물 첫 머리에는 상품가치가 없는 다리 잘린 대게와 주먹 만한 소라 등이 나온다. 선원들은 간간이 나오는 9㎝ 이하 치어들을 바다에 놓아준다. 5분 정도 끌어올리자 본격적으로 대게가 나온다. 능숙한 솜씨로 대게를 추려내 수조에 담는 선원들. 2시간여의 조업을 마치고 명성호는 또 다른 부표를 찾아간다.

또 다시 조업이 시작된다. 이 선장은 잔뜩 화난 표정. 어떤 배가 지나가면서 새 그물을 망가뜨렸다고 한다. 선원들이 꼬인 그물을 풀면서 대게를 빼낸다. 첫 조업 때보다 대게가 적다. 이 선장은 “그렇지 않아도 지난해보다 수확이 적은데 오늘은 더욱 줄어 속이 상한다”고 푸념한다. 이날 수확한 대게는 500여마리. 만선은 아니지만 수확의 기쁨을 누리기에는 족하다. 선원들은 부표와 그물을 설치한 뒤 강구항으로 향한다. 2시간여의 항해 끝에 항구에 닿자 수협 직원과 도매상들이 어선을 반갑게 맞는다.

◇잡아온 대게를 살펴보는 상인들(왼쪽).대게에 대해 설명하는 아이씨씨프라자 김종문 사장. ◆완장 찬 대게=주말을 맞은 강구항은 서울과 부산 등의 번호판을 단 차량으로 혼잡을 빚는다. 관광객들은 대게 식당 수조 앞에서 어떤 대게를 먹을지 즐거운 고민을 한다. 강구항의 겨울이 대게로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영덕대게는 완장을 차고 있다. 영덕군청과 수협에서 소비자 보호를 위해 이달 중순부터 영덕 연근해에서 잡은 모든 대게에 잡은 곳과 선명(船名) 등을 쓴 이름표를 달도록 의무화했기 때문. 영덕에서는 ‘영덕대게’뿐 아니라 러시아와 북한 등지에서 수입한 대게와 털게 등을 맛볼 수 있어 영덕대게를 고집하는 관광객들은 꼭 ‘완장’을 확인해야 한다. 올해 영덕대게는 수확이 줄었지만 지난해와 가격차는 없다. 울진 등지에서 수확이 늘어나 가격을 쉽게 높일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시세에 따라 다르지만 영덕대게 1㎏짜리는 5만원 정도에 거래되고, 대게 식당에서는 8만〜10만원을 받는다. 러시아산 대게는 2만5000원, 북한산은 4만5000원이면 먹을 수 있다.

영덕대게는 살이 꽉 찬 ‘박달게’를 최고로 친다. 이와 달리 살이 60%를 밑도는 게를 ‘물게’라 부른다. 소비자들은 큰 대게만을 선호하는데, 게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강구항에는 70여개의 대게 식당이 몰려 있다. 저마다 특징이 있지만 선주(선장)가 운영하는 대게 식당을 찾으면 같은 가격이라도 품질을 보장받을 수 있다. 또 말만 잘하면 덤도 준다. 이 선장이 운영하는 ‘청궁 대게(054-733-5685)’는 밑반찬으로 갈치 식혜 등을 내놓는다. 윤정군 선장이 운영하는 ‘김가네 대게(054-733-6889)’는 대게 회와 양념 대게 장 등 다양한 게 요리를 선보인다.

좀더 싸게 영덕대게를 먹으려면 강구항에서 포항 쪽으로 2㎞ 떨어진 ‘아이씨씨프라자(054-734-6650〜3)’를 찾으면 좋다. 이곳은 밑반찬을 제공하지 않는 대신 대게 식당보다 가격이 20〜30% 저렴하다. 대게를 고르면 찜통에서 쪄주는데, 그 외에는 셀프서비스. 소라와 전복, 해삼 등 다양한 수산물도 있다.

영덕=글・사진 신진호 기자ship67@segye.com ◆찾아가는 길 ▲승용차: 경부・중부고속도로→영동고속도로→중앙고속도로 남원주IC→서안동IC→34번 국도 안동댐・청송 방향→7번 국도 영덕(5시간 소요) ▲시외버스(동서울종합터미널): 오전 8・11시, 오후 3시40분・4시40분(2만3200원, 4시간 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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