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 큰 사랑에 춘향도 논개도 옷고름 적시고..

2004. 5. 6.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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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남원・진주 가족나들이 좋을씨고 가정의 달. 가족여행 계획하셨습니까 오순도순 자녀와 함께 떠난다구요 좋은생각입니다. 하지만 이번 여행은 나이 드신 부모님 몫입니다. ‘핵가족’의변두리에서 서성대며 늙어오신 우리 어머니・아버지 차례입니다. 주름지고 검버섯핀 부모님 손 꼬옥 잡고 따뜻한 남녘 나들이 한번 다녀오시지요. 바쁜 회사 일과자녀 일로 미뤄오던, 그러나 이제나 저제나 부모님이 고대하시던 바로 그여행말입니다. 마침 남녘의 두 유서깊은 고을에서 부모님이 좋아하실 만한행사들을 펼치고 있군요. ‘춘향제’가 열리고 있는 지리산 자락 남원땅,‘논개제’가 펼쳐지는 남강변 진주땅의 볼거리들을 찾아갑니다. 성춘향과 논개,절개와 지조를 상징하는 두 여성을 기리는 전통 가락과 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춘향을 찾아 남원은 춘향이 지배하는 마을이다. 먼저 지난 1일 문을 연 춘향테마파크로 간다.

어현동 남원관광단지 안 야산에 꾸민 35만평 공원이다.

임권택 감독의 <춘향뎐> 촬영세트장을 비롯해 만남의장・맹약의장・축제의장 등춘향전을 테마별로 재현해 놓은 곳이다. 동헌・관아・감옥・월매집 등 고증을 거쳐지은 조선 중기 건물들에서 소설 내용이 실감나게 다가온다. 테마파크 들머리는대나무숲 우거진 돌계단이지만, 에스컬레이터를 설치해 노약자도 오를 수 있다.

<춘향전>의 배경이 된 광한루원은 천거동에 있다. 이몽룡・성춘향의 사랑이 깃든광한루와 은하수를 상징하는 연못, 오작교・완월정 등이 어울려 우아한 경치를보여준다. 광한루원 옆엔 전통 공예품을 파는 상가가 있어 들러볼 만하다.

죽부인・바구니・키・체 등 죽제품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고, 잘 들기로 소문난남원 식칼을 파는 칼 전문점도 많다.

산자락 적시는 철쭉꽃 사태 5월의 남원에서 빼놓을 수 없는 구경거리가 널찍한 철쭉꽃밭이다. 바래봉과봉화산의 철쭉밭은 이름 높다. 올해는 이상기온으로 경관이 예년같지 않아아쉽지만, 그런대로 꽃무리의 정취는 맛볼 수 있다.

운봉읍에서 오르는 바래봉은 봉우리가 스님들 밥그릇(바리때)을 닮았다는 데서유래했다. 축산유전자연구소 뒤 산자락 철쭉은 이미 시들고 있고, 8부 능선 이상과정상(1165m) 부근은 5월 중순 절정을 이룰 전망이다.

왕복 3시간30분 가량의 산길은 돌밭길이지만 완만한 편. 봉화산 자락 철쭉밭은<흥부전> 배경 마을이라는 아영면 성리에서 오른다. 철쭉밭 바로 밑까지 차가들어간다. 10분 오르면 키를 넘는 꽃밭 사이로 들 수 있다. 지난 주말한창이었으나 이번 주말까지도 일부 꽃무리를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신록 덮인 지리산 드라이브 육모정~구룡계곡~정령치~뱀사골~실상사~백장암을 거쳐 운봉읍으로 돌아나오는지리산 드라이브도 즐겨볼 만하다. 연둣빛으로 칠해진 산자락 풍경이 아주아름답다.

정씨 장군이 성을 쌓고 방어했다는 정령치(1172m)에선 지리산 주능선과 남원시내,그리고 굽이치는 찻길 등이 한눈에 들어온다. 신라 고찰 실상사는철제여래좌상・석등 등 보물이 수두룩한 절이다. 부속암자인 백장암에선 섬세한조각이 도드라지게 아름다운 신라 말기의 삼층석탑(국보)을 만날 수 있다.

지리산국립공원 입장료 1600원.춘향제 제74회 춘향제가 8일까지 광한루원과 춘향테마파크, 춘향문화예술회관 등남원시내 일대에서 펼쳐진다. 춘향국악대전・전국춘향선발대회・춘향전공연 등이진행된다. 남원시청 문화관광과 (063)620-6547.남원 여행정보 수도권에서 경부고속도로를 타다 천안~논산고속도로를이용해 호남고속도로로 접어든 뒤 전주나들목을 나와 17번 국도를 타고 직진한다.

