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을 찾는 사람들]호텔 주방장 로빈 쿠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레스토랑 ‘바인’의 주방장 로빈 쿠퍼. 호주 캔버라에서 태어나 자란 35세 여성이다. 군대 못지않게 위계질서가 중시되는 고급 호텔 요리사 세계에서 여성 주방장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드물다. 로빈 쿠퍼는 대학 졸업 후 보험회사에서 고소득 전문직인 ‘비즈니스 애널리스트’로 일하다 25세에 수습 요리사로 뒤늦게 출발했기에 더욱 특이하다.
“하루종일 사무실에 앉아 서류와 씨름하는 게 적성에 안 맞았습니다. 반면 요리는 어릴 때부터 줄곧 좋아한 일이었기에 전직을 결심하게 됐죠.” 요리를 좋아하면서 처음부터 요리사로 출발하지 못한 건 부모 반대 때문. “지금은 달라졌지만 10여년 전만 해도 호주에선 요리사가 그리 존중받는 직업이 아니었거든요. 부모님은 대신 제가 교사가 되길 바랐어요.” 캔버라의 한 호텔에서 시작한 수습 생활은 4년간 이어졌는데 처음 2년이 특히 힘들었다. “이전 직장은 월급도 많고 전문직이었는데 수습 요리사는 처음 2년간 돈도 거의 받지 못하고 매일 감자를 깎고 접시나 닦아야 하니 얼마나 힘들었겠어요.” 고된 수습 생활 4년만인 1996년, 로빈 쿠퍼는 정식 요리사가 됐다. 이후 그는 호주 내 여러 호텔을 거쳐 해외로 진출, 중동지역에서 1년 반 동안 근무하다 지난 6월 서울에서 자리잡게 됐다.
그가 꼽는 요리사의 조건은 일단 요리를 좋아하고 창의적이어야 하며, 느낀 맛을 다시 다른 이에게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또 주방장으로서 주방 안은 물론 레스토랑 전체를 살펴보며 끊임없이 적절한 판단과 지시를 내려야 한다.
“사실 요리사는 아주 힘든 일이에요. 오랜 시간 동안 뜨거운 주방에서 서서 일하면서 많은 스트레스를 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즐길 수만 있다면 대만족입니다. 그러기 위해선 마음속에서 요리를 좋아해야 하죠. 그래야만 비로소 전 세계를 돌며 요리를 하고 수많은 사람과 새로운 문화를 접하는 장점을 누릴 수 있죠.” 서울 생활 6개월째에 접어든 그의 눈에 비친 한국의 음식문화는 한마디로 ‘흥미진진’이다. “전 세계 요리사를 대상으로 한 웹 사이트에서 한국은 가장 주목받는 나라입니다. 고급 요리에 대한 관심이 폭증하면서 외국 요리사를 위한 일자리도 대단히 많아졌거든요. 한국 음식문화는 매우 특이합니다. 자리에 앉아 포크, 나이프만 쓰면 되는 서양 식당과 달리 한국 식당은 손님이 직접 끓이고 양념을 넣어가며 조리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그 과정 자체가 엔터테인먼트인 것 같아요. 좋아하는 건 삼겹살과 소주인데 다른 음식들도 즐깁니다. 사실 한국의 고기와 채소, 해산물은 그 품질이 세계 어느 곳에 나는 것 못지않습니다. 재료가 좋으니 음식도 맛있을 수밖에 없죠.” 글 박성준, 사진 이제원 기자 alex@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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