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소설 원작 '그놈은 멋있었다' '늑대의 유혹 '

2004. 7. 15. 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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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10대의 달콤한 환상 ‘닮은듯 다른듯’ 인터넷 소설 붐의 ‘핵’이었던 동시에 제작 당시부터 10대 네티즌들의 초미의관심사였던 귀여니 원작의 영화 <그놈은 멋있었다>(이하 <그놈>)와 <늑대의유혹>(이하 <늑대>)이 22일과 23일, 나란히 개봉한다. <그놈>은 만화적 상상력으로가득한 코미디로, <늑대>는 슬픈 멜로 드라마로 다른 노선을 가면서도 두 영화는캐릭터와 이야기 흐름에서 쌍둥이처럼 비슷한 모습을 띠고 있다.

얼짱이자 싸움짱의 왕자님, 신데렐라를 구원하다 <그놈>과 지은성(송승헌)과 <늑대>의 반해원(조한선)은 다른 이름의 같은인물이다. 모두 얼짱에 싸움짱이고 자기 이외에 다른 사람들에 대한 배려는도통없는 ‘매너꽝’이다. 그러나 이 ‘싸가지’조차 페로몬으로 작동해 근처 학교여학생들을 ‘미치게’ 만든다. 두 왕자님은 얼굴도 ‘구린’ 평범한 여학생을찍는다. 순진녀 한예원(정다빈)과 정한경(이청아)은 다른 여학생들의 질투 아래자신에게 돌아온 낙점을 묵묵히 수용한다. 여기에 삼각관계(<그놈>의김한성(이기우), <늑대>의 정태성(강동원))가 끼어든다. 또 여기에 왕자님을사모하는 불여시 여학생의 방해공작이 끼어든다.

두 영화는 등장인물과 줄거리말고도 흡사한 점이 많다. 홍콩 누아르를 떠올리게하는 주먹싸움 장면으로 영화가 시작되고, 일당 백의 싸움에서 피흘린 승자를여주인공이 정성스럽게 보살펴주거나 심지어 ‘찍은’ 여자에게 핸드폰을 던지며“전화씹으면 죽는다”고 말하는 대사까지 약속이라도 한 듯 겹친다. 많이 본 듯한이야기, 같은 인물의 끊임없는 자가증식이라는 인터넷 소설의 특징을 두 영화는그대로 가져온다.

만화적 스타일 대 정통 드라마 두 영화는 같은 말투로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색깔은 사뭇 다르다. 이건코미디와 비극이라는 원작의 차이에도 기인하지만, 영화가 이야기를 풀어가는방식이 다르다. <그놈>은 같은 인터넷 원작의 선배영화 <동갑내기 과외하기>처럼만화적 상상력으로 소설에서 폭주하는 이모티콘을 대체한다. 은성이 예원에게보내는 위협적 문자메시지는 예원의 목을 조르는 밧줄이 되고 학교 ‘담치기’를하는 예원은 아예 공중부양을 한다. 서사 따위는 내 일이 아니라는 듯에피소드에서 에피소드로 이어지는 인터넷 소설처럼 영화는 작정한 듯 연출의일관성을 버리고, 스토리의 비약으로 붕붕 날아다닌다. 경쾌한 만큼 산만해보인다.

이에 비해 <늑대>는 정통 로맨스의 길을 따라간다. <그놈>에서 악세서리처럼보이던 삼각관계가 이야기의 전면으로 들어서고, 영화는 라이벌인 해원과 태성이가진 캐릭터의 차이를 강조하는 데 좀 더 초점을 맞춘다. 의리있고 컴플렉스없는해원에 비해 태성은 힘들었던 과거를 가진 마음 여린 소년이다. 이 사이에서우왕좌왕하며 시종 눈물만 흘리는 여주인공 한경은 <그놈>의 혜원만큼 눈에 띄지가않는다. <늑대>는 <그놈>보다 일관성있게 흘러가는 반면 인터넷 소설의 외피로는어울리지 않게 무거워 보인다.

‘왜’라고 물으신다면, 0_0 혹은 -.,-;; 두 영화를 보면서 개연성 부족을 탓하거나 화면 속의 거침없는 욕이나 음주, 흡연같은 아이들의 습관을 개탄하는 건 설득력 없는 비판처럼 보인다. 두 왕자님이‘열라 구린’ 여학생의 ‘서방’이 되기를 자처하는 이유는 불명확하고 기본적인자기존중감마저 없어보이는 여주인공의 행동은 어른들이 보기에 전혀 이해가 안될수 있지만 이는 ‘왜’라는 질문에 대답하고 싶어하지 않는 10대들이 가진 환상의일부분이다. 수능시험을 보다가 단지 첫눈 오는 날 만나기로 한 약속이 떠올라시험장을 뛰쳐나가는 여주인공의 행동 역시 역시 공부에 찌들린 10대들이 꿈꾸는짧은 순간의 달콤한 환상일 것이다. 이런 점에서 두 영화는 10대 관객들을 상당수확보해 놓은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스크린 팬터지가 20대 이상의 성인관객을얼마나 설득시킬 수 있을 지는 지켜볼 일이다.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사진 이노기획, 싸이더스 제공.ⓒ 한겨레(http://www.hani.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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