서울에서 4시간. 서울역~남원역(전라선) 새마을호 하루 8회, 4시간 소요. 천거동광한루에서 멀지 않은 곳에 50년 전통의 새집추어탕(063-625-2443)이 있다. 허름한목조 단층집이었으나 최근 허물고 현대식 건물을 짓고 있다. 건물 옆 새로 마련한집에서 영업중이다. 추어탕 7000원, 추어튀김 2만원, 추어숙회2만5000~4만5000원(2~4인분). 남원관광단지에 쌍둥이파크(063-620-5000) 등 여관이많다. 남원호텔 (063)626-8551. 일성지리산콘도 (063)636-7000. 하이츠콘도(063)636-8080.남원/글・사진 이병학 기자 leebh99@hani.co.kr 진주 기생의 지조 진주는 교방문화의 맥이 보전되고 있는 고을. ‘교방’이란 고려・조선시대관기・악사에게 춤과 음악을 가르치던 곳이다. 조선시대엔 전국 12주・목에 교방을두어 관기를 길러냈다. 기생은 1・2・3패로 나뉘었는데 관기를 일컫는 1패는시・서・화에 능하고 악・가・무에도 빼어났던, 당대의 지식인이자 전통종합예술의 계승자였다. “황소의 목은 꺾어도 진주 기생의 지조는 못 꺾는다”는말로 요약되는 진주 기생의 절개와 지조의 정점에 논개가 있다. 임진왜란 발발이듬해인 1593년, 진주성을 탈취한 왜적이 촉석루에서 승전 자축연을 벌인다.

진주목 관기이던 논개는 왜장 게야무라 로쿠스케를 촉석루 밑 남강의 바위로유인한 뒤 붙잡고 물에 뛰어들어 순절한다. 뒷날 논개의 충절을 기려 이 바위를의암이라 이름짓고 바위에 글씨를 새겼다. 의암 바로 위쪽엔 ‘의기논개지문’이란 현판이 걸린 의암사적비(1722년)가 있다.

녹음 우거진 진주성 촉석루는 고려 때 세워진 진주성 남쪽 누각이다. 임란・육이오를 거치며 불탄것을 1960년 복원했다. 진주성 안엔 논개의 영정과 위패를 모신 사당 의기사,서장대・북장대 등 누각과 김시민 장군 전공비, 진주성싸움 때 전사한 승병의 넋을모신 호국사, 임진왜란을 주제로 꾸민 국립진주박물관 등이 있다. 둘레 1.7㎞인진주성 성벽에서 내려다보는 남강 풍경이 그윽하다.

쏠쏠한 볼거리들 진주성 서쪽 공북문에서 서문에 이르는 600m 거리는 골동품상점가다.

공예품・석조물・고문서・서화・도자기 등을 다루는 20여업소가 몰려 있다. 촉석문앞 길 건너엔 문화관광센터가 있다. 1층엔 실크・은장도・목공예품 등을 진열한특산품전시판매장이, 2층엔 향토민속관이 있다. 향토민속관은 국내 유일의 장석전문 박물관이다. 전통 목가구에 붙였던 다양한 문양의 옛 장석 8만여점이 전시돼있다. 진양호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휴게전망대나 국보 영산회괘불탱이 있는청곡사와 의곡사・두방사 등 고찰, 산책로가 아름다운 반성수목원에도 가볼만하다. 저물녘 진양교에서 바라보는 촉석루쪽 해넘이도 보기 좋다.

논개제 조선 말기부터 진주에선 논개의 충절을 기리는 ‘의암별제’를 올려 왔다.

300여명의 기생이 참여해 펼치는, 악・가・무가 어우러진 대규모 제례였으나, 일제강점기에 맥이 끊긴다. 중요무형문화재 진주검무 예능보유자 성계옥(77)씨는 오랜노력 끝에 1992년 ‘의암별제’를 복원해 맥을 이었다. 해마다 열던 의암별제는2002년부터 논개제로 재탄생됐다. 오는 13~16일 ‘제3회 논개제’가 진주성일대에서 열린다. 논개제전위원회 (055)755-9111. 교방문화 체험 진주민속예술보존회(055-746-6282)에 가면 교방에 전해지던 가무체험을 할 수있다. 악기 다루기, 진주검무 따라하기 등과 함께 교방문화・국악에 대한 설명을듣는다. 간단한 다과상도 받는다. 단체객만 받으므로 미리 예약해 다른 가족들과함께 체험하는 게 좋다. 1인 1만원. 진주향토음식연구원(055-756-1800)에선교방음식 만들기 체험을 할 수 있다. ‘한정식 아리랑’(055-748-4556)에서는 정통교방음식을 맛볼 수 있다. 1인 3만원부터. 진주 여행정보 중부지방에서 대전~통영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서진주나들목에서 나간다. 서울에서4시간 소요. 진주의 이름난 음식은 비빔밥・헛제삿밥・장어구이다. 대안동중앙시장의 천황식당(055-741-2646)은 3대를 이어 70년간 진주식 비빔밥을 내고있는 집. 각종 나물에 쇠고기 육회가 곁들여진다. 5000원. 평안동에진주헛제사밥(055-743-3633)집이 있다. 제사비빔밥 5000원. 장어구이집 거리는동방호텔과 진주교 사이에 있다. 아시아레이크사이드호텔 (055)746-3734.동방관광호텔 (055)743-0131.진주/글・사진 이병학 기자 leebh99@hani.co.krⓒ 한겨레(http://www.hani.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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