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이발의자 없는 이발소".. 퇴폐이발소 백태

2004. 4. 21. 07:5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대구=뉴시스】 "새벽 2시에 돌아가는 이발소 싸인볼의 정체는?" 21일 새벽 2시께 대구 동구 신천동 S이발소. 늦은 시각이지만 대형 싸인볼 2개가 밤 거리를 밝힌다. 성인 남자가 지나가기도 채 어려울만큼 좁은 입구, 통로 역시 꼬불꼬불 미로다.

실내화로 갈아신고 이발소 안으로 들어서자 유난스런 복장으로 40대 초반쯤 돼뵈는 여성 도우미가 반갑게 맞았다. 이내 손을 잡고는 한 발짝 앞도 보이지 않는 캄캄한 내부로 잡아 끌었다.

이발의자도, 이발도구도, 이발사조차 없다. 그저 드러눕는 안마용 침대만 칸막이 틈에 가려 빼곡이 들어차 있다.

"안마, 마사지, 그리고 서비스(?)까지 풀코스 6만원입니다" 최근 대구 도심 곳곳에서 성행하고 있는 퇴폐이발소들의 불법영업이 갈수록 대형화, 첨단화 돼 가고 있다.

대구경찰청 여성청소년계는 지난달 침대와 샤워시설 등 각종 시설을 갖춰놓고 여종업원들을 고용해 윤락까지 알선한 퇴폐이발소 업주 정모씨(46)와 우모씨(38) 등 2명을 퐁속영업법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고 21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정씨는 지난해 12월11께부터 대구 달서구 이곡동 K이발소를 운영하면서 침대 8개와 칸막이, 샤워시설 등을 갖춰놓고 종업원 김모씨(26) 등 3명을 고용해 하루 15명 정도의 남자 손님에게 1인당 8만원을 받고 윤락을 알선, 알선료 명목으로 각각 4만원씩을 챙겨오다 경찰에 붙잡혔다.

정씨 업소의 경우, 입구와 60-70여평이나 되는 내부 곳곳에 폐쇄회로장치(CCTV)까지 설치해 놓고 출입하는 사람들을 일일이 감시하면서 단속의 눈길을 피하고 있었다.

또 대구 북구 산격동 Y이발소 업주 우씨 역시 같은 방법으로 김모씨 등 여종업원 2명을 고용해 남자손님들에게 성기를 만지게 하는 등 음란행위를 하도록 한 후 1인당 3만원씩의 대가를 받아 챙긴 혐의로 구속됐다.

경찰 관계자는 "이발이 목적이 아닌 퇴폐영업을 하는 업소들 중에는 우씨의 업소처럼 윤락없이 음란행위만 하는 경우가 평범한 수준"이라며 "최근들어 첨단 장비들을 동원하거나 아예 퇴폐를 전문적으로 하는 이발소까지 등장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실제 대구 달서구 장기동 지역에는 한 골목길에 십수개의 이발소가 모여 서로 "더 큰 싸인볼, 더 나은 서비스(?)"를 내걸고 퇴폐영업의 열띤 경쟁을 벌이는 웃지 못할 광경까지 벌어지고 있다.

회사원 김종석씨(47.대구 수성구 두산동)는 "야간에 아이들을 데리고 다니다 "아빠 이 시간에도 머리깍는 사람들 있어요?"라는 질문을 받으면 민망하기 짝이 없다"면서 "최근들어 점점 더 커지고 화려해지는 싸인볼들을 보면, 퇴폐영업이 합법화됐나 싶은 착각마저 든다"고 말했다.

최재훈기자 jhchoi@newsis.com

Copyright ©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