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적 섹시미 오수비

추억의 스타앨범큰 눈, 갸름한 얼굴, 도톰한 입술, 그리고 가냘픈 목선을 타고 흐르다 깊어지는 계곡과 부풀어 터질듯한 봉오리. 1980년대 관능적 여배우의 특징에 지성적 섹시미까지 얹은 "2대 애마" 오수비. 변두리 재개봉관에서 만나는 그녀는 뽀얀 속살로 질풍노도의 젊은 가슴을 마구 흔들었다.
영화 〈서울에서의 마지막 탱고〉에서 해운대 모래사장에 앉아 집요하게 파고드는 파도를 온몸으로 받아들이며 에로틱한 열정을 폭발시켰던 오수비. 1983년 11월 어느날 찬바람 다 받으며 갈잎에 살짝 기대 차가운 아름다움을 찍었다.
미스코리아 서울대표로 눈부시게 아름다웠던 그녀도 이젠 44세의 중년. 미국에서 미장원체인점을 하면서 미스시카고를 탄생시키는 등 성공적인 비즈니스를 펼치고 있다. 젊은 시절 그녀로 인해 잠못 이루었던 더벅머리들. 그들은 어느덧 열정이라는 단어조차 잊어버린 50줄이 되었다.
그때는 무슨 일이온 국민 눈물 흘린 이산가족찾기우리는 왜 우는 걸까. 기뻐서, 슬퍼서, 화가 나서, 그것도 아니면 괜히. 1983년은 이런저런 눈물의 해였다.
6월의 그 아침은 격정적이었다. 직장인은 출근시간을 늦추면서, 학교에선 수업을 빼먹고 TV 앞에 앉았다. 박종환 감독이 이끄는 붉은악마들은 전원공격-전원수비의 토탈축구로 쉼없이 멕시코고원을 누비며 세계청소년축구대회 4강 봉우리에 올랐다.
세계사에 유례없는 이산가족찾기. 6월 말 방송을 시작한 KBS TV는 몰려드는 신청자 때문에 11월까지 이 프로그램을 계속해야 했다. 눈물의 바다 속에 1만1백89명이 혈육을 만났다.
8월 초 중공 조종사 손천근(孫天勤)이 중공제 미그21기를 몰고 귀순했다. 휴전 후 처음 서울-경기 지역에 공습경보가 내려졌고 국민은 또 전쟁인가 싶어 몇 시간을 불안에 떨었다.
9월 소련 전투기가 KAL기를 격추시켰다. 지금은 러시아가 된 그들의 호전성 때문에 탑승객 269명 전원이 목숨을 잃었다. 10월 북한 공작원의 버마(현 미얀마) 아웅산폭파 사건에선 당시 전두환 대통령을 수행했던 서석준 부총리 등이 아깝게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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