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뱀에게 피어싱

2004. 8. 19. 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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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나서 작가의 의도를 쉽게 간파하기 어려운 소설은 일단 혼란스럽지만 긴 여운을 남긴다. 독자들에게 이런저런 해석을 유도하며 자연스레 "책 읽은 즐거움"에 빠져들게 하기 때문이다. 2004년 아쿠타가와상 수상작인 가네하라 히토미의 [뱀에게 피어싱]이 그런 작품이다.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즈]나 박상륭의 소설들처럼 읽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다면 쉽게 "즐거움"을 느끼기는 어렵다. [뱀에게 피어싱]의 매력은 일단 읽기가 무척 수월하다는 것이다. 단문과 구어체로 짜인 문장은 빠른 속도로 결론에 도달하게 만든다. 소설에서 흔히 마주하는 화려한 수사나 격언 같은 문장도 좀처럼 찾아볼 수 없다.

피어싱-문신 시술자인 시바와 주인공인 "나(루이)"의 가학적인 섹스 장면이나 피어싱을 한 루이의 혀에 끼워지는 피어스의 굵기가 한 단계씩 굵어질 때마다 벌어지는 장면들은 충격을 준다. 그렇다고 그 장면들이 역겨운 것은 아니다. 그 장면들은 각 인물의 존재 이유, 삶의 방식 등을 함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처절하다고 해야 할 듯하다.

이 작품에서 고민해야 할 부분은 결말이다. 결말까지 온 과정, 즉 루이와 아마의 무미건조한 동거, 루이를 향한 아마의 사랑-소유욕, 루이와 시바가 벌이는 SM 형태의 섹스 등은 쉽게 이해된다. 그렇지만 아마가 처참한 시신으로 발견된 이후 급격하게 변화하는 루이의 심리와 행동은 과연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난감하다. 루이가 정말로 아마를 사랑했던 것인지, 시바가 아마의 살인범인지, 시바를 의심하면서도 그를 감싸주고 그의 옆에 남아 있기를 원하는 루이의 심리는 어떤 것인지.... 작가는 이 모든 사연을 밝히지 않고 독자에게 해석할 것을 요구한다.

엽기, 눈물, 쿨함, 외로움 등이 교차되어 있는 이 작품은 "해답없음"으로 귀결되지만 동시에 해답을 찾아낼 것을 독자들에게 권함으로써 즐거움을 선사한다. 가네하라 히토미 지음, 정유리 옮김, 문학동네 8,000원. 임형도 기자 lh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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