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도 신랑과 함께 식장 입구서 하객맞이

“파티 같은 결혼식을 하고 싶었어요. 보통 결혼식은, 눈도장 찍고 밥만 먹으러 가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좋아하지 않았어요.” 김예진(29・여・큐레이터)씨와 성창기(29・삼성전자)씨 부부. 야학교사 생활을 함께하며 만난 이들은 7년의 연애 끝에 지난 10월24일 결혼식을 올렸다. 이들의 결혼식 역시 무게는 덜 나가고, 보통 결혼식과는 조금 다른 것이었다.
기존 결혼식 문화에 회의적이었던 김씨는 신랑 신부가 동등하게 주인공이 되고, 친한 사람들과 가족만 초대해 즐겁고 조촐한 결혼식을 치르기를 바랐다. 하지만 평범한 결혼식을 원하는 부모와의 타협 끝에 결국 이들은 신랑・신부측 하객을 각각 50명만 부르고 축의금을 받지 않으려 했던 계획을 실현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이들은 양가의 아무런 도움 없이 결혼식 준비와 집 마련, 혼수준비 등을 했다. 양가 부모님의 사정이 넉넉지 않은 것도 이들이 결혼식에 재량을 발휘할 수 있는 하나의 요인이 되었다. 또 ‘우먼타임스’의 평등결환에 대한 조언도 많은 도움이 됐다.
김씨는 결혼을 앞두고 뒤로 길게 끌리는 보통 드레스 대신 발목까지 오는 짧고 깔끔한 스타일을 찾아다녔다. 좀더 자유롭게 움직이면서 식장에 온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싶었기 때문이다. 원하는 드레스를 찾기 위해 웨딩가게 수십 군데를 샅샅이 뒤졌지만 김씨가 원하는 드레스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결국 그는 ‘뒤에 반원으로 펼쳐지는’ 보통의 흰색 드레스를 입어야 했다. 대신 처음 계획대로 면사포는 쓰지 않았다.
결혼식 당일 신부인 김씨는 예쁘게 꾸미고 신부대기실에 얌전히 앉아있지 않고 남편 성씨와 함께 예식장 입구에서 하객을 맞았다. 자신의 결혼식에 온 손님과 직접 만나 인사하기 위해서였다. 하객들은 “신부가 왜 이런 곳에 있느냐”며 어리둥절해했다.
결혼식 입장은 아버지들끼리, 어머니들끼리 한 뒤에 부부가 동시에 입장했다. 이들 결혼식의 가장 큰 특징은 주례가 없었다는 것. 주례사 대신 양가 부모가 자식들에게 직접 쓴 결혼 축하사를 낭독했다. 어쩔 수 없이 이들 부부의 의견을 따르던 부모들도 주례사를 준비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결혼식 이후에는 “보통 결혼식에서는 주례사를 듣는 사람도 없고 시끄러운데 우리가 축하사 읽을 때는 모두 듣기 위해 조용히 하더라”며 큰 만족감을 나타냈다.
이들은 또 결혼식과 혼수 비용을 최대한 아꼈다. 결혼식 장소는 남편이 다니는 직장을 통해 무료로 빌렸고, 살림살이는 성씨가 결혼 전 자취할 때 쓰던 것과 선물 받은 것으로 채웠다. 예물과 예단도 생략했다. 이렇게 해서 집값을 제외하고 혼례비용은 500만원 정도 들었다. 이들이 현재 살고 있는 집 역시 함께 대출받은 돈으로 마련했다.
평등하고, 결코 무겁지 않은 결혼식을 올린 부부답게 이들은 일상에서도 평등부부로 생활하고 있다. 맞벌이 부부인 이들은 가사노동도 공평하게 분담한다. 김씨는 “우리 결혼식이 아주 새롭거나 파격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이를 통해 새로운 결혼문화를 고민해 볼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축의금 대신 꽃 선물, 주례사 대신 하객 덕담 생리대로 만든 파격적인 옷. 은밀하게 숨겨져 있던 생리대가 하얀 웨딩드레스로 화려하게 변신했다. 웨딩드레스와 생리대는 공통점이 있다. 이 두 가지는 여성만의 물품이자 오로지 흰색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이 옷을 만든 설치미술 작가 이현영씨는 웨딩드레스의 흰색에 숨어 있는 순결 이데올로기를 깨고자 생리대 드레스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여성문화예술기획이 주최한 ‘여성과 공간 문화축제—결혼식장 프로젝트’의 마지막 행사로 지난 6일 열린 ‘진짜’ 결혼식에서 신부 이재희(25・선교사)씨는 실제로 이 생리대 옷을 입고 결혼식을 올렸다. 신랑 유동호(26・회사원)씨는 턱시도 대신 ‘매이지 않고 일상과 맞닿을 수 있는 옷, 융통성 있고 즐거운 옷’인 평상복을 입었다. 여러 종류의 평상복을 기워서 만든 알록달록한 옷이었다. 이들의 모습은 흰색과 검은색으로 대비되는 신랑 신부의 모습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이들은 집안 사정으로 결혼식을 치르지 않은 채 지난 여름 혼인신고만 한 상태였다. 실속파 신부인 이씨는 “돈이 많이 들뿐만 아니라 20〜30분 만에 형식적으로 치러지는 결혼식을 굳이 하고 싶지 않았다”며 “어머니를 통해서 알게 된 이 행사의 취지에 공감해 참여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씨는 또 “가족이 중심이 아니라 두 사람이 진짜 주인공이 되는 의미 있는 결혼식이라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이들의 결혼식은 의상의 파격에 그치지 않았다. 신랑과 신부가 함께 입구에서 하객을 맞았고, 하객들로부터 축의금을 전혀 받지 않는 대신 꽃과 덕담을 받았다. 하객들이 “용감하고 멋지다, 축하한다”고 적은 덕담 종이는 모형 나무에 걸려 부부에게 결혼 축하 선물로 전달됐다.
예식이 시작되자 함께 입장한 이들은 결혼 생활에 대한 서로 약속을 담은 혼전계약서를 번갈아 낭독했다. 서로 집안 험담하지 않기, 시댁과 친정을 공평하게 대하기, 하루 한끼 꼭 같이먹기, 언어폭력 등의 폭력 쓰지 않기 등의 내용을 담았다. 주례사가 없는 대신 하객들이 직접 자리에서 일어나 축하의 말과 덕담을 신랑 신부에게 전했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손님석에 앉아 있던 이씨의 어머니는 “끝까지 사랑하고 살기를 바란다”며 이들을 축복했다.
이들은 또 예물과 예단이 없는 대신 서로에게 이색적인 선물을 교환했다. 유씨는 두 사람이 처음 만났을 때부터 사랑에 빠져 어렵사리 결혼에 이르기까지의 과정과 신부에 대한 사랑고백을 담은 피켓을 영화 ‘러브 액추얼리’에서처럼 차례로 들어보여 신부의 눈시울을 적셨다. 이씨는 “신랑에게 영원히 남는 것은 나밖에 없다”며 “내가 가장 큰 선물일 것”이라며 답례로 노래를 불렀다.
이들의 결혼식에 참석한 이씨의 고등학교 친구들은 “기존 결혼식보다 아주 색다르고 너무 파격적인 면도 없지 않지만, 부부에게는 기억에 남는 의미 있는 결혼식이 될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김지희 기자 kimpossibl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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